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스키ㅣ셀라론다] 세계 최대 산악 스키마라톤 ‘셀라론다’

  • 글·사진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등산학교 사진 Dolomiti super ski
    입력 2020.03.15 14:45 | 수정 2020.03.15 15:52

    산악스키의 F1급…밤에만 42㎞ 돌로미테 한 바퀴 돌며 수려한 풍광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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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악스키의 F1으로 꼽히는 돌로미테의 셀라론다 스키마라톤 대회.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차가운 공기와 긴장감. 시리다 못해 눈물이 절로 나는 분위기다. 얼음같이 무거운 침묵은 커다란 망토마냥 1,000명의 선수들을 감싸고 있었다. 뜨거운 심장 박동이 불을 뿜어내는 용처럼 일어나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스키 대회 중 하나인 셀라론다Sellaronda 스키마라톤이 시작되기 직전의 모습이다. 이탈리아 돌로미테 산악지대의 해발 2,700m에서 열리는 산악 스키마라톤 대회로, 42㎞를 쉬지 않고 달린다.
    출발 선 뒤에는 1,000명의 다른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있으며, 이들의 가족과 팬들의 뜨거운 응원도 있다. 2020년 3월 27일, 제25회 셀라론다 경기는 이탈리아 알타 바디아Alta Badia의 코르바라Corvara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3월 9일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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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발 직전의 선수들. 팽팽한 긴장감이 도열해 있는 장비들에서 묻어난다.
    지난해 열린 대회에선 2시간 56분 59초의 신기록이 세워졌다. 여자부 경기에서 프랑스 팀은 3시간 32분 37초로 결승선을 넘는 신기록을 세웠다. 남녀 혼성 승리는 브리지트와 알렉스 부부가 3시간 40분 21초로 우승했다.
    전체 참가자의 35%가 이탈리아 선수이고 19개국에서 참가했다. 170명의 여성이 등록했으며 158명이 완주했다. 약 130개 팀이 4시간 미만으로 완주했고, 427개 팀이 5시간 이내에 완주했다. 스키 리프트, 케이블카, 곤돌라를 타고 슬로프 활강만 하며 셀라론다를 도는 데도 보통 4~5시간이 걸리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속도다. 선수들은 케이블카나 리프트가 올라가는 시간과 동일하게 급경사를 뛰어서 올라가는 셈이다.
    유럽에서 무척 유명한 셀라론다 스키마라톤Sellaronda Skimarathon은 농담에서 출발했다. 1995년 2명의 지역 산악 가이드들이 야간에 산악 스키로 3개 주(벨루노, 트렌토, 알토 아디제)의 4개 마을을 달리기 시작한 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제 대회가 되었다. 친구들이 짝을 이뤄 같이 달린 것이 유래가 되었다.
    지금도 레이스는 한 쌍이 팀을 이루며 42㎞를 야간에만 달리는 방식이다. 500쌍의 파트너가 참가해 1,000명이 경기를 하며 2,800번을 올라가고 내려간다. 산악 스키의 F1경기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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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로미테의 설원을 가르며 활강하는 스키어. 돌로미테에는 460㎞에 이르는 광대한 스키 슬로프가 있다.
    돌로미테의 아름다움 만끽하는 코스
    산을 한 바퀴 도는 셀라론다는 세계 최대 스키 지역(총 연장 1,225㎞)인 돌로미티 슈퍼 스키의 심장이다. 유네스코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광대한 돌로미테산군의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며 스키를 탈 수 있는 천혜의 장소이다.
    셀라론다의 중심지는 발가르데나 셀바Valgardena Selva, 알타 바디아Alta Badia, 아라바Arabba, 카나제이Canazei 등 16개 스키 지역으로 셀라 피츠 보에Piz Boe봉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리프트로 연결되어 있다. 총 210개의 리프트와 케이블카, 곤돌라로 460㎞의 광대한 순환형 스키 슬로프를 자랑한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 피츠 보에 정상 라운지에서 휴식도 취하고 수려한 풍광의 창밖을 내려다볼 수 있다. 파소 셀라Passo Sella(2,240m), 사소 룽고Sassolungo(3,181m), 사소 피아토Sassopiatto(2,958m)의 풍광은 돌로미테산군의 아름다움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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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소 가르데나 고개를 지나는 선수들 뒤로 셀라의 암봉이 거칠게 뻗었다.
    돌로미테 최고봉 해발 3,340m의 마르몰라다Marmolada는 만년설이 쌓여 있다. 처음 고산 등반을 하는 알피니스트들을 위한 훈련지다. 돌로미티의 진수를 느끼려면 최소 1주일에서 10일 정도 여유를 두고 스키와 트레킹 하기를 권한다. 1주일간 매일 8시간 스키를 탄다고 해도 똑 같은 슬로프를 단 한 번만 탈 수 있을 정도로 넓다.
