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범 기자의 백패킹스쿨ㅣ마음가짐과 추천 대상지] “ 나부터 바른 행동해야 백패킹 정당화된다”

입력 2020.05.13 09:37

백패커라면 ‘흔적 남기지 않겠다’는 신념 있어야, 휴양림 야영데크와 굴업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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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장한 갯쑥부쟁이가 핀 제주 우도에서의 백패킹. 주민들이 야영을 허락한 구역이다.
“백패킹 초보자의 마음가짐과 백패킹 장소를 추천해 주세요.”
월간<山> 독자엽서를 통해 온 질문이다. 좋은 질문이면서 어려운 질문이다. 백패킹 장비를 묻는 이는 숱하게 많지만, 마음가짐을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백패킹은 하면 할수록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걸 실감한다. 물질적인 것들은 사라지고, 나와 자연의 교감만 남는 경지. 장비 없이 백패킹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다.
백패킹 장소는 백패커들이 가장 관심이 많으면서 공유하는 것은 꺼린다. 백패킹 장소가 유명해질수록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시끄럽고 훼손되기 마련이다. 10명 중 8명이 조용히 쓰레기 없는 백패킹을 한다고 해도, 쓰레기 버리고 장작불 피우는 1~2명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그들로 인해 ‘백패킹 금지’ 현수막이 붙고, 주민들이 모든 백패커를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렇게 본다면 ‘마음가짐과 장소’는 초보자를 위한 상식이 아니라, 모든 백패커가 화두로 삼을 만한 주제다.
우리나라는 공원지역 야영이 금지되어 있다. 경치가 멋진 유명산은 대체로 국립·시립·도립·군립공원으로 묶여 있어, 야영 자체가 불법이다. 야영 가능한 그밖의 임야도 화기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버너 없는 비화식 야영, 즉 합법한 야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또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거나, 벌금을 매기고 단속을 하는 일도 거의 없어 백패커들의 양심에 따라 ‘백패킹 명소’의 명운이 결정된다.
우리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병들게 할 권리는 없다. 산에서도 나 한 몸 편하겠다고 온갖 쓰레기를 배출하고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쓰레기 버리지 않는 것만이 자연을 지키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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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이동 거리가 짧으면서 경치는 화려한 섬 백패킹. 사진 민미정
첫째, 음식물 쓰레기 배출 금지. 오랫동안 등산을 했다는 사람들이 특히 나트륨 가득한 국물이나 음식물을 아무데나 버린다. 한국인이 즐기는 국물 음식에는 나트륨 성분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산성비와 결합해 토양 오염을 가속화시킨다. 결국 나무를 비롯한 풀들이 영양부족으로 약해지며 병충해가 생길 우려가 높아진다.
오염된 토양의 풀을 먹고 자란 동물의 지방 속에는 각종 중금속과 성장 호르몬이 농축되고, 결국 사람에게 그 피해가 되돌아온다. 과일 껍질에도 농약 성분을 비롯한 사람의 바이러스가 충분히 남아 있으니, 산을 찾은 이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꼭 국물 음식을 산에서 먹어야겠다면 다 먹을 수 있을 만큼 조리하거나, 남은 국물은 빈 페트병에 모아서 가져가야 한다.
사람 발이 독하다. 풀이 없는 흙 속에도 무수한 예비 생명, 즉 다양한 씨앗들이 잠을 자고 있다. 사람들이 다니면 땅이 눌려 굳어지고, 씨앗들이 압사한다. 땅 속 뿌리도 숨을 못 쉬게 되어 거대한 나무의 생명도 위협하게 된다. 특히 백패커는 등산객보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어 흙 위를 걸을 때마다 생태계 파괴를 가중시키는 셈이다. 개척 산행은 자제하고 등산로를 이용해야 하며, 미국 국립공원 법규처럼 풀이 있는 곳에 억지로 텐트를 쳐선 안 되며, 이틀 연속으로 야영할 경우 자리를 옮겨야 한다.
