[해외원정ㅣ중국 짜가나산] '동양의 돌로미테' 동티베트 짜가나산군의 거벽에 도전!

  • 글 구상회
  • 사진 박문자
    입력 2019.09.11 11:22

    크로니산악회 회원들 ‘아니디치봉’ 7피치 등반 후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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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가니 산군의 ‘아니디치봉’ 7피치를 등반하고 있는 크로니산악회 회원들.
    작년 7월 후배들이 중국 쓰구냥 등반을 마치고 일부 대원이 깐수성 짜가나 풍경구를 갔다가 북한산과 설악산을 합성한 듯 기암거벽이 즐비한 산군에 초등 시도를 하자는 제의에 처음에는 오지탐험지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동양의 돌로미테’, ‘트레킹과 거벽등반의 신천지’ 등의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2017년 미국등반대가 짜가나촌 우측에 있는 7피치(표고차 180여 m)의 자위두어봉을 초등한 것 외에는 암벽등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지역이었다.
    크로니산악회원이자 대부분 한국산악회원인 11명으로 구성된 등반대가 7월 말부터 8월 초 짜가나에 도전했다. 원정대는 등반을 위해 주말엔 인수봉, 오봉, 내원암, 천등산 등에서 리지형 벽 등반의 기술 점검과 야영 팀워크 산행을 하고, 매주 수요일 저녁에는 인공암장에서 근력을 다졌다. 
    짜가나산군은 티베트령에서 깐수성으로 편입된 산간오지였으나, 최근 중국 정부가 10대 명산으로 지정하고 산악관광단지로 개발 중인 지역이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중국 내륙도시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란저우에서 버스로 이동한다. 하지만 우리는 개인배낭과 공동장비, 식량 카고백이 많아 환승 시 짐 분실이 우려되어 육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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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반을 마치고 2피치에서 하강 중인 대원.
    깐수성의 오지 짜가나산군
    7월 26일 서안까지 비행기로 가서 두 번의 고속열차(1,000km, 4시간)를 타고 룽난시로 이동했다. 그 다음날 19인승 버스를 대절해 7시간 걸려 해발 2,800m의 짜가나촌에 도착했다. 마치 1970년대 말 설악C지구가 개발되듯, 수십 동의 숙박시설이 건설되고 있고, 도로 확장에 대규모 주차장 공사가 한창이다. 등반허가 겸 인사차 짜가나 촌장을 예방하고 일부 발전기금을 기부했다. 풍경구 입구에서 경운기에 짐을 싣고, 대원들은 셔틀버스로 10km 지점의 기착지로 이동했다. 여기서 짐을 야크와 말에 옮겨 싣고 다시 2시간의 캐러밴 끝에 해발 3,700m의 계곡가에 저녁 늦게 베이스캠프를 쳤다.
    다음날 오전 텐트 정비와 장비를 점검하면서 주변지역 정찰 후, 베이스캠프의 계곡 건너편의 ‘아니디치(폭포 시작)봉’을 등반루트로 정했다. 고소약과 이뇨제 복용에도 하루 2,000여 m 고도를 올리자 대원 대부분이 고산증세에 시달려 무리하지는 않았다. 
    약 150m의 중상부 사선크랙을 통해서 정상에 오를 생각이었는데, 하단부에서 사선크랙으로 넘어가는 루트를 확보하는 게 문제였다. 오후까지 논의 끝에 베이스에서 600여 m의 어프로치 지점을 찾아내 잡풀이 밴드처럼 형성된 2피치(70m)까지 크랙 및 침니지대(5.10A)를 통해 진출하고 내려왔다. 바위는 전체적으로 화강암이었는데, 이끼가 낀 푸석바위가 섞여 프렌드가 밀려나오고, 균열이 심해 불안한 암괴들의 낙석 위험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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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디치봉의 ‘크로니 루트’ 1피치 시작 지점.
    7월 29일 아침 일찍 공격조 4명이 2피치까지 고정로프를 통해 오른 후, 35m 정도의 3피치에 도전했다. 15m의 가는 크랙 상단부의 페이스 경사가 만만치 않은데다 확보할 방안이 없었다. 선등자가 짧은 슬립 끝에 작은 홀드를 버티며 1시간 만에 올라섰다. 모두들 부족한 산소에 숨이 턱턱 막혀 힘 한번 쓰면 한숨을 몰아쉬기를 반복하니 시간이 자꾸 더뎌진다.
    그런데 밑에서 보기에 침니로 생각했던 좌측 크랙이 이끼가 가득 찬 커다란 동굴이었다. 할 수 없이 직상하기로 하고, 우측의 잡풀이 섞인 15m의 페이스를 지나 4피치에 올라섰고, 40여 m의 완만한 암릉을 통해 직상 크랙 밑의 5피치 테라스에 도달했다. 
