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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아웃도어 파워 피플ㅣThumb_k 김엄지] ‘엄 대장’ 못지않은 신세대 ‘엄 대장’ 엄지를 아시나요?

글 신준범 기자 사진 한준호 차장 김엄지 제공
  • 입력 2019.11.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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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사랑하고 백패킹 즐기는 만능 아웃도어 미녀…SNS 구독자 2만 명 넘어

SNS에서 ‘엄지’로 손꼽히는 아웃도어 스타가 있다. 백패킹, 산행, 스키, 프리다이빙, 롱보드, 서핑, 스킨스쿠버, 낚시, 스포츠클라이밍을 두루 즐기는 멀티 아웃도어 유저 김엄지씨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2만1,300여 명이며, 유튜브 구독자 수는 2만4,000여 명에 이른다. 그의 이름 중간 글자를 따서 ‘엄 대장’이란 별명으로도 불리며, SNS상에서 산악인 엄홍길 대장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사진에는 호감 지수인 ‘좋아요’가 1,000개 이상 달리는 것이 기본이며,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가 2만 회를 넘는 것도 상당수다. 최고를 뜻하는 그녀의 순우리말 이름처럼 아웃도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SNS에서의 이름도 엄지의 영문명인 ‘썸Thumb’에 김씨 성의 약자를 붙인 ‘Thumb_k’이다.

김엄지씨의 인기는 바뀐 아웃도어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아웃도어가 곧 등산으로 통하던 시절을 지나, 땅과 하늘, 바다를 넘나드는 다양한 야외 활동이 대세가 된 것이다. 과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모험적인 활동도 김엄지씨 같은 젊은 여성이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괌 탈로포포Guam Talopopo 트레킹 중 경치 좋은 곳에서 요가 자세를 취했다.
괌 탈로포포Guam Talopopo 트레킹 중 경치 좋은 곳에서 요가 자세를 취했다.

사람들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레포츠를 젊은 미모의 여성인 김엄지씨가 즐기는 예쁜 사진·영상을 보면서, 기존의 선입견이 무너지는 놀라움과 동시에 즐거움을 얻는 것으로 해석된다. 많은 활동 중에서 그녀가 가장 엄지로 꼽는 것은 백패킹이다.

“산이나 바다에서 아침에 눈 떴을 때 보이는 모습이 좋아요.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파도 소리, 바다 냄새, 구름 사이로 내리는 햇빛 커튼까지 너무 멋지고 좋아요. 매번 다른 장소에서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자연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누구든 하룻밤을 겪어보면 그 매력에 빠지게 될 거예요.”

미국 캘리포니아 맘모스마운틴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활강하는 장면을 고프로를 이용해 촬영했다. 고프로는 작고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며 방수성이 뛰어나 아웃도어 활동에서 항상 휴대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맘모스마운틴에서 스노보드를 타고 활강하는 장면을 고프로를 이용해 촬영했다. 고프로는 작고 가벼워 휴대가 간편하며 방수성이 뛰어나 아웃도어 활동에서 항상 휴대한다.

독특하게도 그녀는 솔로 야영을 즐긴다. 보통 백패킹을 1박2일 하는 이들이 대부분인데, 그녀는 3박4일 동안 혼자 야영을 즐긴다. 백패킹에 빠져 살았던 2017년의 경우 124일을 야외에서 지냈다. 엄지씨는 “시끄러운 게 싫어서 평일에 혼자 야영하는 걸 즐긴다”며 “대신 혼자 있어도 안심할 수 있도록 사람들이 많이 찾는 야영 터로 간다”고 한다.

혼자서 3박4일 동안 지루하지 않을까 싶지만, 엄지씨는 “멍하니 있는 걸 좋아하고, 낮잠도 자고, 노래도 듣고, 영화도 본다”며 “혼자 있는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녀의 유튜브 백패킹 영상을 보면 걷고, 텐트 치고, 편의점에서 구입한 화기가 필요 없는 음식을 먹거나, 잠을 자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괌 파곳 케이브Pagat cave의 정글숲을 걷고 있는 김엄지.
고프로를 통해 찍은 사진과 영상을 유튜브와 SNS에 올려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괌 파곳 케이브Pagat cave의 정글숲을 걷고 있는 김엄지. 고프로를 통해 찍은 사진과 영상을 유튜브와 SNS에 올려 구독자들과 소통한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게 해준 백패킹

그녀의 백패킹은 틀이 없다. 해변, 산꼭대기, 잣나무숲, 캠핑장, 강가 등 다양한 자연 속에서의 시간을 즐긴다. 백패킹 장비도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기보다는, 장비 자체의 실용성을 즐긴다. 국내 중저가 브랜드의 텐트를 가장 즐겨 쓸 정도로, 고급 장비로 치장한 과시적인 백패킹과는 거리가 있다.

