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세계일주ㅣ페루 쿠스코 비니쿤카] 일곱 색깔 무지개 산, 비니쿤카

  • 글 사진 김영미 자유여행가
    입력 2019.08.27 10:05

    마추픽추 잇는 관광명소… 페루 최고봉 네바도 아우상가테 가는 길목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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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시간 봉우리를 덮고 있던 빙하가 녹으면서 땅속의 광물질과 섞여 만들어진 무지갯빛 비니쿤카.
    무지개 저편에는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 본적이 있는지? 오즈의 마법사가 살고 있는 곳은 아니지만 무지갯빛으로 둘러싸인 대지의 세계, 일곱 색깔 산Montana de Siete Coloes, 무지개산으로 부르는 비니쿤카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 있는 비니쿤카Vinicunca는 케추아Quechua어로 일곱 색깔 산을 뜻한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추천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100곳’ 중 하나로 마추픽추를 잇는 페루의 인기 관광명소이다. 무지개 빛깔을 칠한 것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산자락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이다. 페루의 최고봉인 네바도 아우상가테Nevado Ausangate(6,372m)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어 안데스의 산과 마을, 라마와 알파카, 알록달록한 전통의상을 입은 현지인들이 어우러진 경이로운 풍경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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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님을 태우고 산에 오르기 전에 충분한 물을 마시고 있는 말들.
    무지개 저편을 향해서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쿠스코에서 오전 4시경 미니밴을 타고 비니쿤카로 향했다. 비니쿤카로 향하는 길은 비포장에 심한 경사진 도로. 한 대의 차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절벽 길을 따라 굽이굽이 펼쳐진 도로는 위험천만했다. 비니쿤카에 도착하기 전 이미 서늘한 긴장감이 온 몸을 에워쌌다. 쿠스코(3,400m)에서 고소를 느끼지 못했어도 피투마르카Pitumarca(3,570m), 한치파파Hanchipacha(4,200m)로 이동하는 차량에서 이미 고소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치파파에 도착하니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식사는 푸짐했고 맛도 있었다. 뷔페식이라 본인이 원하는 음식을 편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해발고도 5,000m가 넘고 왕복 10km의 결코 쉽지 않은 코스를 걸어야 하니 충분한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고산병이 걱정되는 사람들은 미리 고산병 약이나 코카잎 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한치파파에서 차로 10여 분 이동 후 도착한 곳은 비니쿤카의 트레일 시작지점인 케소이우니Quesoyuni(4,300m). 주차장에는 이미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초록의 녹지와 황토빛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하늘은 잿빛이었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아직은 그 어디에도 무지갯빛은 보이지 않았다. 이른 아침시간의 공기는 많이 차가웠다. 주차장부터 들머리 지점까지 걸어가는 데도 이미 숨이 가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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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니쿤카 통제소. 트레킹의 시작지점.
    길가에는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인디오 마부들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왕복 80솔 정도면 말을 타고 편하게 비니쿤카까지 갈 수 있지만 걷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었다. 말 위에서 보는 세상은 또 다른 느낌이겠지만 걸으면서 풀 한 포기, 계곡에 뒹굴고 있는 자갈 하나, 초록 들판에서 트레커들을 맞이하는 알파카와 라마들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함께 차에서 내린 사람들 중 3분의 2 이상이 이미 말에 올라타고 앞서 가고 있었다. 작은 오만일수 있지만 뒤쳐진다는 느낌보다는 걸어서 갈 수 있는 내가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입장료를 받는 통제소Control에 도착. 입장료는 10솔. 이곳의 고도는 4,477m. 미국에서 가장 높은 휘트니산Mt Whitney이 4,421m이니 이곳이 얼마나 높은 곳인지 실감할 수 있다. 통제소를 지나니 한가로운 목가적 풍경이 펼쳐졌다. 땅에 납작 엎드려 누워 있는 풀밭 주변엔 둥그렇게 돌담이 쳐져 있었고 그 안에는 알파카와 라마들이 풀을 뜯어먹으며 여유롭게 놀고 있었다. 평화로운 아침풍경이었다. 이곳이 고산임을 느낄 수 없었다. 조금씩 고도가 올라가며 숨이 더 가빠지기 시작했지만 걷는 데 지장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초록 들판 사이로 붉은 황토 빛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말들이 길가에 싼 똥을 치우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남미 여행 중에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시내도 아닌 산에서 똥을 치운다니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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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니쿤카의 인디오들이 사는 마을
    무지개가 활짝 피었습니다
    고도가 4,600m 넘으니 걷고 있던 많은 사람들이 마부들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말에 올랐다. 말에 올라앉은 그들의 모습은 평화로웠다. 5,009m 정상을 향해 가는 길목. 이곳에선 모두 말에서 내려야 했다. 말이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길이었다. 마부들은 이곳에서 정상을 다녀오는 손님들을 기다렸다. 왕복 손님인 경우에는 모처럼의 휴식시간이지만 편도 손님을 모시고 왔을 때는 또 호객을 해야만 했다. 모두들 한발 한발 조심스럽게 발을 옮겼다. 
    정상으로 향하는 능선 길에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붙어 있다. 오르는 이들을 바라보면 부럽고 바빠진 마음이 아래에서 힘겹게 올라오는 이들을 바라보면 느긋하고도 여유로움으로 바뀌었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와 같다. 정상에 가까워갈수록 사진을 찍는 횟수도 늘어나고 걷기 어려울 정도로 길목을 막고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만큼 무지개의 화려함은 더욱 빛났다. 
    정상 아래 비니쿤카 패스(5,029m). 이곳에선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다. 하루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방문해 산이 심하게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반대편 언덕 위로 올라가 비니쿤카를 바라보았다. 켜켜이 쌓은 파스텔 톤 무지갯빛은 마치 다른 행성에 온 듯했다. 바람은 심하게 불었지만 무지개산을 바라보고 있다는 흥분감으로 추위도 고소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신비로운 빛에 취해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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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전통복장을 입고 손님을 기다리는 마부들
    이곳은 불과 몇 년 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정상을 덮고 있던 빙하가 지구 온난화로 녹아내리면서 세상에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빙하가 녹아내린 물이 땅속의 여러 가지 광물질과 섞이면서 각기 다른 색으로 변해서 무지개 색깔을 만든다고 한다. 자연의 신비는 알면 알수록 신기할 따름이다. 죽을 만큼 힘들게 천근만근 되는 몸을 이끌고 올라왔던 사람들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 찼고 가벼운 몸짓으로 사진을 찍느라 분주했다. 
    고생 끝에 마주한 무지개산은 더욱 화려하게 피어 있었다.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함께였다면 더 없이 환상적인 풍광이었겠지만 지금으로도 더 없이 멋진 풍광이었다. 오전엔 비가 내리는 날이 대부분이라 했던 비니쿤카에서 비를 맞지 않고 걸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운이었다.
    내려오는 길도 스위스의 몽블랑 어느 산자락만큼이나 아름다웠다. 풀밭에선 한가로이 라마와 알파카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서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에 조금 전까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며 힘겹게 올랐던 기억조차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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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니쿤카로 오르는 길에는 녹 혼합물이 섞여서 붉은색을 띠고 있는 능선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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