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걷기 <23>] 거절할 수 없는 제안

  • 글 사진 윤치술 한국등산트레킹학교장
    입력 2020.02.12 09:42

    뜬금없는 겨울비가 마뜩찮은 출근길 신호대기 중 라디오에서 강원도 산간의 대설주의보를 전한다. 문득 아카데미 트로피 5개에 빛나는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 감독이 만든 영화 <대부God Father>가 생각나고, 말론 브란도(돈 콜레오네役)와 알 파치노(마이클 콜레오네役) 부자父子가 말한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는 영화사에 길이 빛나는 명대사가 앞 유리창에 빗방울로 소환된다. 옳거니, 을씨년스러운 겨울비 속의 대설주의보는 내가 당장 하얀 산으로 달려가야 하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다.
    은빛 능선 위에서 바람의 노래로 핀 상고대와 겨울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작은 둔덕의 커니스snow cornice, 사박사박 밟히는 발자국은 나의 섣달 산행의 궤적을 증거하는 한 폭 수묵화의 낙관落款이 되리니. 나는 그 매혹적인 제안을 당장 받아들이기로 했다. 마치 함정에 빠져 헤매는 아가사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같은 심설深雪의 러셀russel이 버겁기는 하겠지만 상상 그 이상의 별세계를 안겨줄 것이니까.
    겨울산의 매력은 소나무 가지에 내려앉은 눈송이처럼 많은데 치명적인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저체온증hypothermia이다. 춥고, 습하고, 바람 부는 환경에서 일어나는 체열 손실로 인한 체온저하 현상으로서 35°C 이하로 몸의 온도가 떨어지면 저체온증의 최초 증상이 나타나고 사망까지 2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무서운 복병이다. 대처방법은 ‘자각과 조치’로서 몸이 차가워져도 조금 있으면 괜찮겠거니 하며 무시하거나 많은 땀에도 그러려니 하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즉시 해결해 적정온도를 지켜줘야 한다.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오를 때는 땀이 많이 나니 옷을 가볍게, 바람이 많은 능선에서는 몸으로 들어오려는 찬 공기를 막아 주고, 하산 시에는 땀이 나지 않고 젖어 있는 상태이므로 몸의 온도를 뺏기지 않게 잘 가두어야 한다. 특히 바람에 노출된 상태의 휴식은 나쁘다. 결론은 몸의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아지면 저체온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는 북유럽의 속담인 “나쁜 날씨란 없고 준비되지 않은 복장이 있을 뿐”이라는 말처럼 ‘옷 겹쳐 입기layering system’를 이해하지 못해 일어나는 사고다. 중장년층은 피부가 노화되어 온도조절 능력이 떨어지므로 몸을 따뜻하고 쾌적하게 해주어야 하는데, 꽁꽁 싸맴으로써 추위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온도변화에 따라 지퍼를 열고 닫으며 덧옷을 제 때 입고 벗는 세심함과 부지런함이 필요하며 젖으면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을 뺏는 면綿 소재는 절대 피해야 한다. 머리와 목, 손, 발을 감싸는 비니beanie와 넥워머neck warme, 장갑, 양말 등은 필히 울wool 소재로 챙겨 준다. 아울러 ‘옷 겹쳐 입기’에 대한 경험치를 토대로 자신만의 데이터data를 구축해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마음의 준비만이라도 되어 있으면 모든 준비는 완료된 것이고 용기의 대부분은 조심성에 있다”고 말했다. 채비를 잘하여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인 겨울왕국의 즐거운 크레바스Crevasse에 빠져봄도 멋진 일이 될 것이다.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교장/건누리병원고문/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 사)대한산악연맹 찾아가는 트레킹스쿨 교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 교장/월간 산 대한민국 등산학교 명강사 1호 선정
    윤치술 교장은 ‘강연으로 만나는 산’이라는 주제로 산을 풀어낸다. 독특하고 유익한 명강의로 정평이 나 있으며 등산, 트레킹, 걷기의 독보적인 강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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