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등반가ㅣ카자넬리 프랑수아] 키 164cm 체중 64kg의 최강 스피드 등반가를 소개합니다!

  • 글·사진 임덕용 꿈속의 알프스등산학교
    입력 2020.05.21 10:03

    마나슬루 최단 시간 등반기록 세우고, 마터호른 16시간 동안 4번 오르는 기염 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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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터호른 4개 리지를 16시간 4분 만에 등반한 카자넬리 프랑수아. 마터호른 속도등반 중 경치를 바라보고 있다.
    “왜 할아버지는 하루에 네 번이나 마터호른을 올라갔어요?”
    언젠가 손주들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미친 짓이라 할 만한, 믿기 어려운 등반이었다. 안드레아스와 나(카자넬리 프랑수아)는 알파인 산악가이드 집안 출신이다. 우리는 이탈리아 마터호른 해발 2,006m에 자리한 고지대마을 체르비니아Cervinia에서 자란 죽마고우다. 마터호른은 우리 마을 산이며, 마터호른에 대한 애정은 실로 깊다.
    에베레스트 등반 후 마음속에 자라고 있던 거대한 피라미드는, 마터호른 4개 마법의 능선 당일 등반 계획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곧장 몬테로사Monte Rosa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여름 내내 힘든 훈련을 소화했다. 가장 중요한 건 날씨였으므로 등반 날짜 선정에 신중을 기했다. 당일 등반이 목표였다. 일출 시간이 비교적 좋은 2018년 9월 13일을 디데이D-day로 잡았다. 7~8월은 하루에 등반자가 300명에서 최대 500명까지 일방통행하는 고정로프에 매달려 정체 현상이 너무 심했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스위스 체르마트의 회른리Hörnli산장을 베이스캠프로 택했다. 저녁 9시에 취침을 하고 새벽 1시에 기상, 30분 후 등반을 시작했다. 2시간 40분 안에 1,200m의 고도를 치고 올랐다. 에드워드 윔퍼가 초등한 회른리 능선을 통해 마터호른 정상에 섰고, 곧장 하산했다. 회른리산장으로 뛰어내려왔다. 두 번째 등반을 시작할 땐 이미 많은 스위스 산악가이드들이 손님을 데리고 등반을 시작했지만, 우리의 등반 소식을 들은 이들은 격려해 주며 길을 양보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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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오스타 계곡에서 믹스등반을 하는 프랑수아.
    산장에서 다시 장비를 점검한 뒤 커피 한 잔 마시고, 동쪽 능선 푸르겐Furggen에 도착했다. 암벽의 질이 아주 나쁜 3개의 거대한 오버행을 올라야 하는 게 관건이었다. 오버행 밑에서 처음으로 로프를 연결했다. 생각보다 눈이 많아 시간을 지체했지만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버지(알파인 산악가이드)가 주는 음료를 마시고, 4시간 만에 다시 산장으로 돌아왔다. 우리 집안은 5대에 걸친 알파인 산악가이드 집안이다.
    산장에서 어머니가 싸준 아몬드 케이크를 한 조각 먹고, 가장 아름다운 츠무트Zmutt 능선 등반을 시작했다. 눈과 얼음 상태가 극도로 나빠 무척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등반 속도는 줄어  들었다. 오늘 등반의 크럭스(가장 어려운 고비)임을 직감했다. 극도로 조심스러운 등반을 해서일까, 피곤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3시간 40분 만에 다시 정상에 도착했다.
    이번엔 삼촌(알파인 산악가이드)이 정상에서 환영을 해주었고, 마지막 능선인 라이온으로 달려갔다. 라이온 능선은 마터호른 재등 루트이다. 유명한 일화는 당시 카렐Carrel이 이 능선을 택하는 바람에 에드워드 윔퍼보다 며칠 늦게 정상에 도착했다는 것. 이탈리아 루트로 가장 긴 능선이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코스다.
    고향 마을 체르비니아가 아래로 보이는 카렐산장까지 엄청난 속도로 하강하며 뛰어 내려갔다. 산장에서 초콜릿과 콜라를 마시며 마지막 등반을 준비하는데 안개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개의치 않고 속전속결로 혼신의 힘을 다해 다시 정상에 올랐다. 오늘 새벽 1시 30분에 출발해 15시간 만에 4번째 정상에 올랐다. 안드레아스와 나는 자축의 볼 키스를 하고 1시간 4분 만에 회른리산장에 다시 도착했다. 총 16시간 4분 만에 마터호른의 4개 능선 연장 등반과 하산을 했다.