    ‘말안장’이라는 의미의 파소 셀라는 해발 2,240m의 작은 봉우리다. 이 봉우리가 지닌 의미는 다양하다. 발디 파사Val di Fassa와 발 가르데나Val Gardena에 걸쳐 있는 사소 룽고Sassolungo(길다란 돌)와 셀라 그룹의 봉우리들은 세계적으로 사계절에 걸쳐 인기 있다. 클라이밍, 비아 페라타 등반과 트레킹, 패러글라이딩, 베이스 점핑, 래프팅과 카약, 캐녀닝, 산악자전거 등 모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겨울철 스키를 빼놓을 수 없다. 셀라론다는 돌로미티 슈퍼 스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이며 4개의 커다란 계곡과 산군을 끼고 돌면서 스키를 탈 수 있다. 이 스키 리조트에는 파사Fassa, 리비나론고Livinallongo, 바디아Badia, 가르데나Gardena 4개의 계곡과, 파소 포르도이Passo Pordoi(2,239m), 파소 캄포롱고Passo Campolongo(1,875m), 파소 가르데나Passo Gardena(2,121m)의 3대 고갯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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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중 심판 통과 지점에서 만난 선수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수많은 마을의 케이블카와 리프트에서 셀라론다를 시작할 수 있고 표지판이 매우 잘 되어 있지만 셀바나 카나제이를 기점으로 출발하는 게 여러모로 편하다. 카나제이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첫 케이블카를 탑승하기 위해서는 30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만약 무리해서 진행하다 스키 리프트가 정지되면 가장 가까운 마을에 내려가 택시를 불러야 한다. 그 시간에 길을 잃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택시는 불러도 1~2시간이 지나야 오고 현금 결제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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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 카메라를 헬멧에 장착한 여성 선수.
    한국에서 온 산악스키 국제심판들
    발에서 스키를 단 한 번도 떼어내지 않고, 지리에 익숙하다면 48㎞의 슬로프의 셀라론다를 시계 방향으로 한 번 돌고, 다시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하루에 돌 수 있다. 지도를 잘 보고 지형에 익숙한 사람은 최소 60~100㎞도 하루에 탈 수 있다.
    셀라론다를 도는 모든 케이블카, 곤돌라, 스키 리프트에는 ‘셀라론다’라고 쓰여 있는 표지판이 있다. 초록색 표지는 초록색 표지를 따라 가야 하고, 오렌지색 표지는 초록색의 반대 방향으로 도는 표시이다.
    2019년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 프랑스 오수아에서 열린 산악스키경기 국제심판연수Referee Course Aussois와 12월 20일과 21일에 열린 산악스키 월드컵경기World Cup race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서 김원명, 이재수, 김동현, 박남용씨가 이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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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라론다는 한밤중에 시작해 일출과 동시에 끝나는 방식이다. 스키장 슬로프가 폐쇄 된 시간을 이용한 훈련이 국제적인 대회로 발전했다
    4명 모두 국제적인 스키 자격증인 ‘KSMA SKI LEV1’, ‘KSIA ALPINE SKI INSTRUCTOR LEV1-2’ 자격증이 있는 산악인들이다.
    한국산악스키협회의 도움은 없었지만 자신들의 기량을 갈고 닦으며 오랫동안 준비한 팀이었다. 원정대원들답게 우의도 좋았고, 협력심도 매우 좋았고, 스키 실력도 상급이었다. 이탈리아 브랜드인 라스포르티바 본사에서 이들을 후원해 주었다. 스키 장비를 선수 지원 경비로 구입해 새로 신은 스키화와 스키로 심판 연수와 시험, 월드컵 대회 준비 운동으로 셀라론다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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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로미테의 산악가이드 2명이 재미삼아 시작한 것이 유래가 되었으며 2명이 팀을 이룬다.
    마르몰라다 정상에서 사람이 날려갈 것 같은 바람 속에서도 훈련을 하자 많은 스키어들이 박수를 치며 응원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온 아름다운 여인 스테파니아는 한국 스키어들의 열정에 감화되어 같이 사진을 찍자며 어깨동무를 하고 응원하기도 했다.
    이들은 인천에서 오는 비행기 안에서 국제심판 시험을 위해 이론공부를 밤새워 했고, 프랑스로 가는 약 10시간의 운전을 교대로 하며 서로 가상 문제를 질문하고 답변하며 준비했다. 그 결과 4명 모두 국제심판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3일간 필자와 함께 셀라론다를 질주한 시간은 너무 짧았지만, 산을 향한 같은 영혼을 느꼈다. 언젠가 셀라론다 스키마라톤을 달리게 될 4명의 한국 선수를 기다리는 것은, 우리의 3일간 훈련보다 더 짧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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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명이 팀을 이룬 여성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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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라론다를 질주하는 한국에서 온 산악스키 국제심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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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로미테 셀라론다에서 스키의 진수를 경험한 우리나라 산악스키 선수들. 왼쪽부터 김원명, 이재수, 김동현, 박남용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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