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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해외 이슈ㅣ남극 해빙] 녹아내리는 남극은 재앙 될까, 기후변화 극복 실마리 될까?

글 서현우 기자
  • 입력 2019.11.18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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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올해 남극 해빙海氷 면적 관측 이래 가장 작아…긍정론 vs 부정론 첨예

녹은 남극의 빙하 잔해가 바다에 떠다니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녹은 남극의 빙하 잔해가 바다에 떠다니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의 출발지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 남극 해빙 면적이 올해 여름 전 세계 유례없는 더위가 찾아오면서 관측 이래 가장 작은 면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남극 빙하의 면적 감소 현상이 극단에 이르자 남극 빙하의 유실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연구와 오히려 남극 빙하가 녹으면서 지구온난화가 지연될 것이란 반대 연구까지 다양한 보고서들이 발표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지난 7월 전 세계 평균 기온이 16.7222℃로 인류가 기상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후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기온 상승은 극지방 해빙에도 영향을 미쳤다. 북극의 해빙은 1978~2010년 평균치보다 19.8% 감소해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남극은 1979년 첫 관측 이래 가장 작은 면적을 기록했다.

남극이 녹으면서 일어날 우려가 있는 가장 잘 알려진 기후재앙은 메탄 유출이다. 남극 빙하 밑에는 빙하기가 오기 전 남극 대륙에 번창했던 동식물들의 사체가 생성한 막대한 양의 메탄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남극 빙하가 녹을 경우 최소 800억 톤에서 최대 4,800억 톤의 메탄이 대기 중에 유입될 것이라고 한다. 이 연구는 800억 톤은 전 세계 가축이 매년 내뿜는 메탄가스(약 8,000만 톤)의 1,000배라고 지적했다. 전 세계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인간 활동과 관련된 메탄가스 배출량 중 37%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에는 남극의 해빙을 더욱 가속화하는 기제에 관한 연구도 발표되고 있어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9월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남극의 해빙을 자극하는 취약점 중 하나인 ‘물웅덩이’에 대해 최초로 체계적인 조사를 시행한 결과 기존 예측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물웅덩이는 남극에 여름이 와서 얼음 표면이 녹기 시작하면 빙붕(남극 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약 200~900m 두께의 얼음덩어리) 상에 형성된다. 표현상 웅덩이Melt Ponds일 뿐 규모가 큰 것은 호수만 하다. 웅덩이가 흘러넘쳐 강을 이루기도 한다. 영국 더럼대학교 빙하학자 크리스 스토크는 “위성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남극 동부에서만 총 6만5,000개의 물웅덩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물웅덩이는 푸른색을 띠기 때문에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며, 열을 받은 물은 얼음 속으로 스며들어가 해빙을 더욱 촉진한다”고 분석했다.

위성에서 바라본 남극 빙붕에 형성된 물웅덩이. 사진 <사이언티픽 리포트></div>
위성에서 바라본 남극 빙붕에 형성된 물웅덩이. 사진 <사이언티픽 리포트>

빙하 녹으면 탄소 먹는 미생물이 큰다?

반면 ‘남극 빙하가 녹으면서 오히려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키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도 발표되고 있다. 뉴펀들랜드메모리얼 대학교 뢰브 타라소프 부교수는 “남극 서부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 속으로 유입될 때 미생물과 상호작용해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같이 끌고 들어간다”고 전했다.

타라소프 교수가 설명한 ‘해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저감 현상’은 다음과 같다. 빙하가 녹으면서 흐르게 되면 빙하 밑 기반암을 침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영양분이 풍부한 가루가 생성된다. 이 가루가 주변 해양에 유입되면 특정 미생물 집단이 번성하게 된다. 이 미생물은 해수면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착한 후 죽으면서 심해로 가라앉는다고 한다.

그러나 타라소프 교수는 “이 미생물들이 대기에서 흡착하는 탄소의 양이나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수준을 정량화하긴 매우 어렵다”며 “이는 단순한 상호작용이 아니라 거대한 순환작용 중 발생하는 한 단면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연구진도 최근 유사한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 극지연구소 김기태 선임연구원과 포스텍 환경공학부 최원용 교수의 연구팀은 지난 7월 극지방에서 물이 얼어붙을 때 생성되는 철 이온으로 인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미세조류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타라소프의 연구와 반대로 얼음이 얼어붙으면서 얼음 결정 주위에 특정 성분이 모이는 동결농축 효과로 인해 미세조류가 활성화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미세 영역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가 지구 전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밝히기 위해 연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연구가 성과를 낸다면 지구온난화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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