    오른 벽의 길이만 4,000m가 넘는 등반이었고, 하산한 능선의 길이와 거대한 피라미드의 뿌리 부분인 스타트 지점까지 급경사 벽을 횡단하는 길이도 실로 어마어마했다. 베이스캠프였던 회른리산장에는 폭풍설이 몰아치고 있었지만 우리는 새벽 2시까지 축하 파티를 했다. 이 등반을 통해 나는 거듭났다. 더 길고 까다로운 새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되었고, 꿈을 향해 달리는 작은 거인이 된 자신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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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프랑수아.
    작고 빠른 속도 등반의 달인
    카자넬리 프랑수아의 ‘마터호른 당일 4개 능선 연장 등반기’를 우리말로 옮겼다. 필자는 프랑수아를 처음 만났을 때 대뜸 “키가 얼마예요? 몸무게는요?”하고 물어봤다. 초면인 사람에게는 실례이지만 그가 워낙 작아 절로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이었다.
    프랑수아는 중학생처럼 밝게 웃으며 “키는 164㎝, 체중은 64㎏인데요”라고 순순히 얘기해 주었다. 그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해서 갔지만 체격이 너무 작고 마른 그가 해온 등반이 믿기지 않았다. 필자는 엘브르너 정상에서 안나 토레타(지난 호에 소개된 이탈리아 여성 등반가)와 카탈로그 촬영하는 그리벨Grivel 팀과 합류했다. 3,800m대에서 촬영 등반을 했으며, 간간이 그의 등반 철학을 들을 수 있었다. 함께할수록 점점 그가 큰 거인으로 보였다.
    샤모니에서 근 20년을 살았던 허긍열과 마터호른 4대 능선 등반을 계획했었다. 돈이 없으니 산장 숙박을 안 하고 비박을 하며 세운 일정이 최소 3박4일에서 5박6일이었다. 오른 루트로 다시 내려오고 4개의 능선 스타트 지점으로 가는 횡단 등반 시간이 더 길었었다. 등반 스타트 지점에 비박 장비와 식량을 데포하고 최대한 가볍게 등반하는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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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판 포체(6,620m) 알파인등반에 도전했던 프랑수아. 악천후로 정상에 오르는 데 실패했다.
    필자는 1980년 악우회 알프스 3대 북벽 등반대원으로 이곳을 올랐다. 1980년 7월 16일 마터호른 북벽을 한국인 최초로 오르는 데 성공했다. 당시 정상 벽 아래 약 150m 지점에서 위험한 비박을 감행했다. 밤새 천둥과 번개 속에서 한 공포의 비박이었다.
    이탈리아 재등 루트인 라이온 리지는 후배인 문성욱과 함께 등반했었다. 직벽의 카렐산장에서 정상을 오르는 데만 6시간 이상 걸렸다. 아래 마을인 체르비니아로 내려가는 데까지 총 15시간이 걸렸었다. 물론 카렐산장에서 하루 잤다. 루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인 알피니스트들이 한 번 정상에 다녀오는 데 15~18시간이 걸리는 마터호른임을 감안하면, 프랑수아의 2018년 등반은 기록적이었다.
    몽블랑의 페트라이 리지는 벽 길이만 3,800m이고 직고는 4,800m이다. 빙하와 벽 등반 길이를 합하면 약 8,000m에 이른다. 이런 몽블랑 페트라이 리지 몬테 비안코monte bianco를 어떻게 하루에 등반했는지 프랑수아에게 물었다.
    “믹스 등반에 필요한 최소 장비에 50m 로프, 파워바 2개, 파워젤 2개, 물 1리터에 파워젤과 섞은 콜라 1병을 서브 색에 넣고 두 명이 달렸습니다. 5시간 23분 만에 에귀 디 노아Aiguille Noire를 오르고, 북동벽으로 하강하고 다메스 앙글라이저Dames Anglaises와 에귈레 브랑쉬Aiguille Blanche를 올라 출발 8시간 만에 몽블랑 정상 능선에 도착했고, 12시간 12분 만에 등반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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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시간 만에 마나슬루 정상에 오른 프랑수아. 왜소한 체격이지만 폭발적인 스피드를 가진 등반가다.
    “산은 도망치지 않으며 항상 돌아올 기회 있어"
    나는 등반가에게 하나마나 한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
    “왜 등반했나요?”
    멍청한 질문에 그는 더 멍청하게 멍한 눈으로 답했다.
