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ㅣ경상도의 산 오봉산 632.9m] 1,500년 전 신라의 가을을 찾아서...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입력 2019.11.25 16:34

    신라 때 축조한 부산성터 따라가는 길…주사암, 지맥석 등 문화유산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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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신 장군의 설화가 있는 지맥석持麥石은 오봉산의 지세와 주변 풍광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명소다.
    단풍이 어우러지는 가을의 문턱을 넘었다. 벌써부터 설악산과 지리산에 얼음이 얼고 눈이 내렸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갑자기 추워지면 단풍이 들기도 전에 나뭇잎은 낙엽이 되어 떨어져 버린다. 그렇지만 남쪽 산야의 수목들은 그 짙푸른 도도함을 잃지 않고 있다. 경주의 오봉산도 산 색깔이 아직 푸르기는 마찬가지다. 산이 그려내는 자연미에다 1,500년 전 신라의 문화유산도 만날 수 있다.
    오봉산五峯山 산행은 건천읍 송선리의 송선(선동) 시내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성암사로 향한다. 성암사 앞 계곡을 건넌 뒤 오봉산 동남릉을 따라 261.3m봉~부산성터~천지못을 거쳐 오봉산 정상에 올라선다. 하산은 마당바위를 거쳐 주사암~주사암 주차장~늪지대~임도~672.6m봉~571m봉~북두암~성암사를 지나 송선(선동) 시내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온다. 약 12㎞에 이르는 원점회귀로, 절반은 성터를 따라가는 코스이다.
    성암사 앞 개울을 건너 콘크리트 수로의 수문 뒤 산비탈로 오른다. 능선에 이르면 곡산 한씨 묘지를 만나고 뒤이어 261.3m봉을 지난다. 간혹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능선 길을 고집하다 보면 사적 제25호인 부산성富山城 터를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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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산 동남릉은 성암사 앞 개울을 건너 콘크리트 수로의 수문 뒤로 오른다.
    주사산성朱砂山城으로도 불리는 이 성은 신라 문무왕 3년(663) 정월에 축조되었다고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다. 신라 향가 <모죽지랑가慕竹旨郎歌>의 무대로 <삼국유사>에 관련 설화와 함께 가사가 전한다. 성의 축조는 백제군의 침입에서 비롯됐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선덕여왕 5년(636) 백제 장군 우소가 무장한 병사 500 명을 이끌고 와서 여근곡에 숨어 있다가 선덕여왕의 기지로 모두 섬멸됐다. 옛 문헌에 옥문곡玉門谷으로 기록된 여근곡은 오봉산 동쪽 소산(작은 산) 기슭에 북향으로 형성된 둥글고 도톰한 지형이다.
     
    이제부터 고즈넉한 산길이 성터를 따라 이어진다. 올라선 484.3m봉은 터가 넓은 묘지와 함께 숲속에 갇혔다. 주등산로 제6지점 표지판을 지나면 산중 연못인 천지못이다. 깊이는 알 수 없으나 제법 물이 가득하다. 여근곡 갈림길에서 한 굽이 올라서면 북동쪽 전망이 훤하게 보이는 바위지대다. 지나온 산등성이 너머에 건천읍내와 주변 들판이 가을빛으로 펼쳐진다. 그 뒤로 태백에서 뻗어온 낙동정맥의 낮은 산등성이가 어림산에서 휘돌아 관산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건너 남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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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산 정상에 오르기 전 만나는 코끼리바위.
    완만하던 능선 길에서 콘크리트 포장길을 만난다. 승용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는 서면마을에서 주사암을 연결한다. 잠시 후 도로 옆 파평 윤씨 묘지 뒤 숲길로 든다. 코끼리바위를 거쳐 묘지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오봉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커다란 바위가 가운데 있고, 바위 위에 표석을 세웠다. 표석 옆에 올라서니 서쪽을 제외하고는 전망이 트인다. 멀리 북쪽에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이 있고 그 뒤로 팔공산이 아스라하다. 남쪽으로 단석산, 동쪽에 남산과 그 뒤로 토함산이 보인다.
    오봉산은 낙동정맥에서 동쪽으로 비켜 있다. 오봉산은 말 그대로 다섯 개 봉우리가 있지만 정상 이외 나머지 4개봉은 별다른 특징이 없다. 부산富山, 오로봉산五老峯山, 산의 모양이 닭 볏을 닮아 닭벼슬산, 주사바위가 있어 주사산朱砂山 등으로도 불렸다. 주사바위는 현재 어느 것인지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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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근곡 갈림길 지나 만나는 바위지대는 전망이 훤하다. 지나온 산등성이 너머로 건천읍내와 주변 들판이 가을빛으로 펼쳐진다.
