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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World News] 니르말 푸르자, 히말라야 14좌 6개월 만에 완등!

글 오영훈 기획위원
  • 입력 2019.12.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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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단, 고 김창호 대장 7년 10개월 기록 갱신… ‘등정주의’ 등반스타일은 논란

초오유 베이스캠프의 니르말 푸르자. 사진 안젤라 베나비데스.
초오유 베이스캠프의 니르말 푸르자. 사진 안젤라 베나비데스.

네팔인 니르말 푸르자(37세)가 6개월 6일(189일) 만에 히말라야 8,000m 14좌를 완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종전기록은 고 김창호 대장의 7년 10개월 6일이다.

푸르자는 2003년부터 영국 구르카 용병으로 복무하다가 히말라야 등반을 위해 2018년 전역했다. 이전 등반 경력으로는 2012년 처음으로 히말라야 등반에 나서 로부체 동봉을 등정했다. 이후 2014년에 다울라기리, 2016년에 에베레스트를 각각 올랐다. 2017년에는 구르카 원정대를 꾸려 13명의 구르카 군인들과 함께 에베레스트 정상에 서기도 했다. 당시 푸르자는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 세 개 봉을 5일 만에 오르기도 했다.

푸르자는 전역 후 지난 2019년 4월 23일 안나푸르나 등정을 시작으로 7개월 안에 14좌를 모두 오른다는 ‘프로젝트 파서블Project Possible 14/7’을 개시했다. 푸르자는 안나푸르나부터 다울라기리, 캉첸중가,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를 봄 시즌에 모두 올랐다. 특히 에베레스트, 로체, 마칼루는 48시간 30분 만에 모두 오르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뒤 단 10시간 만에 로체 정상에 서고, 연이어 마칼루를 등정한 것이다. 다울라기리부터 따지면 마칼루까지 5개봉을 단 12일 만에 오른 대기록이다.

시모네 모로(좌)와 함께 한 니르말 푸르자. 사진 니르말 푸르자.
시모네 모로(좌)와 함께 한 니르말 푸르자. 사진 니르말 푸르자.

여름 시즌에는 파키스탄의 고봉 5개를 모두 올랐다. 이 중 세계 2위봉 K2가 가장 난관이었다고 한다. 다른 원정대는 날씨와 등반의 어려움으로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을 무렵 푸르자의 원정대가 가장 먼저 정상에 올랐다. 이틀 뒤 인근 브로드피크도 올랐다.

가을에는 10월부터 히말라야 등반을 금지한다는 중국 정부의 공지로 인해 어렵게 등반을 진행해야 했다. 9월에 마나슬루를 등반하던 푸르자는 먼저 10월이 오기 전에 급히 중국 방면에서 올라야 하는 초오유로 이동해 등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 마나슬루를 올랐다. 이후 네팔 정부의 지원 속에 중국 정부로부터 특별 등반 허가를 받고 마침내 마지막 시샤팡마를 등정하며 14좌 릴레이를 마칠 수 있었다.

이번 니르말 푸르자의 14좌 완등은 세계 43번째 기록이다. 마지막 시샤팡마 등정을 함께한 밍마 게부 데이비드 셰르파도 같은 순간 14좌를 완등해 44번째로 등록됐다. 밍마의 현재 나이는 30세로 최연소 14좌 완등자다. 

한편 푸르자의 등정주의적인 등반스타일을 보는 세계 산악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푸르자는 이번 연속등반을 재정적으로 충당하기 위해 여러 후원사를 섭외하고 인터넷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전개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집을 저당 잡고 대출을 받기도 했다. 안나푸르나, 마나슬루, 낭가파르바트 등반은 타 원정대의 셰르파로서 참여했다. 

푸르자는 신속한 체력 회복을 위해 대부분 인공산소를 사용해 올랐다. 셰르파도 여럿 고용했다. 등반을 마친 뒤 헬리콥터를 이용해 다음 산의 베이스캠프로 이동한 경우도 많았다.

니르말 푸르자.
니르말 푸르자.

“업적은 인정해야” Vs “알피니즘 아냐”

이탈리아 산악인 시모네 모로는 “푸르자의 등반은 ‘고산 관광’에 지나지 않긴 하지만, 푸르자와 마찬가지로 산소, 고정로프, 셰르파 등의 온갖 도움을 받아 올랐으면서 자신을 산악영웅인 양 생각해 온 많은 사람들을 고개 숙이게 하는 업적”이라고 인정했다.

라인홀트 메스너는 8,000m 14좌를 동계와 신 루트 등 고난도로 완등한 폴란드의 예지 쿠쿠츠카를 언급하며, “푸르자가 쿠쿠츠카와 같은 스타일의 등반을 시도하려 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대신 푸르자는 재정관리, 지도력, 팀워크, 실행 능력, 또 무엇보다 탁월한 신체 능력을 보여 주었다”고 칭찬했다.

낭가파르바트 베이스캠프의 라인홀트 메스너(좌)와 니르말 푸르자(우). 사진 니르말
푸르자.
낭가파르바트 베이스캠프의 라인홀트 메스너(좌)와 니르말 푸르자(우). 사진 니르말 푸르자.

반면 비판적인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영국의 크리스 보닝턴은 “푸르자의 업적이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그건 진정한 등반이 아니다. 등반은 탐험성이 담보돼야 한다. 고산을 신 루트로 오르는 것 말이다”라고 했다. 

스티븐 베너블스는 “산소를 사용한 건 흠이다. 게다가 고정로프도 썼다. 이건 알피니즘이라고 하긴 어렵다. 기네스북에 오르긴 하겠지만 산악사에는 단지 주석으로만 남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폴란드 산악인 표트르 푸스텔닉은 “푸르자의 이번 등반은 신체적 능력을 과시한 것으론 으뜸이다. 그러나 이 업적을 우러러볼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 산악인들의 홈페이지 ukclimbing.com에는 푸르자의 등반에 관한 토론방이 생겨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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