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 간 2M 거리두기, 꼭 신경써 주세요!"

입력 2020.06.10 09:42

[시즌 특집|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등산 <2> 북한산 문수봉 르포] 탐방객 3명 중 1명 마스크 착용…소단위 산행 트렌드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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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 왕래가 잦은 등산로 초입에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확실히 등산객이 늘긴 많이 늘었어요. 특히 예전에는 잘 안 보였던 젊은 친구들이나 가족 단위 등산객들이 많이 오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등산 문화를 뒤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산악회 중심으로 버스를 대절해 대단위로 움직이는 산행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보편화되면서 개인이나 친구, 가족 등 소단위로 근교 산행을 하는 경우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또한 새로운 등산 예절도 생겨났다. 탐방객 간 거리두기, 마스크 쓰고 산행하기 등이다. 모두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이다.
최근 이러한 등산 트렌드를 가장 잘 보여 주는 곳이 북한산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공단의 국립공원 3월 탐방객 수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 국민이 국내 여행 및 산행을 자제하면서 전년 대비 18개 국립공원에선 탐방객이 줄어든 반면(25.1% 감소), 북한산은 오히려 41.7% 증가해 총 67만5,900명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북한산국립공원에서 가장 탐방객 증가가 두드러진 곳은 산성지구다. 지난해 3월 탐방객 수가 7만4,650명이었던 반면, 올해 3월 탐방객 수는 15만1,192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공단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개인차량이나 대중교통을 통해 접근이 용이한 도심 인근 국립공원을 방문한 탐방객이 많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뜻하고 미세먼지 없는 맑은 날씨가 지속된 것도 한 몫 거들었다.
이른바 ‘코로나 시국’의 등산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또한 바람직한 산행 예절 및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또 어느 코스로 가는 것이 좋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북한산특수구조대 전세호 대원과 아웃도어 인플루언서 노현미(@no.cxxn)씨와 함께 북한산 산성지구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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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문수봉 정상.
3~4월에 비해 마스크 쓰는 탐방객 줄어
5월 8일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는 생각보다 한적했다. 전날 기상청에서 오후부터 비가 온다고 예보한데다 평일이고 어버이날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먼저 탐방로 입구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무르며 등산객들의 마스크 착용 유무를 파악했다. 78명의 등산객이 지나갔고, 그중 31명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 대신 손수건을 두른 등산객도 여럿 있었다.
“3~4월에 비해서는 확실히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줄긴 했어요. 보통 백운대 가시는 분들은 마스크를 잘 안 쓰시는 편이고, 집 뒤편의 둘레길을 이용하시는 분들은 여전히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시죠.”
전세호 대원은 “아무래도 마스크 쓰고 산행을 하려면 체력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마스크 착용이 느슨해진 것은 5월 6일부터 정부의 방역지침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며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수위가 다소 낮아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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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마스크도 산행 필수품이 됐다. 북한천 계곡의 넓은 바위에 앉아 노현미씨와 전세호 대원이 마스크를 들어 보이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13일 발표한 ‘코로나19 4대 이슈(거리두기, 재난지원금, 마스크, 등교 개학) 인식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27~30일에는 산, 바다, 공원 등 자연녹지공간을 직전 2주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36%였던 반면, 5월 8~11일에는 51%로 늘어나 거리두기가 다소 약화된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여론의 변동 폭이 큰 상황이기에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곤 단정하기 어렵다.
“현재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탐방객 간 2m 거리두기, 탐방로에서 우측으로 한 줄 통행하기, 공용공간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기, 손 소독제를 휴대하고 자주 사용하기, 쉼터에서 오래 머물지 않기, 식사할 때 탐방객 간에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안전 수칙을 적극 홍보하고 있어요. 공단 직원이나 구조대원들도 틈틈이 직접 탐방로를 오르며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탐방객이 몰리는 주말에는 입산 전 체온측정도 하고 있어요.”
탐방객들의 마스크 착용 현황을 확인한 후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북한천을 따라 계곡길을 오른 뒤, 잠룡동계곡 방면으로 대남문을 지나 문수봉에 오르고 승가사 방면의 구기탐방지원센터로 하산하는 코스다. 북한산국립공원의 대표 문화유적인 북한산성의 주요 문화재들과 유적지도 둘러볼 수 있고, 문수봉에 올라 아름답게 뻗은 비봉능선과 서울 시내 전경을 바라볼 수 있다.
보통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잡으면 의상능선을 따라 산행하거나, 백운대를 다녀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탐방객이 적은 코스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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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천을 따라 오르는 탐방로는 줄곧 짙은 숲길이다.
푸른 계곡 숲길을 따라 오르면 가장 먼저 대서문을 만난다. 북한산성에 설치된 14개 성문 중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성문으로, 북한산성의 정문에 해당한다. 산책하듯 천천히 오르다보면 무량사를 지나 북한동 역사관이 나오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관 중이다.
역사관에서는 원효봉과 백운대, 중성문과 대남문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대남문 방면으로 길을 따르자 사람 한 명 찾기 어려운 한적한 계곡길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백운대 쪽으로 향한 탓이다. 가끔씩 만나는 탐방객들은 1명 아니면 2명, 많아야 4명이다.
