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스페셜ㅣ단풍 좋은 산장] 산장에 머무르면 비로소 보이는 가을!

입력 2019.11.01 10:34

가을 베스트 산장! 소청대피소, 연하천대피소, 치밭목대피소, 제2연화봉대피소, 비로산장, 수락산장, 금산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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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대피소에서 본 설악산의 가을. 동해에서 태양이 떠오르고 공룡능선 위로 구름이 흘러간다.
우리나라는 산장 문화가 없다. 유럽 알프스나 일본 북알프스처럼 레스토랑급 식사를 즐기며 고산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없다. 전국 산악국립공원 내의 산장은 공식명칭이 ‘대피소’다. 이름처럼 산에서 최소한의 숙박을 하는 곳이지, 훌륭한 음식이나 샤워시설은 없다. 그럼에도 산장(대피소)이 좋은 것은, 고산 능선이나 깊은 산 속에서 하루 동안 머물며 여유롭게 단풍을 음미할 수 있어서다. 걸어서 빠르게 지나쳐야 하는 단풍과, 커피를 즐기듯 여유 있게 감상하는 단풍은 질적인 차이가 있다.
현재 국립공원 대피소는 지리산 7곳, 설악산 5곳, 덕유산 1곳, 소백산 1곳까지 총 14곳이 있다. 이 중 최고의 단풍 명소는 설악산 소청대피소다. 주관적 척도임에도 망설임 없이 소청대피소를 첫 손가락으로 꼽은 것은 공룡능선과 백두대간이 펼쳐지는, 감히 다른 산장 풍경과 비교하기에는 경치의 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3년 리모델링해 비교적 최신 시설인 소청대피소는 이름처럼 소청봉 아래 해발 1,450m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설악산 대청봉을 등지고 있으면서 바로 앞으로 용아장성릉과 가야동계곡, 공룡능선, 범봉, 멀리 동해바다가 보인다. 화려함의 최대치라 할 만한 기암열전과 깊이 있는 계곡이 어우러졌으며, 여기에 운해와 단풍 색감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가을의 전설’ 같은 풍경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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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제2연화봉대피소. 전망이 탁월해 산사면을 곱게 물들인 단풍을 볼 수 있다.
종일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자연의 명작이 펼쳐진다. 날씨가 쌀쌀할 때는 통유리로 된 식당 안에서 음식을 먹으며 경치를 즐길 수 있으니 한국 최고의 가을 비경 산장으로 뽑기에 무리가 없다. 다만 11월에 찾는다면 고도가 낮은 계곡 입구에만 단풍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리산은 단풍이 좋은 대피소를 뽑기가 어렵다. 산장 주위로 대체로 나무가 높고 능선에 자리해 단풍이 일찍 진다. 다만 초가을인 10월이라면 활엽수로 둘러싸인 소박한 크기의 연하천대피소가 운치 있다. 시원한 경치나 화려한 맛은 없지만 적당히 열린 하늘과 깊이 있는 능선의 단풍을 누릴 수 있다.
지리산 대피소 중 가장 북쪽에 자리한 치밭목대피소는 한적함을 만끽하려는 이에게 제격이다. 대원사에서 중봉으로 이어진, 가장 교통이 불편하고 등산객이 적은 산길에 있어 무게감 있는 고요를 음미할 수 있다. 지난해 리모델링해 깔끔하면서도 60명 정원의 비교적 작은 산장이라 소박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다만 11월 초에는 해발 800m 이하에만 단풍이 있어, 대원사나 유평리에서 올라올 경우 산행 초반에만 단풍을 볼 수 있다.
소백산의 제2연화봉대피소는 해발 1,400m 봉우리 꼭대기에 있어, 사실상 단풍은 지고난 뒤다. 하지만 동쪽으로 시야가 뻥 트여 있고, 더 높은 산이 드물어 산기슭 곳곳의 단풍이 계곡으로 내려서는 계절의 흐름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게다가 2015년 12월에 지은 최신 시설이라 깨끗하고, 죽령에서 제2연화봉까지는 2시간 정도 걸어서 올라가야 하지만, 포장도로를 따르는 길이라 초보자와 동행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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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비로산장. 풍성한 활엽수 숲에 자리하고 있어, 단풍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독특한 산장들
비로산장은 속리산국립공원 안에 자리한 독특한 숙박 시설이다. 속리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인 1965년 지어진 산장으로 세심정에서 경업대로 이어진 계곡에 있다. 전형적인 시골 구옥이라 재래식 화장실과 낡은 시골방 등 불편한 점은 있지만, 맑은 계류와 붉은 단풍의 조화가 아름다운 은밀한 명소다. 가만히 앉아 물소리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전화(043-543-4782)로만 예약 가능하며, 먹을 음식을 직접 가져와야 한다.
경치 좋은 산장만 있는 건 아니다. 수락산장은 먹고 듣는 즐거움이 있다. 서울 서쪽 경계를 이룬 능선인 수락산 정상에서 남양주 방면으로 5~10분 정도 내려간 지점에 수락산장이 있다. 수락산 산행을 오래 한 사람도 서울 방면 등산로와 주능선으로만 다닌 탓에 수락산장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숲 속에 자리해 경치는 부족하지만 25년 동안 산장을 지킨 곽유진씨가 조리하는 음식이 맛깔나다.
1970년에 보안 목적으로 전국의 산에 35개가 지어졌으며, 지금은 도봉산장과 수락산장만 남아 있다. 남양주시에 정식 영업허가를 받은 산장이며, 숙박은 하지 않고 식당 역할만 한다. 독특한 것은 ‘노래하는 산장’을 테마로 매주 토요일이면 라이브 통기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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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의 뷰포인트로 꼽히는 설악산 소청대피소.
주인장인 곽유진씨를 비롯해 10년 넘게 이곳을 오간 단골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누구에게나 무대가 열려 있는 셈이다. 봄·가을에는 한 번씩 음악회를 열어 어려운 청소년을 돕는 천주교 단체인 대건까리타스 복지회에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고 있다. 자연산 버섯전, 산야초 도토리묵, 버섯라면, 산야초 비빔국수가 별미이며, 솔방울차, 삼지구엽차, 모과차 같은 다양한 차를 판매한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민간 산장은 남해 금산의 금산산장이다. 과거 부산여관으로도 불렸던 곳으로 보리암 부근 기암절벽에 자리하고 있다. 장점은 정상 바로 아래의 보리암까지 도로가 있어 노약자도 어렵지 않게 올 수 있다는 것. 더불어 화려한 금산 정상부의 상사바위, 돼지바위, 코끼리바위 사이에서 온 바다를 물들이며 지는 노을과 기운 넘치는 해돋이를 편안하게 볼 수 있다. 11월이면 남해의 단풍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다. 전화(055-862-6060)로만 예약 가능하며 시골집이라 시설은 허름하다. 산골밥상(1인분 8,000원)과 동동주를 먹을 수 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란 책 제목처럼, 스치듯 지나며 볼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산장 앞에 느긋이 앉아서 단풍을 음미한다면,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가을이 진한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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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제2연화봉대피소 침상. 최신 시설이라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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