이밖에도 등산로에서 떨어진 곳에서 20㎝ 이상 땅을 파서 대변 처리, 장작불 피우지 않기, “야호” 소리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야생동물을 위해 낮이건 밤이건 가급적 조용히 할 것, 양치질 하고 헹군 물을 땅이나 계곡에 버리지 말 것, 계곡에서 설거지 하지 말 것, 계곡 근처에서 소변 보지 말 것, 대형 쉘터 세워서 밤새 시끄럽게 술 마시기 자제 등 기본적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들이 많다. 백패커의 마음가짐은 언제나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를 지킨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추가하자면 지역민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 도시 마트보다 시골 슈퍼가 비싸지만, 시내 맛집보다 시골 식당이 맛없을 수 있지만, 우리가 자연 속에서 느낄 감동을 생각하면 손해 보는 것이 아니다. 시선을 멀리 둬야 한다. 더 가치 있는 걸 택해야 한다.
백패킹 장소 추천 대상지는 강사들의 의견을 참고하기 바란다. 백패킹스쿨은 매달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백패킹 스타일이 다른 전문가들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한쪽으로 치우친 정답 찾기가 아닌, 열린 백패킹 노하우 전수를 지향한다. 강사들마다 생각과 노하우가 달라 내용이 상충될 수 있지만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다양한 방식 중에서 자신만의 백패킹 색깔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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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 데크에서의 야영. 전망데크는 등산객을 위한 곳이므로 등산객이 다 내려간 오후 5시 이후에 텐트를 치고, 등산객이 올라오기 전에 철수해야 한다.
“쓰레기, 집에 가져가서 분리수거해야”
강사 이재승 
분리 침낭 특허 출원. 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느림라이프백패커 카페 운영자.
백패킹 초보자들의 진입 장벽은 대상지다. 자유롭게 하룻밤 보낼 수 있는 곳이 현실적으로 많지 않다는 것. 보통 백패킹 명소로 손꼽히는 곳은 공원 구역이라 마음 편하게 백패킹하기는 어렵다. 공원 구역이 아니면서 백패킹 가능하고, 자연미도 좋은 곳은, 초보자가 알기 어렵다. 그런 장소는 대개 자신만의 힐링 장소로 여겨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추천한다면, 굴업도를 추천한다. 섬이라 가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대자연 속 백패킹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 CJ그룹 계열사인 C&I 소유지인 굴업도 개머리언덕은 푸른 초원이 낭만적이며, 야생 사슴을 볼 수도 있다. 바다가 보이는 개머리언덕에 텐트를 치면 마치 큰 고래 등에 타고 있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든다. 그래서 ‘백패킹 성지’라 불리며 ‘한국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린다. 일출은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따뜻하며, 일몰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황홀한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굴업도를 찾은 대부분의 백패커는 개머리언덕에서 숙영을 하지만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장소가 드문드문 있다. 간조에 갈 수 있는 토끼섬(소매물도), 연평산, 덕물산 해변의 작은 솔밭 등 트레킹을 하거나 조용히 머물 수 있는 곳이 있다. 다만 백패킹 장소로 너무 유명해진 탓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백패커를 반기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
굴업도 백패킹을 갈 때 필수 장비는 평소보다 용량이 큰 물통을 권한다. 섬에서는 식수를 보충할 기회가 많지 않아 평소보다 여유 있는 물통이 필요하다. 트레킹화보다 등산화가 필요하다. 개머리언덕은 비교적 길이 잘 나있어 운동화도 문제없지만 연평산과 덕물산은 바위 구간과 미끄러운 마사토 구간이 있어 등산화를 권한다.
백패커의 마음가짐은 쓰레기는 되가져간다는 것이 중요하다. 백패커들 중에는 텐트를 친 숙영지에만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있다. 하룻밤 사이 나온 쓰레기를 마을 쓰레기통이나 도로의 휴지통에 그냥 버리는 것이다.
캠핑장에서 이용료를 내고 야영한다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주민들에게 입장료나 이용료를 낸 것은 아니다. 마을에 민폐를 끼치는 것이라 반복되면 결국 지역민들에 의해 백패킹이 금지되어 소중한 야영 터를 잃게 된다. 쓰레기는 집으로 되가져가 분리수거 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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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학포야영장. 초보자는 야영장에서 장비를 손에 익힌 다음 산을 찾는 것이 좋다.
