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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Art Hikingㅣ<7> 설악산 주전골] 절친과 함께 절정의 비경을 그리다!

글 사진 김강은 벽화가
  • 입력 2019.08.3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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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한 설악산 1박2일 그림 여행

두 사람의 다른 시선으로 담은 주전골 용소폭포.
두 사람의 다른 시선으로 담은 주전골 용소폭포.

산을 여행하다 보면, 이 좋은 호사를 혼자만 누리는 게 아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좋은 것을 보면 함께 보고 싶고, 이 감정을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하지만 아무리 좋다고 설득해도 함께 등산하려는 친구는 흔치 않다. 뜨거운 여름날, 동행하겠다는 친구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이번엔 나의 미술대학 동기이자 인생의 응원자, 함께 꿈을 키우는 동반자인 예린이와 함께 설악산을 찾았다. 가장 좋아하는 친구와 가장 좋아하는 산이라니! 더할 나위 없지 않은가.

가을엔 수많은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주전골이지만, 한여름에 찾은 덕분에 한산하다. 폭염 경보를 알리는 문자 메시지가 요란히 울리지만, 개의치 않았다. 여기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으니! 

초입부터 오르막이 사람을 놀라게 하는 산이 있는가 하면, 부드러운 산책로로 어르고 달래주는 산이 있다. 주전골이 그렇다. 평탄하다. 귀에는 계곡 물소리를 가득 담고, 나무들이 겹겹이 쌓여 만든 초록빛 동굴 아래 시원한 걸음을 옮기다 보니 어느덧 조금씩 기암괴석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거대한 바위의 향연이다. 오목조목 군락을 이룬 바위, 그 사이에 들어찬 푸른 신록의 조화. 꽉 찬 한 폭의 산수화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온 기분이다. 

설악산 만물상이 보이는 바위에서 채색을 하는
필자.
설악산 만물상이 보이는 바위에서 채색을 하는 필자.

여름날의 설악산은 어쩐지 우리와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멋대로 거친 바위, 타오르는 듯 뜨거운 햇볕, 그 어느 때보다 푸르른 신록. 바쁘게 일상을 살며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그런 설악의 풍경은 ‘잠깐 멈춰 쉬어가라’고, ‘이 푸른 한때를 즐겨보라’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널찍한 마당바위에 앉아, 팔레트를 꺼냈다. 우리만의 시선으로 만물상의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가만히 멈춰서니 후텁지근한 공기도 은은한 바람이 되어 살갗에 맞닿았다. 그렇게 조용히 여름날을 만끽했다.

사정없이 강풍이 불어닥치는 신선대에서
행복한 인증샷을 남겼다.
사정없이 강풍이 불어닥치는 신선대에서 행복한 인증샷을 남겼다.
어디든 아름다운 자연
풍경만 있다면 야외화실이 된다.
어디든 아름다운 자연 풍경만 있다면 야외화실이 된다.

현실감 없는 장관 금강산 신선대

이튿날은 금강산으로 향했다. 국경을 넘지 않고도 금강산에 갈 수 있다는 걸 왜 몰랐을까. 북설악 성인봉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곳은 사실 금강산 신선대, 금강산의 끝자락이라고 한다. 금강산 중 남쪽에 일곱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신선봉인 것이다. 언젠가 꼭 가보겠다는 금강산을 이렇게 쉽게 올 줄이야! 수바위가 멋들어지게 조망되는 화암사에서 신선대까지는 약 1.4㎞로 1시간 안팎이면 하이킹할 수 있다. 

예로부터 ‘쌀이 나왔다’는 전설이 있는 수(쌀)바위를 지나 짧고 강한 깔딱고개를 넘어서서 너른 바위가 자리한 신선대로 향했다. 신선대에 올라서니 울산바위가 성큼 다가왔다. 이곳에서 보니 매번 보던 울산바위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진 울산바위의 위용이 더욱 돋보인다. 내가 들인 노력에 비해 너무나 큰 선물을 받는 곳. 

사방으로 바위와
신록이 어우러진 주전골 탐방로.
사방으로 바위와 신록이 어우러진 주전골 탐방로.

현실감 없는 장관에, 온 몸을 밀어내는 듯한 강풍에, 잠깐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분까지 든다. 강하고 묵직한 바람에 머리와 옷자락이 사정없이 펄럭이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려야 했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바람이 몸속을 타고 허파까지 들어간 것처럼, 마구 웃었다.

‘산’은 단순하지만 큰 웃음을 준다. 그래서 산이 좋다. 게다가 ‘친구와 함께하는 산’은 더더욱 좋다. 이 웃음을 나누고 더 크게 웃을 수 있으니.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이 푸른 여름날 같은 청춘의 시간에, 이 순간을 함께 해준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이 가득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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