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SPECIAL] 11월 갈 만한 산 4선!

입력 2019.11.01 10:42

가을은 깊어가고 단풍은 짙어가고 낙엽은 한두 잎씩 쌓인다. 바람에 살랑이는 억새는 햇빛을 받아 환상적인 금은빛을 발한다. 바람과 햇빛과 억새는 공존의 철학이자 미학이다. 억새는 바람과 햇빛이 없으면 그 빛이 바랜다. 인간은 자연을 보면서 공존의 가치를 느끼고 배운다. 자연과 인간이 둘이 아닌 이유다.
깊어가는 가을만큼이나 기온도 내려간다. 일부 지역은 밤 기온이 벌써 영하를 기록한다. 일교차가 클수록 단풍은 더욱 아름다운 빛을 발한다. 단풍의 남하속도는 사람의 걸음 속도와 비슷하다. 설악산에서 첫 단풍이 들 즈음, 걷기 시작해 해남 두륜산에 도착하면 단풍 절정시기와 맞아 떨어진다. 절묘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다.
중북부 지역은 이미 단풍이 절정에 달했다. 11월의 대표적인 명산은 중남부 지역 중심으로 선별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단풍명산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내장산, 그리고 기암절벽과 어울린 단풍이 절경인 주왕산과 대둔산, 한국의 대표적인 억새 명산으로 꼽히는 민둥산이 11월에 가볼 만한 명산이다. 여기서는 간략히 소개하고, 자세한 정보는 월간<山> 홈페이지san.chosun.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내장산
명불허전 단풍명산… 영은산에서 바뀌어
단풍명산 내장산內藏山(763m)의 11월 탐방객은 60만 명에 달한다. 국립공원 월별 탐방객 기록으로 100만 명에 이르는 10월의 설악산 다음으로 많다. 내장산 연간 탐방객이 170만 명이 채 안 된다. 11월 한 달에만 연간 탐방객의 3분의 1 이상이 찾는 것이다. 명불허전 단풍명산이다.
내장산이란 지명의 역사는 그리 오래 돼 보이진 않는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내장산이란 지명이 등장하지 않는다. <고려사>에도 없고,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첫 등장한다. 성종 때 문인 성임成任(1,421~1,484)이 내장산을 방문하고 내장사 앞 정자에 남긴 ‘정혜루기’를 인용한 내용이다. 정혜루는 당시 영은사의 문루였다.
‘성임의 정혜루기에 호남에 이름난 산이 많은데, 남원 지리산, 영암 월출산, 장흥 천관산, 부안 능가산(변산)이 있다. 정읍 내장산도 그중의 하나다.’
성임은 당시 영은산을 방문하고 그 풍광에 매우 감복한 듯하다. 636년 영은조사가 창건한 영은사의 이름을 따서 영은산靈銀山이라 했다고 전한다. 내장산은 후세 사람들이 계곡 속으로 들어가도 양의 구절양장같이 잘 보이지 않는다 하여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임시로 조선실록 사고본史庫本을 보관하기도 했다.
주왕산
기암괴석과 어울린 단풍은 절경 그 자체
주왕산도 연간 탐방객 130여만 명 중에 11월 한 달 탐방객만 40만 명에 육박한다. 한 달 방문객이 연간 방문객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단풍이 아름답다는 방증傍證이다. 주왕산은 국립공원일 뿐만 아니라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될 만큼 기암괴석과 뛰어난 경관으로 유명하다. 그 기이한 바위와 어울린 단풍은 또한 절경이다.
주왕산은 석병산石屛山·대둔산大屯山·소금강산·주방산周房山 등 몇 가지 이름이 전한다. 석병산은 병풍 같은 바위가 있어서이고, 대둔산은 산마루가 큰 진지 같다고 해서 유래했다. 주방산은 주왕의 공간이 있던 곳이라 해서 명명됐다.
이와 함께 두 가지 지명유래가 전한다. 중국의 주왕周王이 당나라 군사에 쫓겨 이 산에 숨어들었다고 해서 유래한 설과 신라 태종무열왕 6대손 김주원이 왕위에 오르지 못하자 이 산에 숨었다가 사후에 주원왕으로 불렸다는 데서 유래한 설이다. 각각 2,000여 년 전과 1,300여 년 전 역사의 패자의 기록이다. 실제 주왕산이란 지명은 조선 초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처음 등장한다. 어쨌든 주왕산은 산의 형상과 인물에 의해 유래된 공동 지명이 있고, 패자의 기록이 있는 단풍과 함께 사색하기 딱 좋은 산이다.
대둔산
수석·침봉 어울린 단풍은 한 폭의 동양화
대둔산大屯山(878.9m)의 원래 지명은 한듬산이었다. ‘듬’은 두메·더미·덩이의 뜻으로, 한듬산은 ‘큰 두메의 산’ 또는 ‘큰 바위의 산’이란 의미를 나타냈다. 실제로 통바위 같은 산이다. 다른 한편으로 계룡산과 비슷한 바위산이지만 산태극 수태극의 명당자리를 계룡산에 빼앗겨 한이 들었다 해서 한듬산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일제 때 이름을 한자화하면서 ‘한’은 대大로, ‘듬’은 이두식으로 음역화해서 둔屯으로 고쳐 부르게 됐다고 한다.
작은 설악산 또는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릴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수석과 침봉들 사이에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든 단풍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이 절로 나게 한다.
케이블카도 있어 수려한 경관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산행은 케이블카에서부터 시작하고, 경관만 즐기려는 사람은 케이블카 종점에서 10분 정도만 오르면 대둔산 명소 구름다리가 있다. 여기까지만 올라도 대둔산의 화려한 산세를 절반 이상 즐긴 셈이다. 나머지는 등산으로 채워야 한다.
민둥산
초입은 소나무숲, 정상 부위는 한국 최고의 억새군락
민둥산(1,117.8m)은 한국의 대표 억새 명산이다. 정상 능선을 뒤덮은 억새가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은 ‘바람의 미학’인지 ‘억새의 미학’인지 헷갈릴 만큼 바람과 어울린 억새가 일품이다.
가을만 되면 억새를 보려는 산꾼들로 주변 교통은 북새통이다. 11월 10일까지 억새축제가 열린다. 억새 사이 난 등산로는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걸어야 할 수준이다. 여러 갈래의 등산로 모두 인산인해. 가을 억새를 보려는 대가를 정체라는 시간으로 톡톡히 치러야 한다.
민둥산은 나무가 없는 산 또는 벌거숭이산을 뜻하는 말이다. 정상 능선이 석회암 지대이고, 옛날 먹고살기 힘든 시절, 마을 주민들이 나물 등 임산물 채취를 위해 매년 산에 불을 놓아 나무를 태워서 결국 억새만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민둥산 등산 초입은 소나무숲으로 덮여 정상 부위와는 전혀 다른 산세를 보인다. 또한 깔딱고개도 나와 제법 등산 맛을 보게 한다. 하지만 능선을 올라서면 완만한 억새 사이로 걸으며 환상적인 풍광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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