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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이용대의 산행상담실ㅣMountain Q&A] 어깨부담 덜어주는 배낭 꾸리는 법

글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 사진 이용대, 셔터스톡
  • 입력 2020.01.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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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어깨에 부담을 덜 주는 배낭 꾸리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서울시 송파구 가락로  서영숙

배낭 꾸리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짐 무게가 등 전체에 골고루 분산되도록 해야 어깨에 부담을 줄여 줍니다. 그 다음은 짐 무게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것입니다. 같은 무게의 배낭이라도 어떻게 짐을 꾸렸느냐에 따라 체감하중이 달라집니다. 필요한 물건과 불필요한 물건을 선별하고, 운행 중 자주 꺼내야 하는 물건과 거의 꺼내지 않아도 되는 물건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챙겨 넣다 보면 과중한 무게로 인해 즐거워야 할 산행을 망칠 수 있습니다. 대략 무리 없는 하중의 한계는 자기 체중의 3분의 1까지인데, 이 한계도 평소 훈련이 돼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매우 무겁습니다. 등산은 중량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또한 어떤 방법으로 배낭을 꾸리느냐에 따라 체력소모를 한결 줄일 수 있습니다. 등산은 지구 중력을 거스르는 행위이기 때문에  ‘중량은  적’이라는 말까지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등산에 꼭 필요한 장비나 식량을 챙기지 않고 나설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등산에서 배낭 꾸리기는 중요한 등산 기술이입니다. 장비를 고르고 챙겨 넣는 안목이 쌓여야 터득되는 종합기술이 곧 배낭 꾸리기입니다.

배낭을 꾸리는 순서는 먼저 허리선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배낭 밑을 침낭이나 옷과 같은 부드러운 것들로 채웁니다. 그런 다음 식량이나 기타 장비를 올려 쌓습니다. 가벼운 물건은 아래에, 무거운 물건은  위에 넣는 것이 기본이며, 무거운 물건은 될 수 있는 한 등판 쪽에 넣어야  체감하중을 줄일 수 있습니다. 무거운 물건이 아래쪽이나 등 바깥쪽에 있으면 배낭이 뒤로 당기는 힘을 받게 되어 매우 불편하고 힘도 많이 듭니다.

배낭 무게가 과도할 경우는 여러 가지 후유증을 일으킵니다. 척추 연골의 장애로 심하면 디스크 증상을 일으키고, 장기간 무리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릎관절을 혹사시켜 이상을 초래하게 됩니다. 더욱이 고령자가 무거운 배낭을 지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무거운 배낭 때문에 탈진해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없어야 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중량은 적이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빠뜨리면 안 된다’는 등산의 금언을 염두에 두고 배낭을 꾸리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의 무게가 적당하다는 공식은 없습니다. 그러나 최대한 많이 꾸렸을 때 자기 체중의 3분의 1을 넘지 않는 선에서 산행일정을 잡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최소의 중량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산행의 기본기술입니다. ‘1kg을 줄이면 1km’를 더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을 염두에 두고 짐을 꾸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배낭을 메는 방법은 첫째, 멜빵을 어깨에 걸친 다음 멜빵끈을 바짝 잡아 당겨 조여야 합니다. 배낭이 아래로 처지면 짐의 무게가 어깨로부터 멀어져 더 무거워집니다. 둘째, 멜빵 길이를 조절하는 버클을 살짝 풀어 주면 어깨에 집중되었던 배낭 무게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골반을 감싸고 있는 허리벨트에 실리게 되며 어깨, 등판, 골반 등에 무게가 골고루 분산되어 오랫동안 짐을 지고 있어도 피로하지 않습니다. 셋째, 멜빵 어깨 부분의 당김 끈을 당겨서 배낭을 어깨 쪽으로 좀더 밀착시킵니다.

Q2. 남성 우월의 등반세계에 도전한 미모의 단독등반가 카트린느 데스티벨은 어떤 여성인지요.

종로구 원서동 이영희

바위의 발레리나로 불리는 카트린느 데스티벨Cathrine Destivelle(1960~)은 프랑스령 알제리의 오랑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성장했습니다.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그녀는 가족끼리 파리 근교의 퐁텐블로 숲으로 피크닉을 갈 때면 사암의 바위를 오르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들었으며. 그것이 그녀를 클라이밍의 세계에 입문케 하는 첫 동기가 되었습니다.

1985년 산악계에 두각을 나타낸 이래 그녀는 대중적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혼자만의 힘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등반을 해왔습니다.

1955년 발터 보나티가 드류 서벽 단독등정에 성공했을 때 전문가들은 “등산 역사상 가장 탁월한 업적 하나를 이루었다”고 극찬했습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사실은 보나티가 6일에 걸쳐 등반한 루트를 1990년 데스티벨이란 이름을 가진 미모의 여성이 4시간 20분 만에 단독으로 주파해 세상을 놀라게 합니다.

1991년 그녀는 루트 개척의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 루트들 사이에 더 험하고 힘든 루트를 단독으로 개척해 드류 서벽에 자신의 이름 하나를 추가합니다.

