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 전라도의 숨은 명산ㅣ금전산] 신비로운 ‘물부처’ 있는 낙안벌판 전망대

글 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고문
  • 입력 2019.11.26 16: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세에 비해 산길 편안해 산행 짧지만 볼거리 많아

금강암 위쪽의 암릉지대. 멀리 황금빛 낙안벌판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금강암 위쪽의 암릉지대. 멀리 황금빛 낙안벌판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금전산金錢山(668m)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낙안면樂安面의 진산이다. 일제 강점기 때 금을 캐던 연유도 있지만 의상대와 원효대의 기운이 좋다고 알려지면서 한때 로또 명당이라는 소문까지 났다. 산 이름은 부처의 500 제자 중 한 명인 가난한 약초꾼 금전비구金錢比丘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금전산은 바위산에 가깝다. 거칠어 보이는 산세와 달리 전체적으로 완만하고 능선만 올라서면 조망도 좋다. 최고의 포인트는 암릉이 뭉쳐 있는 금강암金剛庵 일대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금강암 오른쪽에 위치한 의상대와 왼쪽으로 원효대가 우뚝 솟아 있고 개바위와 형제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넓은 낙안평야지대를 내려다보는 경치도 압권이다. 

신비한 것은 의상대 암반에 있는 물부처다. 암반에는 홈이 파여 이곳에 물이 고여 있는데 부처님 형상이라 ‘물부처’라 불린다. 사시사철 거의 마르지 않는다. 

의상대의 관음좌불상. 섬세한 조각솜씨에 감탄한다.
의상대의 관음좌불상. 섬세한 조각솜씨에 감탄한다.

금전산 서쪽 기슭에 자리한 금둔사金芚寺는 산의 무게감을 더해 준다. 9세기 무렵 창건한 백제 고찰로서 삼층석탑과 석불비상 등 보물급 문화재를 품고 있다. 700년이 넘는 차나무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납월홍매도 유명하다. 아래쪽 산기슭에는 수질이 좋다고 알려진 낙안온천이 있어 산행 후 피로를 풀어 준다.   

들머리는 불재로 잡는 것이 수월하다. 약수암 이정표를 따라 시멘트 포장로를 5분 올라가면 차량 차단기가 있다. 이곳에서 시멘트길을 버리고 우측에 있는 황톳길로 접어든다. 산밤나무가 지천이다. 법황사 갈림길에서 약수암 방향으로 계속 직진하면 은근한 오르막의 연속이다. CCTV 감시탑을 지나서 3분이면 약수암 갈림길이다. 약수암은 개인 기도처에 가깝다. 약수암 갈림길에서 우측 화강암반으로 올라서면 본격적으로 암릉과 잡석길이 시작된다. 

키 작은 소나무, 오리나무, 노간주나무가 많고 길은 잘 정비되어 있다. 구능수, 쌀바위, 처사샘이라고도 불리는 자연동굴은 커다란 암벽 하단에 있다. 입구는 좁지만 성인 2~3명이 들어앉을 수 있는 공간이다. 

불재에서 약수암 방향으로 오르는 길. 전체적으로 잘 정비되어있다.
불재에서 약수암 방향으로 오르는 길. 전체적으로 잘 정비되어있다.

이곳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처사가 이 동굴에서 수도를 했는데 석굴 구멍에서 하루 세끼 분의 쌀이 나왔다고 한다. 어느 날 손님 접대를 위해 과한 욕심을 부렸더니 그 후로는 쌀은 나오지 않고 쌀뜨물만 흘러 나왔다고 한다. 

크고 작은 화강암 잡석지대를 지나면서 시야가 조금씩 트인다. 데크 계단 끝에 조망대가 있다. 남쪽으로 오봉산, 호사산 줄기를 비롯해 북쪽으로 우산, 남산 등이 시원하게 보인다. 등 뒤로 보이는 거대한 암벽은 날카로운 매의 모습을 닮았다. 투구바위라고도 알려져 있다. 15분 정도 더 오르면 590m봉이다. 나무벤치와 돌탑이 있다. 조망은 나무에 가려서 시원찮다. 여기서 능선길에 접어든다.

바위산임에도 불구하고 능선은 오솔길처럼 평탄하다. 왼쪽으로 낙안 벌판이 계속해서 펼쳐진다. 20분 정도면 궁글재다. 불재에서 1.7km 지점이며, 정상까지 1.7km 남은 중간지점이다. 휴양림으로 곧장 내려갈 수도 있다. 15분 더 가면 네 갈래로 뻗은 커다란 노송을 만난다. 파라솔처럼 그늘을 드리고 있고 고흥 첨산과 두방산까지 조망된다. 굴참나무가 터널을 이룬 숲을 10분 정도 지나면 커다란 공터가 나타난다. 