    “산은 하나인데 절반은 나의 산, 절반은 삶을 위한 직업인 알파인 가이드 생활입니다. 둘의 균형을 잘 유지하기 위해선 트레이닝이 절대 필요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80번 더 넘게 마터호른에 손님을 데리고 올라갔지만 그건 제 산이 아니지요.
    경기 등반이 100m 달리기라면 나는 마라톤을 10번 이상 쉬지 않고 달려야 하기 때문에 틈만 나면 계속 훈련합니다. 고난이도 믹스 빙벽등반이나 록클라이밍을 가리지 않습니다. 아직 내가 원하는 벽이 어떤 것인지 모릅니다. 그 산의 벽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 몸이 극한 상황에 적응해야만 합니다. 시간 나면 혼자 마터호른을 2시간 만에 등정하고 하산하는데 이것도 좋은 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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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블랑에서 가장 거대하고 까다로운 리지 코스인 퓨트레이 인테그랄Peuterey integrale을 스피드 등반으로 오르는 프랑수아.
    자신감을 얻은 카자넬리 프랑수아는 2019년 가을 히말라야 마나슬루(8,163m) 속도등반에 도전했다. 2019년 9월 25일 오후 9시 베이스캠프를 출발, 4시간 15분 후 해발 6,780m 지점 캠프3에 도착했다. 8시간 30분 후 캠프4(7,400m)에 닿았고, 9월 26일에 정상에 섰다. 베이스캠프를 출발한 지 13시간 만이었다. 하산도 빠르게 이뤄졌으며 베이스캠프를 출발해서 다시 베이스캠프에 돌아오기까지 21시간 30분이 걸렸다. 마나슬루 최단시간 등반기록이었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14년 9월 폴란드 팀이 세운 기록이었으며, 당시 폴란드 팀은 캠프3부터 스키로 활강해 내려왔다. 그가 스키를 타고 내려온 시간보다 아이젠을 신고 달린 시간이 오히려 몇 시간을 단축했을 정도로 인간 한계를 뛰어넘은 스피드 등반이었다.
    지난 1월에는 동계 마터호른 산군 연장 등반에 성공했다. 마터호른을 비롯해 20개가 넘는 3,000m 이상 고봉을 한겨울에 4일 40시간 동안 연장 등반하는 데 성공했다. 장장 51㎞의 벽 등반 레이스였다.
    그의 지나온 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이탈리아 산악스키 대표선수로 국제대회에서 기초 체력을 만들었고, 2011년부터 2016년까지는 쿠르마에르Courmayeur 육군 스포츠센터의 고산 군인 소속 선수로 근무했다. 2012년 산악가이드 가문의 5대째 피를 이어받아 체르비노 가이드협회Cervino Guide Society 회원이 되었다. 2018년에는 6년에 걸쳐 마터호른 남벽에 신 루트(최고난이도 7a)를 완성했다. 
    2018년 에베레스트와 로체를 등정했고, 올해 마나슬루산군의 판 포체Pangpoche(6,620m)를 알파인 스타일로 도전했으나 악천후로 포기했다. 이 등반을 마친 뒤 프랑수아는 “산은 도망치지 않으며 항상 돌아올 기회가 있으니 돌아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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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터호른 남벽 신 루트 개척 등반을 하는 프랑수아. 마터호른 산간마을인 체르비니아 출신인 그는 고향 산 남벽에 2개의 고난이도 신 루트를 개척했다. 최고 난이도는 7a(5.11d).
    그는 알프스 체르마트와 사스 페Saas Fee 사이의 4,000m 8개 봉우리 연속등반을 12시간 만에 끝냈으며, 해발 5,000~6,600m 사이의 6개 봉우리를 알파인 스타일로 초등하거나 신 루트를 냈다.
    “산에서 두려움은 적이 아닙니다. 당신이 그것을 지배할 때 두려움은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 줍니다. 작은 꿈이 있다면 히말라야 K2를 속도 등반하고, 지금의 여자 친구와 결혼하는 것입이다.”
    프랑수아는 이탈리아산 초콜릿인 누텔라에 중독되었다. 커피는 하루에 8잔을 마시고 일주일에 피자를 4~7판을 먹는다. 몸에 나쁜 것은 다 먹고, 몸에 좋은 것은 거식증 환자 수준으로 거부하는 그가 한 고백이 놀라웠다. 
    “저는 몸이 작고 가볍기 때문에 원정 때 짐을 못 집니다. 그래서 평소에 많이 저장해 두어야 합니다.”
    내가 만난 작은 거인 카자넬리 프랑수아는 항상 배고픈 상태였다. 등반이든 음식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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