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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심포지엄ㅣ2019지리학대회 ‘산줄기 지도의 제작과 응용’] “높이와 경사도 없는데 산이 되나”

글 박정원 편집장 사진 장효진 서울대 박사과정
  • 입력 2020.01.2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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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줄기 범위를 곶까지 포함할 때 문제점 제기… 산의 개념부터 먼저 정리해야

서울대 박수진 교수가 표준 산줄기 지도제작을 위한 주요 논쟁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서울대 박수진 교수가 표준 산줄기 지도제작을 위한 주요 논쟁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산줄기를 흔히 산의 능선을 연결한 유역분수계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가에 대한 당연한 의문이 제기된다. 또 산맥의 개념과는 어떻게 다른가라는 의문도 뒤따른다. 나아가 산줄기에 포함된 산들은 전부 산이라 할 수 있는가, 즉 산의 개념에 포함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현재 산림청에서 정의하고 있는 산의 개념은 없다. 단지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나오는 ‘산림’에 관한 정의는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는 입목立木·죽竹과 그 토지’이다. 또 ‘산지관리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산지’는 ‘입목·죽이 집단적으로 생육하고 있는 토지’이다. 따라서 현행 법률상 산지와 산림은 나무와 대나무가 집단적으로 자라고 있는 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에서도 집단적으로 나무가 자라고 있다면 그것도 산지인가?’ 라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산은 일정한 높이와 경사도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법으로는 높이와 경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나무가 집단적으로 자라는 땅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니 산에 대한 개념과 산줄기에 대한 개념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일부라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1월 23일 서울시립대에서 열린 2019지리학대회 특별분과에서 ‘산줄기 지도의 제작과 응용’이란 주제를 놓고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손학기 박사는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 주요 산줄기 설정의 쟁점 분석’을, 경상대 최원석 연구교수는 ‘산경표의 GIS DB구축과 문화역사적 속성 검토’를, 서울대 박수진 교수는 ‘표준 산줄기 지도 제작을 위한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관해서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종합토론에서 이도원 서울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토론자로는 경희대 공우석 교수, 성신여대 양보경 교수, 한국교원대 이민부 명예교수, 월간<山> 박정원 편집장이 나섰다.

손 박사는 “백두대간 보호지역과 같이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은 주요 산줄기 능선부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보전이 필요한 특별한 지역으로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지역”이라며, “하지만 주요 산줄기를 태백산맥, 차령산맥 등 산맥 개념으로 정의하고 있어 법에서 정하는 산줄기 능선부뿐만 아니라 하천이나 경작지를 포함하는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주요 산줄기를 백두대간·정맥으로 대표되는 산줄기 개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원석 경상대 교수가 ‘산경표의 GIS DB구축과 문화역사적 속성 검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최원석 경상대 교수가 ‘산경표의 GIS DB구축과 문화역사적 속성 검토’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산줄기·산맥 개념 혼용, 도시숲도 산지 포함될 수도

이에 박수진 교수는 “산맥지도는 산지의 형성과정과 발달사적 특성을 제시하는 교육 및 개념모델인 반면, 산줄기지도는 주요 산들의 분포를 선으로 연결하여 지형과 생활공간을 이해하려는 한국의 고유한 인식체계로 간주되고 있다”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산맥과 산줄기 개념에 대한 차이를 설명했다. 하지만 박 교수는 “현대 들어서 산지관리의 핵심 요소로 산줄기 개념을 적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현행 산지관리법에서 산맥의 개념과 혼용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줄기는 유역을 경계로 하는 분수계에 해당되어 지형적 특징으로 산줄기 능선부를 구분 가능케 하지만 산맥은 일정한 범위와 고도에 걸쳐 산봉우리들이 연속되어 나타날 때 그 산봉우리들의 연속성이 유사한 지질 및 지형 형성작용을 거친 경우와 그런 형성작용이 인근 지역과는 차이를 보일 때 비로소 그 산지들을 산맥이라고 규정된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따라서 ‘표준 산줄기 지도’를 제작하는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째, 역사·문화적 산줄기와 국토관리 단위로서의 과학적 산줄기라는 두 가지 측면의 인식체계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줄기를 역사·문화적 요소로 바라보던 선조들은 백두대간을 포함한 지역 중심의 진산을 중심으로 전통적 자연관과 인간 생활상을 반영한 산지체계로 인식해 온 반면, 현재는 좀더 과학적인 방식으로 접근해 산줄기를 유역분수계로서 지형관리의 틀로 인식해 정량적인 산줄기 지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산줄기는 유역분수계이므로 과학적으로 유역을 추출하고 활용하는 데 정책적 합의가 이루어진 상태지만 연구자마다 각기 다른 유역 체계로 산줄기 체계를 구축해 산줄기의 계층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유역체계는 산줄기 지도 제작을 위한 근거자료로 타당하다는 사회적 합의점이 도출된 상태지만 정책적으로 산줄기 지도 제작으로의 적용은 미흡한 실정이다.

셋째, 산줄기 지도 제작에 있어 강 하구로 종점을 맺는 산줄기의 명확한 종점 처리 방식이 문제되고 있다. 각 산줄기 지도의 종점부를 확인한 결과, 강 하구 중앙, 끝, 주변 산봉우리 등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종점을 맺고 있는데, 이는 산줄기 종점 원칙이 부재하고 산줄기 지도 구축을 위한 표준화 작업이 수행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박 교수는 산줄기의 끝을 전통적인 ‘산자분수령’에 입각한 곶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주장했다.

이민부 교수가 표준 산줄기 지도제작에 관해 칠판에 써가며 토론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민부 교수가 표준 산줄기 지도제작에 관해 칠판에 써가며 토론자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토론자로 나선 박정원 편집장이 지적했다.

“산줄기가 곶까지 내려갈 경우 산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문제가 된다. 지금 산림청에서 정의한 산림과 산지는 나무가 집단적으로 있으면 된다는 개념인데, 마찬가지로 표준산줄기의 개념에 따르면 높이도 경사도 없는 평지의 곶도 산이 되는가?”

이에 토론자와 발표자들은 “먼저 산에 대한 개념을 정립하고 산줄기 지도를 작업해야겠다”고 합의하며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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