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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해외 등반ㅣ스페인 로데야르] 괴물 같은 오버행에 매달려 크는 꿈나무들!

글 사진 주민욱 기자
  • 입력 2019.09.0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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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12명 구성 ‘이벌브Evolv와 함께하는 또 하나의 꿈 원정대’하드프리 대상지 다녀와

괴물처럼 거대하게 솟은
엘 델핀(5.13a. 7c+) 루트를
역동적인 몸짓으로 오르는 클라이머 윤신영
괴물처럼 거대하게 솟은 엘 델핀(5.13a. 7c+) 루트를 역동적인 몸짓으로 오르는 클라이머 윤신영

‘이벌브와 함께하는 또 하나의 꿈 원정대’, 이름만 들어도 어떤 이들인지 궁금하다. 지난 7월 16일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스포츠클라이밍 꿈나무들이 인천공항에 모였다.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스포츠클라이밍 유망주들이었다. 초등학생 2명, 중학생 6명, 고등학생 4명, 총 12명으로 구성된 원정대는 한 달간 스페인 로데야르Rodellar로 등반 훈련을 다녀왔다. 암벽화 전문 브랜드 이벌브Evolv의 후원으로 세계적인 하드프리hardfree(자유등반에서 난이도가 아주 높은 어려운 등반) 대상지인 로데야르 자연암장에서 훈련등반을 했다. 

원정대의 공식 명칭처럼 유럽 등반을 통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암벽등반 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 원정대가 결성됐다. 김성진(이벌브 코리아)씨를 중심으로 오은정 보라매클라이밍 센터장과 김병국 안산클라이밍센터장, 윤신영 더클라임 강사, 신유관(제주관광대학교)씨가 보호자 겸 코치 역할로 동행했다.  

김성진씨는 “기량이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 선수들이 조금 일찍 세계 각지의 암벽등반지를 경험함으로써 등반 향상은 물론, 국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45m 길이의 오버행 루트 등을 체험하며 등반에 대한 태도와 집중력 향상에 매우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에서 13시간을 비행해 도착한 바르셀로나에서 로데야르까지 4시간 정도 차로 이동했다. 한 달을 기획하고 온 원정대들은 처음 일주일은 시차 적응을 하며 현지 암벽 루트도 살피고 적응 기간을 가졌다. 우선 난이도가 낮은 곳부터 석회암에 대한 적응을 시작했다. 

멀리서 바라본 엘 델핀 구역.
멀리서 바라본 엘 델핀 구역.

로데야르는 스페인 동북부 아라곤 지방의 해발 800m에 이르는 구아라Guara산 협곡에 위치한 하드프리 등반지다. 40여 개 구역에 800여 개의 루트가 산재해 있으며 지금도 개척이 이뤄지고 있다. 협곡을 중심으로 좌우로 등반지가 늘어서 있다. 대부분 등반가들은 오전에 서쪽 방면을 등반하고 오후에 동쪽을 등반한다. 특히 밤 10시까지 해가 비추기에 오후에 천천히 내려오는 등반가들이 많다. 한낮에는 30°C 이상 기온이 올라가지만 아침·저녁은 쌀쌀하다. 한낮이라 해도 습도가 없어 그늘은 시원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화강암이 대부분인 반면 이곳은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진입로나 등반루트를 보면 홀드가 매끈하게 닳아서 처음 등반할 땐 어느 정도 적응이 필요하다.

드디어 등반 첫날. 청소년 원정대는 들뜬 가슴을 안고 벽을 향해 걸어갔다. 15분가량 걸어 도착한 곳은 엘 카미노El Camino 구역, 붉은 벽 200m 넓이, 20m 정도 높이로 약간 둥글게 벽이 펼쳐진 중급자 루트다. 이곳을 시작으로 라 슈겐시아La Sugencia와 아게스트 아니 시Aguest Any Si 구역을 등반할 계획이다.

청소년 선수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장비를 착용하고 벽에 붙었다. 우리나라 암벽에서 경험하지 못한 40m 오버행 구간과 마지막 종료지점에는 링으로 설치된 곳이 많아 당황하기도 했지만 대원들은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김병국 안산클라이밍센터장은 링으로 설치된 완료지점과 퀵드로 회수에 관한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그랑 보베다 구역의
라 마잔티나(5.13c. 8a+) 루트를 등반하는
아산 송남중학교 2학년 전유빈 선수. 크럭스인
고빗사위 구간을 필사적으로 오르고 있다.
그랑 보베다 구역의 라 마잔티나(5.13c. 8a+) 루트를 등반하는 아산 송남중학교 2학년 전유빈 선수. 크럭스인 고빗사위 구간을 필사적으로 오르고 있다.