그녀가 이룩한 ‘데스티벨 루트’는 여성도 첨예적인 등반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과거 대부분의 여성 등반가들은 남성이 개척한 루트를 재등하는 데 만족했지만, 그녀가 남긴 루트는 여성도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고 등반가로서의 여성 자신의 위치를 찾는 시대가 되었음을 선포한 등반이었습니다. 그녀는 등반이 끝난 뒤 “나도 보나티처럼 그걸 등반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고 싶어서 단독으로 개척했다”고 말했습니다.

1992년 3월 아이거 북벽에서 행한 동계 단독등반은 사람들이 이미 예상했던 사실을 확인시켜준 것에 불과한 대담한 등반이었습니다.

직업 모델에 필적할 만한 미모를 지닌 그녀는 검은 머리카락과 초록색 눈동자, 매력적인 미소를 지닌 작은 체구는 대중적인 인기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런 인기 때문에 프랑스 장비업체들은 그녀를 광고 모델로 활용했습니다. 그녀는 단순한 각종 스포츠 클라이밍 대회에만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1988년 그녀는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등반가 린 힐과 스노 버드암벽경기대회에서 서로 상대방을 모르는 가운데 두 사람이 자웅을 겨루게 됩니다. 결국 데스티벨이 속도경기에서 승리하지만 그후 그들은 친밀한 우정을 나누게 됩니다.

1990년 네임리스 트랑고의 자유등반은 그녀가 경험한 알파인 거벽등반의 첫 해외원정이었습니다. 제프 로우와 함께한 트랑고 등반은 그녀에게 큰 자신감을 안겨 주었으며, 드류 서벽에 새로운 루트를 만들게 했습니다. 이런 그녀에게 용기와 격려, 거벽등반기술의 전수를  아끼지 않은 사람은 미국의 유명 등반가 제프 로우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드류 등반에 ‘No’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제프는 “당신은 할 수 있다”고 명쾌한 답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제프 로우를 알게 되면서부터 더 큰 자극을 받게 되었고,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일깨워 주었고 실제로 트랑고 타워 등반을 통해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그녀는 80kg이 넘는 장비와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소설 한 권과 무전기를 휴대했으며, 600여 m의 벽을 완등하기 위해 그녀는 11일 동안 바위에 매달려야만 했습니다. A3와 A4급의 인공등반 기술을 구사해야 하는 기술적인 어려움을 지닌 루트를 성공시킨 훌륭한 단독초등이었습니다.

그녀는 1993년 마칼루를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1994년 안나푸르나 남벽에 도전했지만 나쁜 등반조건으로 포기합니다. 1995년 겨울 마터호른 북벽의 보나티 루트(1965년 초등)를 동계 2등을 했고, 1993년 그랑드 조라스 북벽 동계 단독등반을 끝냅니다. 이로써 그녀는 알프스 3대 북벽에 대한 여성 단독초등의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저서로는 2016년 밴프 북 페스티벌 등산사 부문의 수상작 <바위의 여제女帝. Rock Queen 2015년>가 있습니다. 이 책은 국내에서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Q3. 겨울 산행 시 아이젠이 필요한지요. 필요하다면 어떤 아이젠이 좋은지 알려 주세요.

서울 강동구 강병국

아이젠은 겨울 등산에서 매우 중요한 장비지만 아무 때나 착용하고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눈길이나 설빙 지대에서 아이젠 착용은 필수적이지만 눈길 이외에서 착용하고 다닐 경우 아이젠의 발톱이 나무뿌리를 해치고 등산로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겨울 산이라도 적설량과 눈의 상태에 따라 아이젠 없이도 운행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등산로에는 빙판이 형성되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젠은 상황에 따라 수시로 신고 벗어야 하므로 탈착이 쉽고 밴드 부분이 튼튼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젠은 용도에 따라 일반용과 전문등반용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일반용 아이젠은 4발부터 12발까지 크기와 모양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부피가 작고 가벼운 4발, 6발 아이젠을 많이 사용하며 수직의 벽을 오를 때 쓰는 2개의 앞발톱은 일반용에는 없습니다. 일반용은 걷기 편하도록 등산화 가운데 부분이나 앞창만 받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일반 보행용 등산화에는 발톱이 긴 것보다는 짧은 것이 걷기에 편합니다.

아이젠을 신고 눈길을 걸을 때 발톱 사이나 창 바닥에 눈덩이가 뭉쳐져 달라붙는 스노볼Snow Ball 현상이 생깁니다. 이럴 경우는 보행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눈 밑에 얼음이 있을 때는 미끄러질 위험도 있습니다. 스노볼 형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아이젠 바닥에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진 풋플레이트foot-plate가 정착된 아이젠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온도가 높은 날 습설지대에서 행동할 때는 이런 제품도 무용지물입니다. 대부분의 아이젠은 앞쪽에만 플레이트가 장착되어 있기 때문에 뒤꿈치 쪽에 형성되는 스노볼 현상은 어쩔 수 없으며, 발바닥이 구부러지는 이음쇠가 있는 분리형Hinged 아이젠이 눈이 덜 달라붙습니다.

