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하나의 다른 세계이다. 그것은 지구의 일부라기보다는 동떨어져 독립된 신비의 왕국인 것이다. 이 왕국에 들어서기 위한 유일한 무기는 의지와 애정뿐이다.’
‘The mountain is one other world. It is not a part of the earth but a separate, mysterious kingdom. The only weapon to enter this kingdom is will and affection.’
등산을 조금 다니고, 유명 산악인들이 남긴 명언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 수 있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산악인이자 산악작가 가스통 레뷔파Gaston Rebuffat(1921~1985). 그는 원체 유명한 산악인일 뿐만 아니라 알프스 산악 가이드를 하면서 숱한 책을 남겼다. 위에 소개된 내용은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된 <별빛과 폭풍Starlight and Storm>의 한 구절이다. 그는 하나의 다른 세계, 즉 산을 마음껏 누비고 오르면서 느낀 그 감상을 마치 다른 차원의 글같이 유려한 문체로 책을 썼다. 그가 쓴 책만 하더라도 <몽블랑에서 에베레스트까지Mont Blanc to Everest>, <눈과 바위 위에서On Snow and Rock>, <하늘과 지구 사이Between Heaven and Earth>, <인간과 마테호른 사이Men and the Matterhorn> 등 수두룩하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의 말대로 의지와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산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 정말 다른 세계로 안내한다. 철학자 니체도 철학만큼이나 등산을 예찬했다.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나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이상 삭막한 것이 없으리라.”
인생의 의미를 산에 빗대 말한 듯하다. 정상에 서는 것도 좋지만 서기까지의 과정이 바로 사람이 살아가는 가치이자 의미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산의 깊이가 주는 가치에서 철학을 추구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라인홀트 메스너는 정상의 가치를 조금 다르게 느끼고 해석한다.
“나는 ‘왜 언제나 극점인 정상에 가지 않으면 못 견디느냐’고 그 전부터 혼자 물어왔다. 사람은 누구나 정상에 서고 싶어 한다. 그 정상이란 반드시 산의 꼭대기가 아니며 하나의 종점이고, 모든 선이 모여 드는 곳, 소재가 생성하고 그 모습을 바꾸는 지점이라는 뜻이다. 이 지점은 적어도 상징적으로 세계가 ‘무無’로 바뀌는 곳으로 모든 것이 완결되는 끝이며, 마력이나 자력처럼 나를 끌어당긴다.”
이와 같이 산을 대하는 자세는 제각각이다. 인구수만큼 다양하지 않을까 싶다. 그 차원에서 보면 산은 분명 다른 차원의 세계다. ‘산을 얼마나 사랑했느냐’는 그가 남긴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정말 주옥같이 써내려간 문체는 한 문장 한 문장 놓칠 수 없을 정도다. 인간이 산을 대하는 자세는 인구수만큼 비례할지 몰라도 공통점 하나는 분명 의지와 애정 없이는 산을 좋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그 애정으로 산과 관련한 영화를 제작해서 이탈리아 트렌토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