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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경상도의 숨은 명산] 상주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 상주 명산!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20.05.2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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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문동 72현’ 한철충의 은신지…상주 비보사찰 동해사도 깃들어 있어

식산 정상을 떠나 만난 바위 전망 터는 상주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식산 정상을 떠나 만난 바위 전망 터는 상주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남한을 지나는 백두대간 684km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315km가 경북을 지난다. 이것은 경북지방에 그만큼 산지가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백두대간이 뻗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상주도 유난히 산이 많다. 그중에서도 상주 시가지에 위치하면서 낙동강이 가까운 산,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늘 한적한 멋을 풍기는 산이 백원산百元山과 식산息山(503m)이다. 특히 백원산과 식산은 상주 시내에서 가깝지만 정작 상주 사람들도 잘 찾지 않는 한갓진 산이다.

백두대간 상주 구간 웅이산(794.1m)에서 선산읍 원리로 뻗어가는 기양지맥이 수선산(682.5m)에서 북쪽으로 곁가지를 늘어뜨린다. 이 산릉은 상주의 명산 갑장산(805.7m)을 세워 올리고 굴티로 떨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며 빚어 올린 산이 백원산과 식산이다. 북서쪽 천봉산天鳳山(435.8m)과 노음산(노악산·728.5m)이 분지형의 상주 시가지를 둘러싼 병풍 역할을 한다면, 앞산 격인 백원산과 식산이 안산案山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백원산을 일컬어 국사봉이라고도 하는데,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한 지형도에는 산 이름이 표기되지 않았다.

산행은 굴티의 허브나라농원에서 시작한다. 이후 473.9m봉~백원산 정상~483m봉~배우이고개(한양 옛길)~식산 정상~서북릉~동해사 왕복~395.7m봉을 지나 능선 끄트머리에 위치한 화개동 인공폭포 쌈지공원에 다다른다. 약 8.5km에 이르는 종주 코스로 능선 따라 이어지는 숲길이다.

허브나라농원 끝까지 올라 채석장 오른쪽 능선이 백원산으로 이어진다.
허브나라농원 끝까지 올라 채석장 오른쪽 능선이 백원산으로 이어진다.

거동2동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굴티까지 약 1km에 이르는 찻길을 걸어야 한다. 허브나라농원으로 들어선다. 이 농원의 주인장은 경북대 상주캠퍼스 교수를 지낸 김부인 선생이다. 본래 과수학이 전공인 김 선생은 상주의 특산품인 곶감의 품질개선을 위해 이곳에서 감나무 연구를 하고 있다. 사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선뜻 지나가도 된다고 허락하면서, 사유지를 지나가지 않으려면 조금 위쪽 고개 옆의 상산 김씨 묘역으로 진입하면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농원 가장자리로 오르는 길옆에는 경북 문화재자료 제129호인 ‘상주 무양동 석조귀부石造龜趺’가 있다. 원래는 무양동(비석거리)에 있던 것을 옮겨 온 것이다. 비석의 몸통과 머리는 없어지고 남아 있는 것은 거북 모양으로 조각한 비석의 받침돌이다.

473.9m봉에서 백원산으로 가는 능선 길은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473.9m봉에서 백원산으로 가는 능선 길은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이다.

산등성이를 깎아낸 채석장의 흉물스런 모습이 보인다. 올라야 할 능선은 채석장 오른쪽이다. 농원 끝까지 올라 오른쪽으로 살짝 꺾으면 산릉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미로 같은 산길에 헷갈릴 수 있지만 능선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큰 어려움은 없다. 희미한 길을 더듬어 오르면 숲은 우거져 주변의 지형 파악이 어렵고 경사가 심해 오를수록 까다롭다. 바위지대를 지나 잠시 전망이 열린다. 남쪽으로 갑장산과 북서쪽 너른 벌판 뒤로 상주 시가지가 조망된다. 

소나무 간벌 지역을 지나면 평탄한 능선에 산길이 뚜렷하다. 곧 만나는 473.9m봉에서 짧게 내려섰다가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로 힘겹게 올라서면 백원산이다. 정상은 숲으로 둘러싸여 있어 전망이 시원찮다. 나무에 걸린 표지판이 정상임을 알려 준다. 

백원산은 ‘두문동 72현’의 한 사람인 한철충韓哲沖과 인연이 있다. 양광도안렴사楊廣道按廉使를 역임한 그는 고려 왕조에 대한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절의를 지키며, 고려가 멸망한 후 은신했던 곳이 바로 이 백원산이라고 한다.

‘한양옛길’이라는 글귀의 이정표가 서 있는 배우이고개.
‘한양옛길’이라는 글귀의 이정표가 서 있는 배우이고개.

