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 전라도의 산ㅣ우금산 331m] 백제의 마지막 숨결 담긴 내변산 트레킹 명소

  • 글 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고문
    입력 2019.10.11 14:55

    문화답사를 겸한 편안한 가족 산행지, 개암죽염 발상지이자 부안 마실길 9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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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금바위 아래의 복신굴. 조선 후기의 화가 표암 강세황은 ‘100칸 집처럼 넓은 복신굴’이라 얘기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내에 있는 변산邊山은 호남 5대 명산의 하나이며, 옛 지명인 능가산楞伽山으로도 불린다. 크게 외변산, 내변산으로 나누어진다. 외변산은 바다와 맞닿아 있어 해안선과 낙조가 매우 아름답다. 내륙에 위치한 내변산의 명소는 직소폭포와 내소사, 개암사, 우금바위, 우금산성 등이 있다. 특히 우금산성은 백제 멸망 후 백제 부흥세력이 나당연합군을 상대로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근거지였다.
    백제는 660년 나당연합군에 의해 정복되었다. 그 이후 왕자 ‘풍’을 중심으로 왕족이던 장군 복신福信, 승려 도침, 흑치상지 등이 백제 부흥운동을 전개했다. 3년여 동안 복신 장군은 이곳 우금산성(주류성)을 근거지로 저항했고, 나당연합군과 우금산 일대에서 마지막 전투를 벌였다. 백제를 지원했던 왜군의 <일본서기>에 의하면 663년 9월 7일 주류성이 함락되었다고 한다. 1,300년이 지난 지금도 김유신 장군의 사당인 ‘보령원’이 우금산 입구에 버티고 있다.
    백제 멸망의 아픔을 간직한 우금산은 높지는 않지만 우금바위라는 걸출한 암봉은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처럼 웅장하다. 또한 백제 고찰 개암사가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정상부에는 삼국시대에 축성한 4㎞에 달하는 우금산성 흔적이 남아 있다. 아쉽지만 우금바위 뒤쪽으로 이어지는 산성 터와 정상은 비법정탐방로 구간이어서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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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정약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나타나는 분위기 좋은 숲길.
    공원사무소 측에서는 문화재 보호와 자연생태계 보존, 안전을 이유로 탐방로를 제한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건너편에 있는 쇠뿔바위봉 구간에 비한다면 안전에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우금바위에서부터 월정약수와 만석동 방향으로만 개방하고 있다. 예외의 경우는 있다. 자연자원조사, 학술연구조사, 공무수행, 기타 공원관리청이 인정하는 경우는 사전에 허가를 얻은 후 출입이 가능하다. 문의 변산국립공원 상서분소 063-581-2316.
    산행에 앞서 고민이 앞섰다. 우금산 정상이 빠진 월정약수 구간은 거리가 짧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하지만 개암사와 복신굴도 좋지만 월정약수에서 개암사로 내려가는 2㎞가량의 숲길은 트레킹 코스로 매우 훌륭했다. 참고로 부안마실길 9코스 구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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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년고찰 개암사 뒤로 우금바위가 병풍처럼 솟았다.
    개암사 일주문을 통과하면 수령 150년이 넘는 전나무숲과 녹차밭을 지나게 된다. 곧이어 불이교를 건너면 대웅보전이 정면으로 보인다. 그 뒤로 우금바위가 펼쳐진 경치가 아늑하고 아름답다. 
    개암죽염 전래관 옆에 있는 홍매紅梅도 400년 세월을 헤아린다고 한다. 대웅보전은 조선 중기의 건물로서 보물 제292호에 지정되었다. 법당 내부는 단청이 없고 고색창연하다. 유난히 용 조각이 많다. 법당 안에만 열여섯 마리, 법당 밖 용두까지 합하면 열여덟 마리의 용이 법당을 수호하고 있는 셈이다. 
    들머리 찾기는 어렵지 않다. 개암사 대웅전 오른쪽 담장을 따라 가면 된다. 안내도에는 ‘우금암  0.7㎞’를 가리킨다. 작은 계류를 건너면서부터 은근히 오르막길이다. 100m 우측에 있는 약수터는 수량이 풍부하며 음용이 가능하다. 10분 정도면 ‘우금산성’ 안내판을 만나고 그 뒤로 우금바위가 장벽처럼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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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금바위 뒤편의 베틀굴.
    3개의 자연굴, 복신굴만 출입 가능
    우금바위 아래에는 3개의 자연굴이 있다. 출입이 가능한 곳은 중앙에 있는 복신굴 하나뿐이다. 원효굴은 우금산성 안내판에서 우측으로 100m 더 지난 암벽에 위치하며 조망이 좋다. 원효대사가 수행했다는 곳으로 현재는 무속인들이 기도 드린 흔적이 있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다.
