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걷기 <21>] 휴식의 기술

  •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입력 2019.11.25 16:36

    프랑스 자연주의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이삭 줍는 사람들’을 보다가 스치는 그 무엇에 골똘했다. 왜, 그림 속 여인들은 앉아서 이삭을 줍지 않고 허리를 굽힌 채 무릎을 편 자세일까? 서양인은 구릉이 많은 환경에서 진화하다 보니 다리가 길어지고 골반이 커진 탓으로 앉는 자세가 불편하고, 반대로 산이 많은 우리에겐 오르기 쉽도록 다리가 짧아져 쭈그려 앉기에 익숙하고 밭장다리나 안짱다리도 많아졌을 것이다. 그래서 체형과 목적에 따라 걸음걸이와 쉬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그 이유로 ‘자연과 호흡’하는 산행山行은 위험요소를 배제하며 즐기는 여가활동leisure이고 ‘자연을 극복’하는 등산登山은 경기sports라는 것을 알면 이해할 수 있다. 등산학교의 사점극복死點克服이나 1시간 걷고 10분 휴식 등의 고정된 틀에 몸을 꿰맞추는 교육은 무리가 있으며, 잘못된 휴식은 ‘산행은 힘들다’는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휴식은 기술이 필요하다. 오르막길은 육체적, 정신적 피로와 더불어 계속되는 반복 동작으로 자칫 지겨워질 수 있다. 이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으로서 내가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실행하며 공감한 ‘서서 잠깐 쉬기’인데, 힘들다 싶으면 몸을 반대로 돌려 아래를 보며 2~3분 정도 서서 쉬는 동작이다. 경사가 심한 곳에 발을 모으고 스틱으로 지지하면서 아래로 쏠리려는 몸을 곧게 펴면 경직된 근육과 관절의 피로가 풀림과 동시에 올라 온 길을 내려다봄으로서 위로와 자신감도 생긴다. 내리막길에서의 ‘서서 잠깐 쉬기’는 반대로 위쪽을 보면서 스틱에 기대면서 턱진 돌이나 나무뿌리 등에 발끝을 걸치고 무릎을 펴며 뒤꿈치를 밑으로 쭉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하면 종아리와 허벅지 근육, 발목과 무릎 스트레칭이 된다. 똘똘한 휴식은 효율적으로 쉬며 힘을 북돋워 주는 질質에 있다.
    휴식의 기술은 에너지관리에서 시작된다. 좋은 걸음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만들어낸다. 즐기면서 걷고 쉰다는 느낌의 여유를 가져야 하는데, 성급한 마음으로 큰 보폭과 빠른 걸음으로 인해 숨이 거칠어짐은 승용차가 포뮬러formula 경기의 스포츠카 흉내를 내는 것으로서, 사람이나 자동차나 적정속도를 지켜야 심장과 엔진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다. 또한 힘이 있을 때 짬짬이 쉬어야 몸을 추스를 수 있고 안전을 위해 배낭이나 복장, 등산화 끈을 조이는 등의 운행 장비를 재점검할 수 있다.
    휴식은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에 더욱 요구되는데 도전의 등산이 아닌 숲에 안기는 입산入山이 될 때 몸과 마음이 함께 어우러지는 진정한 쉼이 된다. 쉴 ‘휴休’ 글자는 사람 인人변에 나무 목木을 합친 것으로서 “사람이 나무에 기대면 편안해진다”는 뜻임을 잘 알고 있을 터, 여기에 기술이 더해진다면 산길걷기는 더더욱 행복해지리라.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교장/건누리병원고문/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 사)대한산악연맹 찾아가는 트레킹스쿨 교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 교장/월간 산 대한민국 등산학교 명강사 1호 선정
    윤치술 교장은 ‘강연으로 만나는 산’이라는 주제로 산을 풀어낸다. 독특하고 유익한 명강의로 정평이 나 있으며 등산, 트레킹, 걷기의 독보적인 강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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