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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10월의 명산ㅣ청량산] 기암·단풍 어울린 12대·12봉·8굴

글 박정원 편집장 사진 봉화군청 제공
  • 입력 2019.09.30 10:28
  • 수정 2019.09.3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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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김생·최치원 등 유명 인물들 전설도 곳곳에 서려

청량산淸凉山(869.7m)은 전형적인 가을 산이다. 이름 그대로 맑고 서늘한 산으로 많은 사람들이 가을에 찾는다. 실제 청량산은 기암괴석과 어울린 가을 단풍이 일품이며, 2008년 800m 상공에 완공된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구름다리는 즐기는 행락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택리지>는 ‘백두대간 8개의 명산과 거기서 벗어난 네 개의 명산 중의 하나로 꼽으며, 은둔자들이 깃들어 수양하는 곳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신라시대에는 원효, 김생, 최치원, 고려 때 공민왕, 조선시대에는 주세붕, 이황 등이 청량산을 찾아 기록을 남겼다.

원효가 창건한 사찰로 전하는 청량사, 김생이 글씨 공부를 했다는 김생굴金生窟, 최치원이 수도했다는 풍혈대風穴臺, 공민왕이 숨었다는 오마대五馬臺, 주세붕이 남긴 <유청량산록>, 퇴계 이황이 수도하며 성리학을 집대성했다는 청량정사淸凉精舍 등 진위여부를 차치하고 많은 인물들의 자취를 더듬을 수 있다. 이들의 흔적은 6·6봉과 12대臺, 8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최고봉 장인봉(일명 의상봉)을 비롯, 외장인·축융·경일·선학·금탑·자소·자란·연화·연적·향로·탁필봉 12봉은 모두 절경이다. 12대는 금탑봉 오른쪽의 어풍·밀성·풍혈·학소·금강·원효·반야·만월·자비·청풍·송풍·의상대를 일컫는다. 이 가운데 어풍대는 최고의 경승으로 평가받는다. 8개의 동굴은 원효굴·의상굴·반야굴·방장굴·고운굴·한생굴·김생굴·금강굴이다.

지명은 언제, 어떻게 유래했는지 전하는 바가 없다. 하지만 불교, 특히 〈화엄경〉과의 깊은 관련성을 찾을 수 있다. ‘(중국) 화북지방에 청량산이란 명산이 있는데, 그곳에 보살이 상주하고 있다. 그 보살은 문수. 문수보살은 1만여 명의 보살과 함께 살며 항상 설법을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 청량산이 바로 중국 불교의 성지 오대산이다. 문수는 지혜를 상징하며, 지혜는 통합을 이룬다. 통합이 <화엄경>의 아이콘이다. 바로 통일신라의 통치 이데올로기였다. 그렇다면 청량산은 오대산과 더불어 문수보살의 본원지이며, 통일신라부터 번창한 사찰이 아니었나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름만으로 보면 문수보살과 분명 관련 있어 보이는데, 지금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아쉽다. 지금 이 어지러운 나라를 이데올로기로 통일시켜 줄 강력한 아이콘 문수보살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청량산에서 통합과 지혜의 기운을 받으러 이 가을에 한 번 찾아야겠다. 굽이쳐 흐르는 멋진 낙동강 강줄기의 조망은 덤으로 주어진다. 1982년 경북 도립공원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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