    복신굴은 우금산성 안내판에서 왼쪽으로 돌아가면 있다. ‘우금암도’를 그린 조선 후기 대표화가 표암 강세황姜世晃(1713~1791)은 복신굴을 두고 “바위 밑에는 굴이 있는데 크기가 백 칸 집 같다”고 말했다. 작은 실내체육관처럼 수백 명이 비를 피할 수 있고, 굴 안쪽에는 석간수가 고여 있다. 동굴 주변에는 오래된 기와 파편과 자기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베틀굴은 복신굴 지나서 우금바위 뒤쪽에 있다.
    100m 더 가면 능선에 벤치가 있다. 우측 방향은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출입금지’ 현수막이 붙어 있다. 부안마실길 9코스가 겹치는 월정약수 방향은 왼쪽으로 방향을 꺾는다. 산책로처럼 잘 정비되어 있고 평지처럼 편안하다. 싸리나무, 굴참나무, 단풍나무 등이 터널처럼 울창하다. 15분 정도면 개암사가 한눈에 보이는 조망바위다. 10분 정도 거리에 벤치가 나타나면 아랫길로 내려가야 한다. 이곳에서는 관음봉(425m) 주능선과 상여봉(398m)이 제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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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금바위 아래에 위치한 원효굴 초입. 여기서 우측으로 100m 정도 가면 원효굴이 있다.
    내리막길은 크게 급하지는 않다. 15분 정도면 자갈이 깔린 임도를 만난다. 구불구불하게 10분 더 내려가면 쉼터가 있고 그 옆에 월정약수月汀藥水가 있다. 2010년에 세운 안내문에는 ‘음용에 적당하지 않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동네 주민들은 “부안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서서 받아 가는 약수”라면서 “산 위에 오염원이 없는데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월정약수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주차장까지 가는 지름길이지만 1.2㎞를 햇볕에 노출된 임도를 걸어야 한다. 그 끝에 동학농민혁명군 대장 ‘우제 김기병’의 행적비가 있다. 반면에 왼쪽 개암사 방향은 2㎞ 정도 숲이 울창한 임도를 따라 걷는 아름다운 숲길이다.
    공원사무소에서는 “가족단위, 또는 건강을 위해 쉬엄쉬엄 걷는 노약자들이 원점회귀로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차량이 지나갈 정도로 넓고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길은 전혀 지루하지 않다. 휴양림에 온 것처럼 숲에서 뿜어 나오는 피톤치드로 인해 걸음도 가뿐해진다. 35분 정도면 개암사 입구에 닿는다. 전나무 숲을 지나 10분이면 주차장이다. 강증산이 우금산에서 ‘개벽공사開闢公事’를 했다고 하여 그와 관련된 신도들도 많이 보인다.
    산행길잡이
    개암사 주차장~개암사~약수터~복신굴~조망바위~갈림길~이정표~월정약수~숲길 트레킹코스~개암사~주차장 <총 6㎞ 3시간 소요>
    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버스가 운행(06:50~21:40) 한다. 2시간 50분 소요. 버스요금은 1만4,300원이며, 배차 간격은 50~60분. 부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개암사로 가는 부안농어촌 버스가 1일 2회 운행한다. 10시 40분, 14시50분. 요금은 3,300원.
    맛집(지역번호 063)
    5년 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 함께한 일행들이 ‘묵은지 닭도리탕(5만5,000원)’의 맛에 반했던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찾은 곳이 개암저수지 옆에 있는 개암산천(584-0767) 식당이다. 맛은 변함없었다. 20년 지켜 온 닭도리탕 맛의 비결은 주문과 즉시 방목한 생닭을 잡는 것이었다. 땅에 묻은 항아리에서 2년 이상 묵힌 묵은지를 듬뿍 넣고 걸쭉한 양념과 감자, 들깻잎, 버섯을 배합해서 맛을 낸다. 닭백숙, 토끼탕도 별미다.
    관광 명소
    개암사의 죽염 제조비법을 스님으로부터 물려받아 대량 생산시설을 갖춘 개암죽염 공장(063-583-7748)이 개암저수지 옆에 있다. 20인 이상 단체관람 시 사전 예약하면 대나무에 아홉 번 구운 소금의 제조과정을 볼 수 있다.
    젓갈 생산지로 유명한 곰소항, 전나무숲이 아름다운 백제 고찰 내소사 등이 근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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