“배낭 간소화 하려면 기본 지식 있어야”
강사 홍희동 
코오롱등산학교 졸업, 응급처치 전문과정 이수, 2009년 아일랜드피크(6,189m) 등정, 2012년 대통령기 등산대회 2위, 2018년 인도 스톡캉그리(6,153m) 등정.
백패킹 초보자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마음가짐이다. 산이 주는 자유를 만끽하고 자연과 하나 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이런 마음이 있다면 장비를 더욱 간소화할 수 있다.
초보자는 먼저 자연휴양림의 야영데크나 사설 캠핑장을 이용해 장비 사용에 숙달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은 섬 백패킹을 추천한다. 섬의 한 장소에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산행을 다녀오는 방식이다.
텐트를 치기 좋은 장소는 식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과 숲 속 자연미 넘치는 곳이다. 식수가 가까우면 그만큼 배낭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무거운 야영 배낭을 메고 오래 걷기 어려운 초보자는 이동 거리가 적으면서도 자연미 있는 곳을 택하는 게 좋다. 걸어서 접근하는 이동 거리가 짧으면서도 시야가 좋은 야영지로 여주 예솔암, 강화도 아만바히 암장, 노고산 헬기장 등이 있다.
점심을 매식하고 간단한 저녁거리만 준비해 아침 일찍 철수한다면 식량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배낭을 꾸릴 때는 가지고 갈 것과 두고 갈 것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옷과 장비의 기능에 대한 기본 정보를 알고 있다면, 짐을 꾸리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산에서 자기 안전을 지키면서도 배낭 무게를 줄여 자연과 하나 되어 걷는 데 부담이 없다. 등산학교나 등산 관련 교육에 참가해 기초 지식을 넓히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술과 음식 위주로 즐기고 싶다면 캠핑장 가야”
강사 민미정 
네팔 EBC 서킷,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로키 등 백패킹 종주. 
국립, 도립, 군립, 시립 등 모든 공원에서는 백패킹이 금지되어 있다. 혼자 산에 갈 때 즐겨 찾는 야영 장소는 비교적 깊은 산중의 1평 남짓한 좁은 장소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갈 땐 대상지 선택이 신중해진다. 초보 백패커들의 성지인 굴업도나 선자령은 야영 터가 넓지만 넘쳐나는 백패커로 포화 상태다. 자연 속에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더 이상 성지가 아닌 것이다. 산 위에서 여러 동의 텐트를 치려면 헬기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헬기장은 비워두는 편이라, 헬기가 착륙할 수 있는 공간 이외의 자리가 최적의 장소가 된다.
그렇다면 소수의 인원으로 합법적으로 맘 편하게 야영할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공원 구역이 아니면서, 경치가 열려 있어 해돋이와 해넘이, 밤하늘의 별을 볼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이런 곳은 대개 전망데크나 헬기장이 많다. 이란 곳에서 야영할 땐 등산객이 모두 하산하는 오후 5시 이후에 텐트를 치고, 해뜨기 전에 철수해야 한다.
멋진 경치를 독점하지 않고, 등산객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이른 철수가 필수이다. 애초에 전망데크는 등산객들의 몫이다. 중요한 건 ‘절대 취사 금지’라는 것이다. 비공원 구역 산의 경우 보통 해당 지자체에 문의하면 “취사를 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규제는 없다”는 답변이 대부분이다. 화기를 쓰지 않으면 불법이 아니다.
특히 등산객이 머무는 동안 데크에 텐트를 쳐놓고, 술과 음식을 잔뜩 내어놓고 시끄럽게 떠든다면, LNT 환경운동지침을 지키는 선량한 백패커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백패킹스쿨 음식편(2019년 6월호)에서 언급했듯이, 술과 음식 위주로 즐기고 싶다면 캠핑장으로 가야 한다. 멋진 산 경치를 누리고 싶다면 과한 술과 음식은 포기해야 한다. 나 한 명의 올바른 행동이 대한민국에서 백패킹 활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된다. 이 모든 것을 지키고, 흔적 없이 철수를 마쳤을 때, 산은 아름다운 운해를 보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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