체육 관련 전공인 줄 오해 받기도 하지만 엄지씨는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주된 수입원은 편곡과 개인 레슨이다. 특히 연말이 되기 전 교회에서 의뢰 받는 클래식 편곡 작업의 비중이 크다. 프리랜서라 시간 활용이 자유로우면서도, 안정적인 아웃도어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셈이다.

첫 아웃도어는 스노보드였다. 대학교 교양 수업으로 배운 스노보드에 푹 빠졌고, 겨울이 아닐 때도 보드를 타고 싶어 시작한 것이 롱보드였다. 무언가에 빠지면 무섭게 파고드는 그녀의 성격답게 2015년에는 롱보드 대회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스키장에서 정강이 골절을 당하는 큰 부상을 입었다. 철심을 빼기까지 1년 반이 걸렸는데, “몸이 아프니 정신도 아팠던 시간”이었다.

괌 세티베이Cetti Bay 트레킹 중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괌 세티베이Cetti Bay 트레킹 중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리가 낫고 나서 그녀가 먼저 했던 것은 보드가 아닌, 산행이었다. 답답했던 재활 기간 동안 생긴 ‘자연 속을 누비고 싶다’는 걷잡을 수 없었던 충동을 캠핑과 산행으로 풀었고, 결국 두 가지를 결합한 백패킹을 하게 되었다.

“큰 배낭을 짊어지고 걸어가서 하룻밤을 묵고 오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힘도 들죠. 하지만 이 모든 걸 자연과 함께하면 그 노력에 차고 넘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요. 일상에 치이고, 사람에게 치이고, 빡빡한 도심에서 스트레스 받을 때, 자연으로 힐링하러 가요.”

필리핀 보홀 발리카삭Bohol Balicasag에서 프리다이빙 하던 중 거북이를 만났다. 고프로는 별도의 케이스가 없어도
10m까지 방수 가능하다.
필리핀 보홀 발리카삭Bohol Balicasag에서 프리다이빙 하던 중 거북이를 만났다. 고프로는 별도의 케이스가 없어도 10m까지 방수 가능하다.

“꿈이 무엇이냐?”는 진부한 질문에는 과장 없이 솔직하게 답한다. 어떤 큰 꿈이 있다기보다 순간을 즐기면서 살고 있다는 것.

그녀가 즐기는 바다 레포츠 중 가장 모험적인 종목은 ‘프리 다이빙Free diving’이다.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무호흡 상태로 잠수하는 것을 말한다. 바다에서 최대 수심 40m까지 잠수한 적이 있을 정도로 수준급의 실력을 갖추었다.

도심에서 롱보드를 타는 김엄지. 롱보드 대회에서 우승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도심에서 롱보드를 타는 김엄지. 롱보드 대회에서 우승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도전 의식이 강한 그녀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곧장 행동으로 옮긴다. 과거 ‘할까 말까’하는 고민으로 하루를 낭비한 뒤부터는 새로운 것이라도 하고 싶으면 일단 하고 본다.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도 아웃도어를 즐기는 이유”라고 한다. 어떤 종목이든 “시작하기 전의 설레는 마음이 좋고, 함께 땀 흘리며 느끼는 즐거움에서 매력을 느낀다”고 얘기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양주 노고산 정상에서 보았던 북한산 해돋이를 꼽는다. “강인한 북한산의 검은 실루엣 위로 떠오르는 태양은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힘든 상황들을 이겨내며 이런 순간을 마주칠 때, ‘자연과 함께한다’는 것을 느낄 때 행복하다는 ‘엄지 척 그녀’ 김엄지씨다.

우이동 오투월드에서 빙벽등반을 즐기고 있다.
우이동 오투월드에서 빙벽등반을 즐기고 있다.
백패킹, 야영, 차박(차에서 야영하는 것) 등 그녀의 캠핑은 제한이 없다. 고프로 음성 인식기능을 이용해 찍었다.
백패킹, 야영, 차박(차에서 야영하는 것) 등 그녀의 캠핑은 제한이 없다. 고프로 음성 인식기능을 이용해 찍었다.
항상 솔로 캠핑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친구들과 한겨울 백패킹을 즐기기도 한다.
항상 솔로 캠핑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친구들과 한겨울 백패킹을 즐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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