백원산을 뒤로하고 식산으로 향한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서다 보면 서곡동으로 갈 수 있는 안부에 닿고, 다시 경사진 오르막길을 치오르면 483m봉에 이른다. 조망은 좋지 않으나 나뭇가지 사이로 식산이 한결 가까워진다. 한 굽이 내려서면 이정표가 서 있는 배우이고개에 이른다. ‘한양옛길’이라는 글귀도 보인다. 낙동강을 건너 낙동면 화산리에서 상주시 서곡동을 거쳐 한양 가는 옛길의 고갯마루이다. 조선시대 한양으로 과거科擧를 보러 가던 선비와 장사꾼들이 넘나들던 지름길인 셈이다.

고개에서 가파른 산길로 단숨에 올라 식산 정상에 다다른다. 소나무에 표지판이 걸린 정상은 암봉으로 전망도 뛰어나다. 지나온 산릉은 물론 북동쪽으로 중부내륙고속국도 너머에 병풍산이 훤하다. 병성천을 낀 넒은 들판 오른편에 낙동강이 흐르고 멀리 안동의 학가산, 그 앞으로 의성 만경산, 구미 청화산, 냉산도 보인다. 식산 정상은 세 갈래 갈림길로 동북쪽 능선은 병풍산으로 연결된다.

식산은 정상에 표지판이 걸려 있고, 암봉으로 전망도 뛰어나다.
식산은 정상에 표지판이 걸려 있고, 암봉으로 전망도 뛰어나다.

하산은 서북릉이다. 암릉으로 살짝 내려섰다가 오르면 상주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바위 전망 터를 만난다. 한없이 펼쳐지는 풍경에 한참을 쉬고 싶은 곳이다. 노음산 너머 멀리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아련하고 갑장산과 백원산을 비롯해 지나온 산릉이 선명하다. 도림사가 자리한 서곡동 일대는 발아래로 보인다. 아름드리 상수리나무가 빽빽하다. 녹색의 푸름이 짙어지며 산천초목이 무성한 것이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껴지게 한다.

동해사東海寺 갈림길이다. 상주와 깊은 연관이 있는 사찰이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다. 10분이면 다녀올 수 있다. 동해사는 남장사, 북장사, 갑장사, 용흥사와 더불어 상주 5대 사찰의 하나로 무학대사無學大師 자초自超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일명 한산사寒山寺라고도 한 이 절은 상주의 풍수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세워진 비보사찰裨補寺刹로 잘 알려져 있다. 상주 시가지가 내려다보이는 절집에서 옛 멋을 찾을 수는 없지만 물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는 여유를 부려본다.

다시 주능선 산길로 돌아와 한 굽이 올려치면 삼각점이 있는 395.7m봉. 이제 능선 따라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완만한 숲길로 이어지는 뚜렷한 산길은 호젓하고 편안해서 좋다. 가끔 빗돌 없는 묘지를 만나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 소리도 들린다. 철조망이 쳐진 특수작물 재배지를 지나 산길은 능선을 벗어나며 오른쪽으로 틀게 된다. 이내 내려선 곳은 화개동 인공폭포 쌈지공원이다. 화개정이라는 편액이 걸린 정자에 앉아 산행을 마무리한다.

식산을 떠나 하산길에 만난 바위 전망 터. 노음산 너머 멀리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아련하고 갑장산과 백원산을 비롯해 지나온 산릉이 선명하다.
식산을 떠나 하산길에 만난 바위 전망 터. 노음산 너머 멀리 백두대간의 마루금이 아련하고 갑장산과 백원산을 비롯해 지나온 산릉이 선명하다.
산행이 끝나는 화개동 인공폭포 쌈지공원에는 화개정이라는 편액이 걸린 정자가 있다.
산행이 끝나는 화개동 인공폭포 쌈지공원에는 화개정이라는 편액이 걸린 정자가 있다.

산행길잡이

거동2동 시내버스정류장~굴티(허브나라농원)~~473.9m봉~백원산 정상~483m봉~배우이고개(한양옛길)~식산 정상~서북릉~동해사 왕복~395.7m봉~화개동 인공폭포 쌈지공원 <4시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4)

산행 들머리까지는 상주 종합버스터미널(534-9001)에서 거동, 용포, 석거실 방면의 910, 911, 920번 상주여객(534-8250)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굴티고개는 버스정류장이 없기 때문에 거동2동 정류장에 내려 1km 정도 걸어야 한다. 시내버스가 여의치 않다면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요금은 1만 원 안팎이다. 

숙식(지역번호 054)

숙박업소는 상주 시내에 많다. 맛집은 상주 중앙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풍물시장과 곶감시장이 붙어 있는 이곳엔 분식에서부터 국밥, 정식, 곶감돈까스 등 다양한 메뉴를 파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상주시 성동동의 선산김치곱창(533-8025), 삼백로 상주소방서 인근의 24시 전주명가콩나물국밥 상주점(531-4085)이 입소문 난 맛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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