직진하면 오공재로 향하고 정상은 왼쪽으로 약간 비껴 있다. 정상석이 너무 작아서 오히려 옆에 있는 돌탑이 더 눈에 띈다. 잡목들이 많아서 조망은 시원찮다. 약 20m 거리에 있는 헬기장에서 보는 조망이 더 시원하다. 멀리 조계산을 지나 백이산, 존재산 등 호남정맥 줄기가 기운차게 뻗어 있다. 

경외감마저 드는 의상대 물부처. 5년 만에 다시 찾아도 변함없는 모습이다
경외감마저 드는 의상대 물부처. 5년 만에 다시 찾아도 변함없는 모습이다

오랜 역사의 금강암 쇄락해

7부 능선에 있는 금강암에 가까워지면 주변 경치가 달라진다. 기암괴석 사이에 뿌리내린 운치 있는 노송들이 나타난다. 멀리 낙안벌판까지 막힘없는 풍광이다. 낙안벌판에 둥실 떠 있는 배처럼 보이는 것이 낙안읍성이다. 임경업 장군이 쌓았다고 하며 600년 역사를 지녔다. 사적 302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성내에는 실제로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고등산, 백이산, 제석산이 요새처럼 들판을 감싸고 있다. 

투명천장으로 가림막을 한 삼신각을 지나면 허름한 기와지붕의 금강암이다. 5세기경 백제 위덕왕 때 검단선사가 창건한 이후 한때는 고승들의 흔적이 많은 관음도량이었지만 현재는 쇄락한 모습이다. 금강암에서 담장처럼 보이는 바위를 돌아가면 의상대다. 

금강암 아래쪽에 있는 통천문(금강문).
금강암 아래쪽에 있는 통천문(금강문).

거대한 암봉 위에 크고 작은 공기돌을 올려놓은 듯한 형상이다.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는 물부처 형상이 있고, 솜씨 좋은 석공이 섬세하게 조각한 관음좌불상도 눈길을 끈다. 왼쪽으로 보이는 원효봉의 힘찬 모습은 용의 등줄기처럼 기운차다. 한때 호남 최고의 기도 도량으로 손꼽히던 곳임을 실감케 하는 멋진 경치다. 건너편에 있는 원효대 암봉은 올라 갈 수 없다.

금강암 아래쪽에 있는 통천문은 금강문이라고 불린다. 갈라진 바위 틈새를 지나는 커다란 석굴이다. 틈새가 커서 성인이 허리를 펴고 걸어도 될 정도다. 비가 오는 날이면 석벽을 타고 내리는 폭포가 장관이다. 하산길이 사납지만 나무계단과 돌계단이 촘촘히 놓여 있다. 뒤돌아보면 형제바위의 우람한 모습도 보인다. 우측 능선에 보이는 암릉들은 금빛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도열해 있는 것 같다.

10분 정도 더 내려가면 성북마을 갈림길이다. 이정표는 ‘성북마을 0.8㎞, 낙안온천 0.6㎞’를 가리킨다. 낙안온천 방향으로 길을 잡으면 5분 거리에 있는 ‘사랑나무’를 만난다. 작은 소나무지만 보기에 따라 물소뿔처럼 보이기도 한다. 20분 정도면 낙안온천 입구다. 금둔사는 도로를 따라 3분 정도면 닿는다.   

산행길잡이   

불재~약수암 갈림길~구능수~매바위~궁글재~정상~금강암~의상대~통천문~성북마을 갈림길~사랑나무~낙안온천 <총 6.7㎞, 3시간 30분 소요>

불재~약수암 갈림길~구능수~매바위~궁글재~정상~금강암~전망대~국립낙안민속자연휴양림 <총 6㎞, 3시간 10분 소요> 


교통

서울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버스가 순천까지 하루 26회 운행한다. 첫차 06:10, 막차 23:50 버스 운행. 요금 우등 3만7,100원. 일반 1만9,300원. 3시간 40분 소요. 서울역에서 KTX가 하루 4회(07:05, 09:45, 16:35, 17:35) 운행한다. 요금은 4만4,300원. 2시간 40분 소요. 순천버스터미널에서 낙안까지는 61번 버스를 이용한다. 낙안터미널에서는 불재까지 택시로 6,000원 정도 요금이 나온다. 

맛집(지역번호 061)

승주 나들목에서 선암사와 금둔사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45년 전통의 쌍암기사식당(754-5027)과 진일기사식당(754-5320)이 있다. 두 집 모두 백반정식을 전문으로 한 맛집이다.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와 생선구이를 비롯해 나물, 버섯, 젓갈 등 기본 반찬이 16~18가지 나오는 푸짐한 상차림이 입맛을 돋운다. 백반정식 1인분 9,000원. 

주변명소

우리나라 3대 읍성의 하나인 낙안읍성에서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벌교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이며 읍 자체가 하나의 테마로 연결되어 있다. 

소설 속 현부자네 집을 비롯해 조정래태백산맥문학관, 화정리교회, 보성여관, 보물 304호 홍교 등이 있다. 낙안온천(753-0035)은 지하 830m에서 용출되는 자연온천수로 수질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요금 6,500원.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