    정상에서 산등성이를 따라 서쪽으로 가면 마당바위다. 1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널찍한 바위는 김유신 장군이 군사를 훈련시키며 보리로 빚은 술을 나눠줬다는 지맥석持麥石이다. 발아래 천촌리 일대와 낙동정맥의 산릉 너머로 구룡산, 장육산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장군바위로도 불리며, TV드라마 <선덕여왕>, <동이>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주사암朱砂庵으로 향한다. 오봉산 정상 아래 아늑하게 자리한 절집은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고찰로 처음에는 주암사朱巖寺라 불렀다고 한다. 창건에 대한 몇 가지 일화가 전해 오는데 공통적인 것은 절 이름과 관련된 붉은 바위(주사암)에 관한 것이다. 일요일 점심에 방문하면 맛깔스런 국수로 점심 공양을 제공한다.
    주사암에서 주차장으로 나와 다시 남쪽 방향 부산성터를 따른다. 첫 갈림길에서 오른쪽 산길로 성터와 나란히 가면 곧 이정표를 만난다. 숙재고개 방향으로 내려서면 늪지대로 옛 고랭지 채소밭이다. 서문 쪽으로 오르는 능선 길은 수풀이 무성해 찾을 수 없다. 성터 안의 임도를 따라 걷는다. 전망이 좋은 임도에서 뒤돌아보면 지나온 오봉산 산릉과 주사암이 또렷하다. 그 뒤로 대구·영천 일대의 첩첩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하늘금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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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봉산 정상석 옆에 올라서면 전망이 좋아 멀리 북쪽에 보현산이 보이고 그 뒤로 팔공산이 아스라하다.
    넘어진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임도에서 남문 쪽으로 꺾어 오른다. 형체만 남은 을씨년스러운 목장건물을 지나친다. 다시 널따란 고랭지 채소밭이 펼쳐지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틀면 연못이 있다. 묵은 채소밭을 오르면 임도는 끝나고 숲길이다. 수풀이 무성해서 길은 흐릿한데 별도의 이정표가 없으니 주의해야 한다. 672.6m봉은 대강 짐작으로 헤아려본다. 이제부터 무너진 성곽을 이어가는 길이다. 성 바깥의 사면은 경사가 심하다. 성곽 가장자리에 철책이 있었던 흔적을 따라 산길이 나 있다.
    571m봉 직전 안부 갈림길에는 철조망을 치고 ‘등산로 아님’이란 팻말이 달렸다. 북두암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모양이다. 무너진 성벽을 넘으면 계곡 길로 잇게 되지만 그대로 571m봉으로 오른다. 오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뚜렷한 성벽을 넘어 삼각점(경주 316, 1982 재설)이 설치된 571m봉에 선다. 산길은 끊어졌다. 왼쪽 산비탈로 더듬어 내려서면 임도를 만나고 곧 북두암에 닿는다. 북두암 입구의 선인대에 오르면 건천읍을 내려다보고 솟은 단석산이 가깝다. 절집을 잇는 산길 따라 터벅터벅 내려서면 성암사에 닿는다. 도로를 따라 송선리 버스정류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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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뚜렷하게 남아 있는 부산성의 성벽.
    산행길잡이
    건천읍 송선(선동) 시내버스정류장~성암사~ 오봉산 동남릉~261.3m봉~부산성터~ 천지못~오봉산 정상~마당바위~주사암~ 주사암 주차장~늪지대~임도~672.6m봉~ 571m봉~북두암~성암사~송선(선동) 시내버스정류장 <5시간 30분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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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두암을 지나 선인대에 오르면 건천읍을 내려다보고 솟은 단석산이 가깝다.
    교통
    경주역에서 출발하는 350번 시내버스를 타면 산행 기점인 건천읍 송선(선동) 시내버스정류장에 닿는다. 경주역에서 7시 45분에 첫 차가 있으며, 이후 약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해 경주고속버스터미널에 정차한 뒤 송선리까지 간다. 문의 ㈜새천년미소 054-742-2691~3.  
    숙식(지역번호 054)
    경주는 어딜 가든 숙박에 큰 불편이 없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숙박시설이 많다.
    맛집으로는 첨성대 인근의 고도맷돌순두부 (777-7078)가 있다. 아침 일찍 여행하는 이들을 위해 오전 7시 30분부터 문을 연다. 황오동 팔우정 해장국거리는 24시간 연중무휴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해장국 외에도 선짓국, 추어탕 등을 차려 낸다. 시외버스·고속버스터미널과 경주역에서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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