눈이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등산화 바닥에 비닐포를 깔고 아이젠을 싣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으나 이런 방법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스노볼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스노볼 프로텍터Snow Ball Protector는 여러 종류가 출시되고 있습니다. 고무나 플라스틱 재질로 만든 제품은 프로텍터 부분의 구멍에 끼워서 발톱만을 노출시킨 채 아이젠 바닥 전체를 씌우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착탈도 간편해 습설에서 행동할 때 매우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판이 있다고 해서 눈이 달라붙는 것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습니다.

일반 보행용 4발 아이젠의 경우도 플라스틱 플레이트가 붙어 있는 제품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아이젠을 등산화에 고정시키는 끈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고무 밴드(폴리프로필렌 계통의 테이프)로 조여 매거나 거는 방식, 철선으로 걸어 묶는 방식 등이 있으며, 고리나 장식이 견고한 제품이 걸을 때 잘 풀어지지 않습니다. 

Q4. 산행 시 무릎보호대에 관한 적절한 활용도와 사용방법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경기도 여주시 심지택

무릎보호대는 일반적으로 무릎에 끼워서 사용하는 튜브 형 보호대와 벨크로 테이프가 부착돼 있어 크기를 조절하는 패드 형 보호대 두 종류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튜브 형은 사용자의 무릎에 꼭 맞는 규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너무 꼭 조이는 제품은 장시간 사용했을 경우 혈액 순환을 방해합니다.

벨크로 테이프가 부착된 패드 형은 탈착이 쉽고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패드가 너무 두꺼워 발동작이 다소 불편하며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땀이 많이 차는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패드 형을 착용할 때는 무릎 뼈 크기의 구멍이 무릎 뼈를 잘 감싸도록 착용해야 합니다.

무릎보호대를 착용하면 무릎에 걸리는 부담을 줄일 수 있으며, 충격이 집중적으로 가해지는 무릎 슬개골 부분에 걸리는 부하를 줄여서 무릎의 연골과 십자인대의 손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운동을 하지 않을 때에도 장기간 무릎보호대를 착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허벅지 근육이 가늘어질 수 있습니다.

관절염환자에겐 보호대보다 더 중요한 필수품은  등산용 스틱입니다.

스틱을 이용해 걸으면 발에 의존하는 하중을 30% 정도 팔로 분산시켜 체력소모를 줄일 수 있어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하산할 때는 무릎관절에 체중의 3~5배나 되는 하중이 실려 많은 무리를 주기 때문에 스틱을 사용해 올라갈 때보다 더 천천히 느리게 걸으면서 보폭을 줄여야 합니다.

상식으로 배우는 등산용어


스노볼Snowball

빙설벽 등반 시 아이젠 바닥에 눈덩이가 뭉쳐지는 현상이다. 이런 상태로 눈이나 얼음 위에서 행동할 때는 추락의 위험이 따른다. 스노볼을 방지하기 위해 아이젠 바닥에 플라스틱판을 덧대어 이를 방지하지만, 습설일 경우는 별로 쓸모가 없다. 스노볼은 이밖에 설사면에서 저절로 굴러 떨어지는 눈덩이를 가리키기도 한다.

패닉현상

등반 중에 일어나는 불안한 심리적 반응을 ‘패닉Panic현상’이라 한다.

극도로 어려운 암벽이나 빙벽등반 또는 고도에 노출되었을 때, 폐쇄된 공간에 혼자 갇혀 있거나 아니면 떨어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황에 빠져드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몸을 움직일 수 없거나 본능적으로 움직이기를 거부하거나 안전한 동작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채 동작이 둔해지고 겁에 질리게 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스스로를 진정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어떤 것이 공황을 일으키는 원인인지를 알아낸 후 그 상황에 맞도록 극복해야 한다. 안전한 동작이 어떤 것인지를 차분히 생각해 내야 한다. 잠시 동작을 멈추고 아주 느리고 깊게 심호흡을 하면서 숨을 내쉴 때마다 불안도 함께 내보낸다는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려낸다. 또한 중요한 것은 동료들이 가까이에서 전폭적인 신뢰와 격려를 보탬으로써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면서 공포를 극복하도록 해야 한다. 적절하다면 하산하자는 의견도 제시한다.

표고標高와 비고比高

표고는 어느 한 지점의 높이를 말하고, 비고는 두 지점의 높이를 비교할 때 쓰인다. 표고는 높이를 표시하는 척도로 수준원점水準原點에서의 높이를 말한다.

수준원점은 지역에 따라 달라 일정 지역에 그 기준을 정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 표고의 기준은 인천만의 평균해수면을 0m로 잡고 있는데, 그것에 기준해 잡은 높이의 기준점(20.007m)을 인천 인하대학교 교내에 설치해 놓았다. 이 지점에서 지표의 어느 지점에 이르는 수직거리가 표고가 된다.

비고는 두 지점 사이의 고도를 비교한 것으로, 예를 들어 인수봉이 표고 810m이고, 백운대가 표고 836m라면 그 비고는 836-810=26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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