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증동국여지승람>제37권 전라도 장흥도호부편에 ‘천관산은 부의 남쪽 52리에 있다. 예전에는 천풍天風이라 불렸고 혹은 지제支堤라고 했다. 몹시 높고 험하여 가끔 흰 연기와 같은 이상한 기운이 서린다’고 기록돼 있다.
장흥 천관산天冠山(723m)이 천풍산 혹은 지제산이라고 불렸고, 기이한 형상과 기운을 가진 사실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천관산은 바로 앞 ‘5월의 명산’에서 설명했듯이 정상 부위 수많은 기암 봉우리들이 마치 천자天子, 즉 황제의 면류관 같아 명명됐다는 설이 대표적인 지명유래다. 지제산은 전형적인 불교식 지명. 불교의 천관보살이 머무는 곳이란 의미가 바로 지제이다. 또한 지제는 불탑을 나타내기 때문에 정상의 수많은 기암들이 불탑 형상을 하고 있어 명명됐다는 설도 있다. 천풍은 말 그대로 하늘 위에서 부는 바람이다. 산이 별로 높지는 않으나 바다에서 바라보는 정상은 더욱 높게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천풍에 대한 설명은 같은 책 불우편 천관사에서 얼핏 소개된다.
‘천관산에 있는 천관사는 중僧 정명靜明의 기문에 천하를 통한 일기一氣가 쏟아져 내와 개천이 되고, 쌓여서는 산을 이루었다. 영嶺의 남쪽 바닷가에 임한 땅, 옛 오아현의 경계에 천관산이 있으니, 꼬리는 궁벽한 구석에 도사리고, 머리는 큰 바다에 잠겨 일어섰다 엎드렸다 하면서 구불구불 몇 주의 땅에 걸쳐 있으니 그 기운의 쌓임이 크기도 하다. 영통화상이 일찍이 꿈을 꾸었는데, 북갑北岬이 땅으로부터 솟아올랐다. 가지고 있던 석장錫杖이 날아 산꼭대기를 지나 북갑에 이르러 꽂혔다. 꿈에 석 장을 세웠던 그곳에 숲을 베고 절을 지었으니 지금의 천관사가 바로 이것이다. 절에서 남쪽을 바라보면 바위들이 더욱 기이한데 높이 우뚝 서있는 것이 당암幢巖이요, 튀어나와 외로이 걸려 있는 것이 고암鼓巖이다. 구부리고 공손히 절하며 명령을 듣고 있는 것 같은 것이 측립암側立巖이요, 사자가 웅크리고 앉아 울부짖는 것 같은 것이 사자암이다. 층층이 쌓아놓은 것이 마치 잔치 그릇에 음식을 쌓아 놓은 것 같은 것이 상적암과 하적암이요, 하늘을 찌를 듯이 공중에 홀로 솟아 있는 것이 사나암이며, 우뚝하고 험한 것이 서로 끌어안아 이지러진 데를 보충하고 있는 것이 문수 보현암이다.
천관사에서 남쪽으로 500보를 가면 작은 암자가 낭떠러지 아래 외진 곳에 있는데, 그것을 구정암이라 부른다. 그 암자에서 낭떠러지를 따라 100여 보를 올라가면 돌 대臺가 펀펀한 것이 있으니 환희대라 한다. 그것은 올라가는 사람이 험한 길에 지친 몸을 여기에서 쉬게 되므로 즐겁고 기쁘기 때문이라 한다. 대 앞 초목이 우거진 사이에 희미한 길이 있고, 길을 따라 올라가 산마루에 이르면 사방이 틔어 바라보인다. 구름과 놀이 곱고 초목들이 빛나며, 온 산봉우리는 푸른 소라를 벌려 놓은 듯, 시냇물은 흰 비단을 펼쳐놓은 듯한 것이 손바닥 위를 가리키듯 역력히 보인다. (중략) 이상하고 기괴한 것들이 많은데, 오뚝한 것, 숙인 것, 우묵한 것, 입을 벌린 것, 우뚝 일어선 것, 숨어 엎드린 것, 울툭불툭한 것 등이 천태만상 기괴하고 이상해 이루 다 적을 수 없다. 어찌 조물주가 여기에 정수를 모아 놓고 바다를 한계로 하고 넘어서 달아나지 못하게 한 것이 아니겠는가.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