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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연재ㅣ마운틴 사이언스<8>] 산에는 왜 평지보다 폭우가 잦을까?

월간산
  • 입력 2019.09.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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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짙은 구름을 본다면
비가 올 징조니 재빨리 하산하거나 반드시
높은 곳에 대피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산에서 짙은 구름을 본다면 비가 올 징조니 재빨리 하산하거나 반드시 높은 곳에 대피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산에 자주 가는 사람들은 가끔 산에서 비를 맞기도 한다. 그런데 산에서 만나는 비는 평지의 비와는 수량과 강도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 번 내리면 퍼붓는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쏟아진다. 우산은 무용지물이고, 어림도 없다. 우의를 입고 있어도 아플 정도로 강도가 세다. 강수량도 엄청나서 계곡 물이 순식간에 불어 철철 넘쳐흐른다. 

젊은 시절 산에서 햇빛이 쨍쨍 내려쬐다가 갑자기 잿빛 구름이 머리 위를 덮더니 폭우가 쏟아져 세차게 맞은 경험이 있다. 물론 여름이었다. 바로 하산하려고 1시간쯤 내려오는데 등산로가 계곡, 아니 하천으로 변해 물이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다. 물의 유속은 몸을 지탱하기 힘들 정도로 거셌다. 젊은 나이에 호기로 건넜다면 아마 불귀의 객이 됐지 않았을까 싶다. 다행히 건너지 않아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산에서는 왜 그렇게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질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구름과 산 높이의 영향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수분 증발량이 많아진다. 뜨거워진 공기는 상공의 찬 공기 쪽으로 상승한다. 대류에 의해 찬 공기는 반대로 뜨거운 공기 밑으로 내려가려 한다. 뜨거운 공기가 상승기류를 만들어내는 곳에는 국지성 저기압이 형성되면서 충분한 수증기가 있다면 구름이 생성된다.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뜨거운 공기가 차가운 공기 쪽으로 진행하면 차가운 공기의 위를 타고 부드럽게 흘러가며 온화한 비를 내리지만, 차가운 공기가 뜨거운 공기 쪽으로 진행하면 뜨거운 공기의 아래쪽으로 빠르게 파고들기 때문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다. 이렇게 생성된 구름은 오래 가지 않는다. 즉 폭우가 내리는 시간이 길어봤자 1시간쯤 된다. 대기가 불안정해도 수증기가 없이 황량하고 건조한 날씨라면 구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폭우는 어딘가로부터 지속적으로 수증기를 공급받기 때문에 구름이 개이지 않고 쏟아져 내린다. 

구름이 바람 따라 흘러가다 산맥 등이 장벽처럼 가로막고 있다면 흐르던 공기는 산맥 위로 강제로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 다시 비구름이 형성된다. 높은 산 봉우리 주변에 항상 구름이 걸려 있는 듯한 모습은 이렇게 생기는 것이다. 

이는 폭우와 폭설의 직접적 원인이 된다. 산맥을 만나 구름을 형성해 폭우와 폭설로 수증기를 빼앗긴 공기는 산맥을 넘어가 건조한 날씨를 만든다. 이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푄(Fohn) 현상이라고 한다. 태백산맥이 가로지르는 영동과 영서지방의 강수량 차이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구름이 하얀 이유는 대개 구름은 태양광을 산란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많은 수증기가 모여 있다면 오히려 태양광을 흡수함으로써 짙은 잿빛을 띠게 된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먹구름이다. 여름철 산행 시 구름이 짙게 끼어 있으면 재빨리 하산하든지, 아니면 반드시 낮은 계곡이 아닌 높은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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