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ㅣ<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 1,2>] ‘ 빅 히스토리’로 보면 균형 잡힌 세계사가 보일까

입력 2020.02.0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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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1, 2 World History A New Perspective Clive Ponting>. 클라이브 폰팅 지음. 왕수민·박혜원 옮김. 민음사刊. 1권 856쪽 3만5,000원, 2권 620쪽 2만8,000원
학창 시절 일본을 남방문화권으로 중국과는 별개의 문화권으로 구분한 세계사를 배운 기억이 난다. 당시 ‘그렇구나’ 하는 입장과 ‘고개가 갸우뚱거려진’ 기억으로 나뉘어 떠오른다.
정말 역사를 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균형 잡힌 역사적 시각을 갖는 건 더욱 중요하다. 역사란 현재의 역사가가 지나간 숱하게 많은 사실을 찾아 헤맨 결과, 겨우 찾은 불과 몇 가지 사실을 엮어서 단정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당대의 역사적 사실을 후대가 전부 알 수 없고, 찾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 ‘빅 히스토리’가 새롭게 떠오른다. 균형 잡힌 시각의 세계사를 파악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다시 한 번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사적 사실을 예로 들어보자. 세계 4대 문명 발상지로 황허, 인더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라고 배웠다. 아직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빅 히스토리 개척자로 평가받는 클라이브 폰팅은 초기 문명의 본거지는 메소포타미아, 인더스계곡, 중국, 메소아메리카, 안데스산맥 중앙이다. 이집트는 아예 없다. 이집트와 서양 문명의 발상지로 평가받는 그리스는 메소포타미아의 영향으로 분류한다.
빅 히스토리는 자연과 인간의 모든 역사가 보여 주는 커다란 흐름을 포착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우주의 탄생(137억 년 전)→별과 원소의 출현(약 135억 년 전)→지구의 생성(약 45억 년 전)→생명의 탄생(약 38억 년 전)→현생 인류의 등장(약 20만 년 전)→농경의 시작(약 1만 년 전)→글로벌 네트워크의 출현(19세기) 등으로 추적한다. 어느 한 시기의 특징적인 지배세력과 시각에 의해 결정된 역사가 아닌 커다란 흐름에 따라 균형 잡힌 세계사를 파악하는 것이다.
폰팅의 세계사적 시각은 세계사를 움직인 주된 동력은 서양에서 나왔다는 관점을 거부한다. 영국인임에도 그렇다. 서유럽이 세계의 패권을 쥔 시기는 최근 몇 세기일 뿐이고, 그마저도 과대평가됐다고 판단한다. 당연히 중국으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실제 10세기 무렵 세계를 통틀어 가장 발달한 지역은 중국이다. 이에 폰팅은 당시 송나라가 유럽보다 먼저 상업혁명과 산업혁명을 달성할 뻔했다고 주장한다. 1076년 송의 철 생산량은 12만5,000톤이었고, 산업혁명 직전 1788년 영국의 철 생산량은 7만6,000톤에 불과했다. 그만큼 송의 부는 어머어마했고, 기술적으로도 첨단을 달렸다.
당시 중국은 유럽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고 설명한다. 유럽은 중국의 비단과 같은 생산품을 원했고, 유럽의 금과 은은 끊임없이 중국으로 유출됐다. 여기서 폰팅은 유럽의 도약을 가능하게 한 요인은 ‘지리적 우연성’으로 정복과 약탈로 일어났다고 제시한다. 아메리카의 부를 약탈함으로써 유라시아 지역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각을 바꿔서 보면 제법 그럴 듯하다. 20세기 후반에 아시아의 대두가 특이한 현상이 아니라 1750년 이후 일시적으로 잃었던 지위를 되찾는 과정으로 본다. 한때는 유럽에서 뻗어 나온 미국이 세계 유일의 강대국인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중국이 서서히 부활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이 책에서 나온 한반도 관련 유일한 부분이다. 한국 독자를 위해서 썼을지 모르겠다. 역사상 중대한 의미를 갖는 두 가지 발전이 한반도에서 일어난 시기는 조선 초기라고 소개한다. 첫 번째는 세계 최초의 활자 인쇄술, 두 번째는 한글 창제. 그래서 어쨌다는 건지에 대한 설명은 더 이상 없다. 아쉽다.
다시 돌아와 문화와 문명을 결정짓는 요소를 인종과 언어로 볼 때, 일본은 우리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고 언어도 매우 동질성을 띤다. 그런데 일본은 남방문화권, 중국과 한국은 중화문화권으로 나눈 기억을 지울 수 없다. 균형 잡힌 역사적 시각을 가지는 게 한국사든 세계사든 정말 중요하다.
1권은 선사시대에서 중세까지, 2권은 근세에서 현대까지 총 망라하고 있다. 책 제목을 <클라이브 폰팅의 세계사>라고 했지만 원 제목은 <World History A New Perspective Clive Ponting>로서 ‘세계사의 새로운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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