“등산을 많이 다니지 않았던 탐방객들이 늘어나면서 등산 상식이 부족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한 탐방객이 등산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산행에 나섰다가 바위를 밟고 미끄러져 중심을 잃고 옆에 로프를 잡았다가 어깨가 탈골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산은 미끄러운 화강암이 많기 때문에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를 반드시 신고 산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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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봉에서 바라본 비봉(왼쪽)과 사모바위(중앙).
문수봉, 서울 도심과 바위능선 어우러진 조망 탁월
전 대원의 당부를 들으며 북한산성의 대문 중에 유일하게 성 안에 위치한 문인 중성문을 지난다. 편안했던 숲길이 조금씩 경사도가 높아진다. 그러나 솔솔 부는 봄바람이 열기를 식혀 주고, 노랗게 고개를 내민 죽단화를 보며 힘을 얻어 피로가 느껴지지 않는다.
대남문 방향 이정표를 따라 계속 고도를 높인다. 대성암을 지나자 곧 대남문이다. 두 곳 모두 공사 중이라 높은 철판들로 둘러싸여 있어 진면모를 확인하긴 어렵다. 대남문은 북한산성의 가장 남쪽에 있는 성문으로 비봉 능선을 통해 도성의 탕춘대성과 연결되는 전략상 중요한 성문이라고 한다.
철판을 돌아 넘어 비봉능선을 따라 축조된 성벽 옆으로 길을 잇는다. 잠깐 힘을 들여 오르니 문수봉文殊峰(727m)이다. 북쪽으로는 웅장한 의상능선이, 남쪽으로는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을 사이에 두고 광활한 도시 서울이 펼쳐진다. 동쪽으로는 뭉툭하게 솟아오른 북한산 최고봉 백운대가 정겹다. 문수봉이란 이름은 봉우리 아래에 있는 고려 때 창건된 문수사文殊寺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비봉능선을 따라 서진하자 비로소 삼삼오오 모여 있는 탐방객들을 만날 수 있다. 산 아래에선 상당수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이곳에선 벗고 있거나 아니면 턱에 반만 걸친 상태로 착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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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봉에서 비봉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암릉 구간은 짜릿한 고도감을 안겨 준다.
국립공원공단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안전 수칙 상 마스크는 항상 착용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산행 중 호흡을 곤란케 하는 마스크를 계속 쓴다는 건 몹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지친 상태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다른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캐나다 퀘벡 라발 대학교 루이스 필립 블리트Louis-Philippe Boulet 심장병 및 호흡기내과 교수는 “운동 중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땀과 입김으로 마스크가 젖어 호흡이 곤란해지며, 항균 효율도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다수의 탐방객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공간에서만 마스크를 확실히 착용하고, 오르막을 오를 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었다.
문수봉에서 비봉능선을 따라 서진한다. 험난한 암릉구간을 철제 난간을 잡고 조심스럽게 내려간다. 곳곳에 널찍한 바위와 기암괴석이 들어서 있어 눈이 즐겁다. 승가봉에 오르자 가까이 문무백관이 관복을 입을 때 갖추어 쓴 모자인 사모紗帽를 닮아 이름이 유래된 사모바위와 멀리 진흥왕순수비가 흐릿하게 우뚝 솟아 있는 비봉이 눈에 들어온다.
전 대원은 “3.1절을 하루 앞둔 2월 29일에 멀티암벽 산악회와 공단 직원들이 사모바위에 올라 3.1운동을 기념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기원하는 희망메시지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말했다.
사모바위를 지나 승가사 방면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아직 하산하기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이제야 산에 오르는 탐방객들도 제법 있다. 코로나19로 지친 심신을 산이 달래 주고 있기 때문인지 모두들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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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종 계장
“탐방객들의 높은 시민의식에 감사드린다”
북한산국립공원사무소 재난안전과 이명종 계장
“탐방객이 무척 많이 늘었지만 사고 발생건수는 전년도와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탐방객들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공단 직원들의 통제에 잘 따라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탐방객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명종 계장은 북한산국립공원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이 계장에 따르면 탐방객이 무척 많이 늘고, 특히 산행을 많이 해본 경험이 없는 탐방객도 대거 유입됐지만 안전사고는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고 한다.
“공단 직원들이 현장 활동을 다니면서 탐방객들이 모여서 식사하고 있으면, ‘2m 간격을 유지하고 식사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산행 시 마스크를 써달라’고 요청하는 등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많은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불편하고 짜증날 만도 한데 아무래도 현 시국을 잘 인식하고 계시기 때문인지 다들 협조를 잘해 주셔서 현장 직원과 트러블이 생기거나 민원이 접수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이 계장은 소단위 등산객이 늘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즉각 대처하지 못할 우려에 대해 “정규탐방로에선 지나가는 다른 탐방객들이 모두 적극적으로 대처해 주고 신고도 해주기 때문에 구조에 큰 문제가 없다”며 “앞으로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안전 수칙을 잘 지키며 안전산행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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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등산로 초입에서 국립공원공단 직원들이 탐방객을 대상으로 탐방 거리두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 국립공원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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