    수직 사선크랙과 계단형 수직 페이스의 갈림길인 6피치를 앞둔 오후 2시쯤 후등자들이 올라온 뒤 주먹밥과 행동식을 먹었다. 1시간의 논의 끝에 12m 직상페이스 등반한 후 크랙밴드에 올라서서 좌측으로 15m 이어지는 코스로 등반루트를 정했다. 실크랙에 프렌드를 쑤셔 박고, 페이스를 오르는데 선등자가 슬립을 반복한다. 교대로 시도하다 겨우 오른쪽 사선 스탠스를 밟고 일어서는 동작으로 박제언 부대장이 올라섰다. 2번 후등자가 올라오고 볼트 2개를 박았을 때, 갑자기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100m, 60m 고정로프를 걸고 하강해 돌아왔을 때 오후 5시가 되었다. 대원들 모두 녹초가 될 정도로 고된 하루였다. 마의 6~7피치가 이번 등반루트의 크럭스 구간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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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루트 초입에 설치한 안내판
    부드러운 암질로 확보물 설치 어려워
    7월 30일. 밤새 비가 계속되고 바위나 고정 장비가 젖은 데다 계곡물이 불어 할 수 없이 휴식일로 정했다. 캠프 뒤 ‘먼르쵸神鳳’ 트레킹을 하며 3시간 만에 주변 봉우리들이 내려다보이는 해발 4,300m 산마루에 도달했고, 일부 대원은 짜가나산 정상(4,920m)을 올랐다. 
    7월 31일. 날씨가 쾌청해 지원조도 물과 간식을 챙겨서 출발지점으로 이동했다. 어차피 짧은 원정기간과 푸석푸석한 암질에 대비한 장비의 부족으로 정상까지 완등은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사선크랙으로 트래버스하기 위한 7피치 방패바위 밴드에 공격조가 올라서기를 응원했다. 
    고정로프를 통해 오전 11시 반 6피치에 도달해 직벽과 오버행인 25m 크랙을 오르기 위해 중간에 프렌드를 설치했다. 크랙 안의 이끼와 부서지는 암질로 확보가 불안하다. 선등자가 10여 m 진출하는데 불안감 때문인지 자꾸 밀리는 모습이다. 그리고 20m 길이의 오버행 크랙에 5m 간격으로 4개의 프렌드를 설치하며 올라서는 순간 프렌드가 연달아 뽑히며 30m가량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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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침봉으로 둘러싸인 짜가나촌 전경.
    다시 선등을 번갈아 시도하려 했지만, 암질이 물러 프렌드가 크랙 안에서 밀려 나오고, 볼트 박을 자세가 안 나와 일단 철수키로 했다. 봉봉이나 피톤하켄 같은 넓고 깊숙한 확보 장비가 없는 게 안타까웠다.
    8월 1일. 내일 종일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고, 공격조 대부분이 타박상에 고소로 인해 한계를 느껴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루트 상의 낙석 위험이 있는 돌을 제거하고 피치별 볼트 상태를 확인하면서 일단 고정로프와 장비를 철수하기로 했다. 혹시 모를 타 원정대를 위해 루트안내 표지판도 설치했다. 
    다음날인 8월 2일은 기상예보대로 아침부터 계곡물이 넘칠 듯 폭우가 내렸다. 캠프에서 다들 하염없이 구멍 난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연기만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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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의 돌로미테로 불리는 짜가나산군의 모습.
    8월 3일. 옅은 가스에 휘감긴 봉우리들 사이로 맑은 햇살이 비쳤다. 말과 야크 주인들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 캠프를 철수하고 하산이 시작됐다. 설악산 토왕폭 및 적벽 초등, 히말라야와 알프스 북벽 등반 경험도 있지만, 대원들이 15피치에 달하는 거벽 개척 경험이 적어 쉽지 않은 등반이었다. 게다가 지형성 강우가 잦은 지역에서 짧은 기간에 초등을 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짜가나산 등반을 위해 사전 답사도 고려했지만 중국어 소통이 원활한 현지 전문가이드가 없고, 접근성이 좋지 않은 오지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4,000m의 고소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5.9~5.12급 루트 초등을 위해 7피치를 오르며 고생한 대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아울러 장비협찬을 지원해 준 비젼코베아, 트랑고의 임직원들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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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가나산군 아니디치봉을 등반한 크로니산악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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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가나산 루트 개념도
    참가대원 김태성(단장), 구상회(원정대장), 김상일(등반대장), 박영배(기술), 김홍경(식량), 박제언(장비), 조현우(운행·통역), 민병오(수송), 최진순(의료), 박문자(기록), 이성희(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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