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ㅣ대피소 음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술 먹다 단속 당하자 직원에 욕설…여전한 ‘음주산행’

입력 2020.03.27 15:08 | 수정 2020.03.27 16:51

국립공원 내 음주금지 시행 후 411건 적발…고성방가로 다른 이용객에 불편 주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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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제2연화봉대피소 전경. 사진 C영상미디어
“국립공원 ×××들, 다 없애버린다.”
지난 2월 16일 저녁 9시경, 대피소 소등시간이 지난 야심한 밤에 소백산 능선에서 느닷없는 폭언과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음주단속을 당한 제2연화봉대피소 이용객이 국립공원공단 직원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제보영상)

대피소에서 근무하는 한 공단 직원 A씨는 “음주 ‘행위’만 단속할 수 있어 입산 시 주류를 숨겨 소지하는 경우나 단속 장소 외에서 음주 후 산행하는 경우에는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번 사건의 경우 CCTV에서 건배, 서로 따라주기 등 음주문화가 보였기에 단속하게 된 것”이라며 “다른 이용객들이 모 잠든 시간에 고성방가를 하고 욕설을 한 점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자연공원법 개정으로 지난 2018년 3월 13일부터 국립공원 내 정상과 대피소 등 일부 지정지역에서 음주가 금지됐으나 여전히 산행 중에 술을 마시는 이용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음주금지 조치 이후 1년 7개월간 국립공원에서 음주가 적발된 사례는 총 411건에 달한다고 한다. 국립공원별로는 북한산이 129건으로 가장 많았고, 대피소 이용이 많은 설악산이 45건, 지리산은 43건이었다. 적발 장소별로는 산 정상이 221건, 탐방로는 99건, 대피소는 78건, 바위 및 폭포는 13건이다. 과태료는 1차 적발 시 5만 원, 2차 이상 적발 시 10만 원이다. 
특히 다른 장소는 산행 ‘중’ 음주이지만 대피소의 경우 산행 ‘끝’ 음주이기 때문에 음주량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A씨는 “아무래도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다른 이용객에게 냄새나 소리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더 많다”고전했다.

대피소, 숙박시설인가 대피시설인가?
이처럼 대피소에서 음주가 지속적으로 적발되는 데는 대피소가 일종의 숙박·휴양시설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에 따라 환경부는 대피소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용객 안전 확보와 무관한 물품의 판매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응급구호물품을 비치해 비상시 무상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단기적으로는 지리산 세석대피소와 치밭목대피소를 연구센터 및 체험시설로 용도전환하고, 장기적으로는 대부분의 대피소를 대피 및 구조중심 기능만 유지하도록 전환할 것을 검토 중이다.
반면 대피소의 기능을 축소하면서 발생할 부작용을 염려하는 시각도 있다. 불법 야영이 늘어나고 쓰레기 무단투기가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당일치기로 불가능한 종주산행이나 특정 시간(일출, 일몰 등)에 산중에서 볼 수 있는 경관을 감상하려는 등산객의 불법 산행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만 있으면 현행대로 유지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산악회 산행가이드는 “애초에 불필요한 쓰레기가 나오지 않도록 식량을 준비하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게끔 대피소를 이용하면 된다”며 “대피소 논란의 해답은 이용객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의 모든 국립공원 대피소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월 24일부터 이용객 예약을 받지 않고 있다. 공단은 코로나19 사태의 향후 추이에 따라 대피소 운영을 재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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