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ㅣ<문명이야기>] 인간은 야만성을 어떻게 벗었을까?

입력 2019.11.0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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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 윌 듀런트 지음. 왕수민·한상석 옮김. 민음사刊. 각권 600~1,000p, 2만8,000~4만5,000원.
역사를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투키디데스는 그의 최초의 역사서 <역사>에서 ‘나는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들은 대로 기록할 뿐이지 그 사실의 진위여부는 별개의 문제다’라고 서문에 밝히고 있다.
이를 두고 랑케는 투키디데스를 ‘역사 서술의 창시자’라고 평가하면서 “과거 사건들을 실제로 일어난 그대로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라고 평가한다. 들은 대로 서술하는 것과 사실의 객관적 묘사는 굉장히 차이가 크다. 그만큼 역사를 평가하기란 쉽지 않다.
고대부터 나폴레옹시대까지 동서양의 역사를 문명의 관점에서 펴낸 미국의 역사가 윌 듀런트Will Durant(1885~1981)는 “역사란 추측이 태반이고, 나머지는 편견이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당대에 같이 살아도 사실을 보는 관점도 다르고, 어느 사실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게 역사다. 또한 역사를 평가한다고 하더라도 주관적 입장이 녹아들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똑같은 사실을 놓고도 두 역사가가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인식을 듀런트는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러한 역사적 시각을 가지고 동서양을 넘나들며 인류 문명사 1만 년의 비밀을 서술한 <문명이야기>(민음사刊)는 보면 볼수록 세계문명사의 기념비적 걸작으로 평가받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부터 나폴레옹에 이르기까지 그 방대한 지식과 그 지식을 옮겨놓은 분량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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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이야기The Story of Civilization> 윌 듀런트 지음. 왕수민·한상석 옮김. 민음사刊. 각권 600~1,000p, 2만8,000~4만5,000원.
그의 관점은 제목에서 밝혔듯이 ‘문명’. 듀런트는 문명에 대해 ‘문화 창조를 촉진하는 사회적 질서를 말한다. 문명을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로는 물자비축, 정치조직, 윤리적 전통, 지식 및 예술의 추구’라고 강조한다. 요약해서 한마디로 하면 영국인이 영국문명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영국문명이 영국인을 만든다는 얘기다. 문명은 한두 해가 아닌 수세기에 걸쳐 쌓인 반면 인간은 몇 십 년, 길어야 기백 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적 관점을 ‘하나의 사실이 지리적으로 제한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서로 연관돼서 움직인다’고 주장한다. 책에 나온 예를 들면, 중국의 만리장성은 유럽의 로마제국을 망하게 한 원인이라고 한다. 만리장성 축조로 인해 훈족이 중국으로 침입을 못 하고 유럽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마치 ‘나비효과’를 연상케 하는 역사적 관점이다.
서양의 역사책은 대부분 그리스, 로마에서 시작해서 당대를 넘기지 않는 게 보통이지만 <문명이야기>는 동서양에 걸쳐 1만 년 동안 발생한 사건을 언급한다. 그가 50년에 걸쳐 10권을 펴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지만 각 책마다 목차를 보면 또 한 번 더 놀란다. 1-1과 1-2권이 동양문명 수메르에서 일본까지, 2-1과 2-2권이 그리스문명, 3-1과 3-2는 카이사르와 그리스도, 4-1과 4-2는 신앙의 시대, 5-1과 5-2는 르네상스로 분류했다. 각 권마다 최소 600~1,000페이지에 이른다.
정독해서 제대로 다 읽으려면 1년은 꼬박 걸린다. 시간 날 때 관심분야라도 한 번씩 읽어보면 역사의 흐름과 현대를 보는 관점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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