5.14b루트 포항 중앙고 김형준 완등!

이틀째부터 에고센트리스모Egocentrismo 구역과 볼더 드 존Boulder der Jon 구역을 시작으로 카페 솔로Cafe Solo 구역과 알리 바바Ali Baba 구역 등을 등반하면서 일주일 동안 벽 적응력을 키우기 위한 강행군을 펼친다. 

대원들은 처음 일주일 동안은 귀가 후 밤 10시면 모두 깊은 잠에 빠졌다. 로데야르만 10여 차례 등반을 한 경험이 있는 김성진씨는 “지금은 좀 피곤해도 곧 적응하고 회복할 것”이라 장담했다. 

“무조건 잘 먹어야 합니다. 잘 자야 하고 화장실도 잘 가야 합니다. 저는 이번에 이것을 철저히 관리할 계획입니다.”

원정대는 특히 청소년들의 식단을 철저하게 관리했다. 한국에서 6개월 전부터 고단백 식품과 풍부한 비타민 음식을 공들여 준비했다. 특히 오은정씨는 원정 기간인 한 달 내내 한 시간 일찍 일어나 18인분을 완벽하게 준비해, 대원들과 코치진이 편하게 등반할 수 있었다. 지면을 빌어 감사를 전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원들은 벽에 적응되어 점점 힘을 발휘했다. 엘 델핀El Delfin 구역의 엘 델핀(5.13a 7c+) 루트 전원 완등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등반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대원들의 빠른 적응력을 바탕으로 카페 솔로 구역의 웰컴투 티후아나Welcome toTijuana(5.14b 8c) 루트를 동행한 윤신영, 신유관 코치가 완등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후 김형준(포항 중앙고) 선수가 이 루트를 완등하는 쾌거를 올리며 서서히 무서운 기세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전유빈(아산 송남중) 선수는 그랑 보베다Gran Voveda 구역의 콜리세움Coliseum(5.13b 8a)과 제미니스Geminis(5.14a 8b+)를 완등했다. 정지민(온양 신정중) 선수와 윤신영 코치가 뒤를 이어 제미니스를 완등했다.

온양 신정중학교 3학년인 정지민
선수는 고수 중의 고수만 오를 수
있다는 5.14급 루트를 완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랑 보베다
구역의 제미니스(5.14a. 8b+)를
유연한 무브로 오르는 정지민.
온양 신정중학교 3학년인 정지민 선수는 고수 중의 고수만 오를 수 있다는 5.14급 루트를 완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랑 보베다 구역의 제미니스(5.14a. 8b+)를 유연한 무브로 오르는 정지민.

모든 선수가 그랑 보바다 구역의 콜리세움을 완등하며 기세를 높였고, 이후 각자 자기 스타일에 맞는 루트를 등반했다. 임지현(서울 영파중) 선수는 콜리세움 루트를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완등했지만 곧 적응하며 알찬 등반을 이어갔다. 최민서(부천 시온고) 선수는 특유의 강한 승부욕으로 여러 루트들에 불을 붙였다. 

조상현(광주 풍암고), 성한아름(천안 서여중), 정예진(광주 용두중) 선수는 라 마간티나La Magantina(5.13c 8a+)루트를 완등하며 등반의 재미에 깊게 빠졌다.

최준석(대구 덕원고) 선수는 웰컴투 티후아나를 프로젝트 삼아 등반에 매진했다. 동작은 다 풀었지만 아쉽게 손가락 부상이 있어 다음으로 완등을 미뤄야 했다. 임재준(온양중) 선수는 유연한 동작과 타고난 체격, 강한 승부욕으로 기대가 촉망되는 선수임에 분명했다.

초등학생인 김주헌(당곡초4)·김주희(당곡초6) 선수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그랑 보바다 구역의 아길레스Aguiles(5.13a 7c+) 루트를 완등하고, 여러 등반을 이어갔다.

‘이벌브와 함께하는 또 하나의 꿈 원정대’는 40m 높이의 긴 오버행과 루프, 석회암, 완등지점의 링 등에 대한 많은 경험을 했다. 많은 선수들이 5.13~14에 이르는 고난이도 등반에 성공했으며, 원정 기간의 철저한 등반과 휴식 그리고 고단백 식단은 원정대의 성공 요인으로 꼽을 수 있었다. 

막강한 실력의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성장하는 소리가 스페인 로데야르에 울렸다. 이들이 있기에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미래는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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