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ㅣ해외 케이블카 사례 점검] 선진국일수록 환경 중시, 케이블카 건립 못 해

입력 2019.10.29 10:54

스위스도 관광용만 따지면 2,480개 아닌 450개… 100여년 전 지은 건물 리모델링해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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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대 자연유산으로 꼽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에 설치된 케이블카. 사진 셔터스톡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지난 9월 16일 환경부 부동의로 사실상 무산되면서 일단락됐지만 강원도민을 중심으로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등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찬성론자들이 해외 선진국들이 케이블카를 적극적으로 운영하며 경제적 효용을 얻고 있다고 주장(본지 10월호 ‘스위스, 케이블카 2,480개 운영하며 年 1조6,000억 효과’)하자, 반대론자들이 “찬성론자들이 제시한 자료와 해석은 잘못됐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케이블카 반대 진영에 의하면, 찬성 측에서 가장 즐겨 인용하는 ‘스위스는 케이블카 2,480개를 운영한다’는 사실도 통계를 뭉뚱그렸기 때문에 나온 수치라고 한다. 스위스삭도협회가 지난해 7월 발간한 <스위스 삭도 수치 및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스키장 리프트, 컨베이어 벨트 등을 포함한 모든 삭도의 수가 2,480개며,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산악 열차, 로프웨이 등 흔히 ‘케이블카’라고 부르는 시설은 66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연구원의 <케이블카 설치 시 고려 사항에 관한 사례 연구>에 의하면 이 중에서도 순수 관광용 케이블카는 450여 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결국, 오색케이블카와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해야 하는 케이블카는 450여 개라는 것이다.
또한 스위스는 케이블카 건설을 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유럽의 산악관광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스위스 산악관광 시설물들은 과거 19세기 말에 지어진 건물을 현대적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으며, 지형, 경관 및 생태적 특성 등을 고려해 절개지 발생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채택했다고 한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도 “스위스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으며, 케이블카가 운영되는 곳은 스키장과 관광지일 뿐”이라며 “선진국의 산악 국립공원에는 2000년대 이후 케이블카를 설치한 적 없으며 오히려 철거하는 추세”라는 논평을 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31개소 국립공원에서 27개 케이블카와 33개 산악열차를 운영하고 있지만 1970년 츄부산가쿠국립공원에 신호타카 로프웨이가 설치된 이후 더 이상 케이블카를 신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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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권금성의 푸른 풍경. 사진 설악녹색연합 박그림
생태 유사한 아시아권, 케이블카 반대 운동
해외 케이블카 사례를 분석할 때 유럽 선진국이 아니라 한국과 생태나 문화적 풍토가 유사한 아시아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됐다. 이 국가들은 자국의 생태유산 파괴를 염려해 케이블카 신축에 적극적으로 반대한 경우가 많았다.
말레이시아의 페낭 섬은 오색케이블카와 똑같은 상황이다. 페낭은 2008년 관광객이 20만 명 수준이었지만 2017년에는 16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관광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이곳에는 이미 섬에서 가장 높은 페낭 힐Penang Hill(820m)로 이어지는 산악열차(트램)가 운행 중이지만, 지난 2016년부터 당국의 주도로 섬의 북서쪽까지 연장된 케이블카를 추가로 건설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페낭 힐에 위치한 식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열대 숲에 위치한 유일한 식물원이므로 더 이상의 환경 훼손은 안 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현재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에 위치한 웰링턴산(1,271m)도 같은 일을 겪고 있다. 케이블카 시공업체가 웰링턴의 케이블카 사업 계획을 밝히자 지역 주민들이 ‘산을 존중하라Respect the mountain’라는 단체를 만들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베트남 사파Sapa도 지난 2013년 케이블카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있었다. <베트남 뉴스>에 따르면 일부 지역주민들이 환경 훼손과 종교 유산 파괴를 걱정하며 반발했지만, 관광 수익 증대를 원하는 여론이 더 높아 2015년 완공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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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곳에서 바라본 현재 권금성의 모습. 사진 설악녹색연합 박그림
케이블카는 환경을 얼마나 파괴할까? 국내외를 포함해 케이블카 건설 전과 후의 환경생태를 비교분석한 보고서를 찾을 수 없다. 따라서 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로만 짐작해 볼 수 있다. 케이블카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동·식물상, 자연환경자산, 기상, 대기질, 온실가스, 수질, 토지이용, 지형·지질, 소음 등 다양한 항목으로 이뤄진다. 오색 케이블카의 경우에는 공사로 인한 나무 훼손 819주, 법정보호종인 산양을 포함한 포유류 주요종의 서식지 감소 및 이동, 공사 중 일일 토사유출량 3톤, 일일 오폐수 137.5㎥ 발생 등이 예상된 바 있다.
설악산 권금성은 케이블카가 식생에 미치는 영향을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설악녹색연합의 한 관계자는 “1960년대 권금성은 바위틈에 나무와 풀이 무성했지만 지금은 각종 나무와 초본류들이 전부 사라진 채 민둥 암벽으로 변해 버렸다”고 했다.
권금성 정상부 훼손지는 국립공원공단에 의해 지난 2011~2013년 동안 일부 복원됐지만, 전체 식생 복원 사업은 토지 소유자와의 이견으로 보류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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