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걷기 <26>] 봄山은 간다~

  •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입력 2020.04.24 10:08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 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옛 가수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가 오래 전 시인詩人대상 애창가요 설문조사에서 첫손에 꼽힌 것을 보면, 화려한 봄날과 대비되는 처연悽然한 이별의 서정성을 높이 산듯하다. 요즘 분홍 진달래와 자주색 처녀치마, 붉은보라 현호색이 애틋한 산길에서 이 노래를 입에 달고 다니는 나 역시 짧은 봄과의 인연因緣이 서운했음이리라. 피고 지고, 가고 오는 자연의 섭리 앞에서 먼 산 아지랑이를 붙들고만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산은 철을 앞당겨 산행이 데면데면하지만 봄볕에 그을린 바위 내음 불쑥거리는 초여름과 만나야 하고 꼬리가 긴 늦봄도 품어야 하기에.
    북한산 청수동암문 오름길의 가팔막, 바투 뒤에서 숨을 헐떡이며 배틀걸음으로 따라붙는 중년남성 때문에 그늘에 배낭을 벗었다. “힘들어 보이니 쉬어 가시라”는 내 말에 모직 중절모를 쓴 그는 흰 수건으로 줄줄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집을 나설 때는 선득했는데 이 더위에 수건이 없었으면 어찌했을까?” 푸념한다.
    이에 내가, 땀이 많이 나는 이유는 목에 두른 수건과 머리를 감싸고 있는 중절모 때문이라고 일러 주니 “모 산악인이 TV에 이러고 나오기에 좋은 줄 알고 따라했는데 잘못된 거네요?”하며 마뜩찮아 하다가 내 말뜻을 이해했는지 겉옷과 함께 모두 배낭에 쓸어 넣었다. 큰 일교차와 한낮의 뜨거움을 모르지는 않았을 터인데. 아무튼 요즘의 산행복장은 까다롭고 애매하다.
    ‘봄볕에 며느리 내보내고, 가을볕에 딸을 내보낸다’는 속담의 과학적 근거는, 봄과 가을은 기온이 비슷하지만 봄볕이 가을볕에 비해 일사량日射量과 자외선지수가 높으며 건조한 기후로 먼지가 많고 꽃가루에 황사까지 더해 피부가 상하기 때문이다.
    높은 산에서의 자외선과 온도변화는 더욱 심하다. 백두대간 길에서 능선의 따가운 햇볕과 그늘의 추위에 시달리다 반팔 티셔츠 위에 얇은 후드티를 겹쳐 입어 효과를 보았기에 간절기 차림으로 추천하며, 챙이 긴 모자는 앞을 가려 바위가 많은 산에서 위험하므로 챙 짧은 UV차단 기능성 모자를 권한다. 이렇듯 철 바뀜에 맞춰 준비하고 그리움을 쌓아 감은 자연을 함부로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산행의 가치를 소중하게 품으려는 착한 의지다.
    봄날은 간다. 이즈음 초록이 만판 든 만산수엽의 미혹迷惑에 빠져 봄은 쉬이 잊히고, 소월의 영변 약산藥山 언저리를 서성이던 젊은 날의 진달래도 산발치 골짝 물에 덧없다. 벚나무 꽃비가 흩날리는 산모롱이에서 속절없이 울고 웃던 알뜰한 그 맹세 뒤로하고 나의 봄산山은 간다.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교장/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건누리병원고문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국립강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초청강사/사)대한산악연맹 트레킹스쿨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장/월간山 대한민국 등산학교명강사1호 선정
    윤치술 교장은 ‘강연으로 만나는 산’이라는 주제로 산을 풀어낸다. 독특하고 유익한 명강의로 정평이 나있으며 등산, 트레킹, 걷기의 독보적인 강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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