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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9월 셋째 주 추천산행지ㅣ속리산] '정감록' 10승지 중 한 곳

월간山 편집실
  • 입력 2020.09.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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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록> 10승지 중 한 곳인 우복동 명당이 속리산 남서쪽 자락

신라가 삼국통일 후 전국의 방위를 굳건히 하기 위해 중국의 오악제도를 본떠 대사·중사·소사 제사지로 전국의 명산대천을 50곳 가까이 나눠 지정했다. 그런데 수도 경주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중사와 소사에 이중으로 지정된 지역이 있다. 바로 속리산과 그 인근이다. 속리산俗離山(1,057.7m)은 당시 속리악으로 중사 기타로 지정되고, 현재 보은읍 인근이 소사의 가아악(삼년산성)으로 지정됐다. 속리산이 예로부터 군사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소사의 산신은 지역민의 안정과 단합 외에 국가 통합기능까지 맡았다. 소사의 신神으로서 지방 호족세력이 대거 좌정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신라의 대사·중사·소사 제전祭典은 당나라 <예악지禮樂志>에 ‘악진해독岳鎭海瀆은 중사이고, 산림천택山林川澤은 소사’로 나눈 내용을 그대로 따랐다.

<정감록> 감결편에 ‘보은 속리산 증항 근처는 난리를 만나 몸을 숨기면 하나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라는 기록이 전한다. 그런데 속리산은 난리를 피해 오는 사람들보다 이름 그대로 조용히 세속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이 찾은 곳인 듯하다. 최치원은 속리산에 대해 ‘도는 사람을 멀리하지 않는데 사람이 도를 멀리하고, 산은 세상을 멀리하지 않는데 세상이 산을 멀리하는구나道不遠人 人遠道 山非離俗 俗離山’라 읊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속리산俗離山을 속세로부터 등진 산이라고 한다. 속세와 등진 산은 한자 어순으로 하면 이속산離俗山이 돼야 한다. 속리산 지명의 유래 두 가지 설도 모두 세속을 등진 산이라고 소개한다. 뭔가 논리적으로 어색하다. 이보다는 <정감록>과 풍수지리설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정감록 10승지에 해당하는 우복동이 바로 속리산 남서쪽 자락이다. 우복동은 소의 뱃속같이 따뜻하고 편안한 명당이란 의미다. 실제로 한국전쟁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피란을 와서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 의미로 보면 속리산 원래의 의미와 통한다. 어쨌든 전략적 요충지이면서 속세와는 거리가 있는 듯한 곳이 바로 속리산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권16 보은현 산천조에 속리산과 삼파수에 대한 기록이 있다. 

‘속리산은 고을 동쪽 44리에 있다. 봉우리 아홉이 뾰족하게 일어섰기 때문에 구봉산이라고도 한다. 신라 때는 속리악이라고 일컫고 중사에 올렸다. 산마루에 문장대가 있는데, 층이 쌓인 것이 천연으로 이뤄져 높게 공중에 솟았고, 그 높이가 몇 길인지 알지 못한다. 그 넓이는 사람 3,000명이 앉을 만하고, 대臺 위에 구덩이가 가마솥만 한 것이 있어, 그 속에서 물이 흘러나와 가물어도 줄지 않고 비가 와도 더 불어나지 않는다. 이것이 세 줄기로 나눠서 반공半空으로 쏟아져 내리는데, 한 줄기는 동쪽으로 흘러 낙동강이 되고, 한 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금강이 되고, 또 한 줄기는 서쪽으로 흐르다가 북으로 가서 달천(남한강 지류)이 되어 금천으로 들어간다. (후략)’

매년 10월에 열리는 송이놀이축제는 인도 시바교의 성기신앙이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할 때 들어와 국행제로 지낸 ‘대자재천왕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속리산 산신이 여신이기 때문에 여신에게 바치는 공물의 성격도 있다고 전한다.

정이품송.
정이품송.

주변 관광지

법주사 법주사는 속리산을 대표하는 큰 절로 눈요기할 만한 문화재가 수두룩하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팔상전은 한국 유일의 5층 목탑이며, 국보 제55호로 지정되었다. 그 외에도 국보 제5호 쌍사자석등, 국보 제64호 석련지, 보물 제15호 사천왕석등, 보물 제216호 마애여래상 등 귀한 문화재들이 있다.

정이품송 조선 세조로부터 정이품 품계를 받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지체 높은 소나무다. 수령 약 6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며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되었다. 세조 10년(1464)에 왕이 병에 걸려 명산대찰에 기도하러 다니던 중 법주사로 향했다. 이 소나무 아래를 지날 때 세조가 보니 밑으로 처진 가지에 연(가마)이 걸릴 것 같아 “연 걸린다”고 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처졌던 가지가 저절로 들려 가마가 무사히 지나가도록 했다. 이를 기특하게 여긴 세조는 그 자리에서 소나무에 정이품을 제수했다고 한다.

보은 대추.
보은 대추.

맛집·별미·특산물

보은 대추 속리산 자락의 보은은 일조량이 많고 토양이 비옥해 대추재배 적지다. 밤과 낮의 기온 차가 큰 지역에서 생산되어 당도가 매우 높고 품질이 좋다. 팔도의 토산품을 기록한 허균의 <도문대작>에 ‘보은 대추가 제일 좋고 크며 뾰족하고 색깔은 붉고 맛은 달다’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세종실록지리지> <동국여지승람> 등에도 보은 대추를 으뜸으로 꼽고 있다.

속리산 산채 법주사 입구에 산채정식과 산채비빔밥을 잘하는 신토불이약초식당(043-542-5131), 찬우물식당(043-543-4702) 등이 있다. 문장대식당(043-543-3655)과 팔도식당(043-544-2531)의 버섯전골도 좋다. 

교통 정보

속리산 법주사 입구에 속리산버스터미널이 있다. 서울에서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속리산행 버스가 하루 4회(07:00, 10:30, 14:30, 17:30) 운행한다. 3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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