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초점ㅣ봄철 산불] 산불 진화도 스마트시대…올해 피해 최소화했다

글 박정원 선임기자 사진 산림청
  • 입력 2020.05.22 17:59
  • 수정 2020.05.25 09: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력 전문화·장비 과학화로 인명·재산 피해 줄여… 발화원인 근절하고 빅데이터·AI 활용이 과제

지난 4월 25일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따라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산불진화대가 위험을 무릅쓰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25일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따라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산불진화대가 위험을 무릅쓰고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산불 피해를 역대급으로 최소화한 성과와 노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합니다. 산불이 날로 대형화 추세인데 주민 피해는 확 줄였습니다. 건조한 시기 봄철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이고, 산불이 혹시 나더라도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차선입니다. 이번에 최선은 못했지만 차선을 이뤄서 다행입니다. 앞으로는 최선을 달성할 수 있도록 각 부처가 능동적·유기적으로 협조해서 산불예방에 만전을 기하도록 합시다.”

산림청이 봄철 산불에 인명피해를 최소화한 산불진화 성과와 노력에 대해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한껏 고무된 모습이다.

봄철 산불방지기간은 보통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해마다 산불예방과 방지를 위해 입산 통제하고 감시하지만 연례행사처럼 매년 산불은 되풀이 되고 있다. 올해도 예외 없이 산불이 곳곳에서 발생했다. 산림청 올해 신년목표 중의 하나가 ‘산불 제로(0)’와 최단시간 진화였다. 하지만 지난 3월 18일 울주에서 첫 산불이 발생하면서 ‘0’ 목표는 사라졌지만 최단시간 진화와 피해 최소화라는 성과를 거뒀다.

박종호 산림청장이 현장에서 산불상황판을 보면서 진화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종호 산림청장이 현장에서 산불상황판을 보면서 진화를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경험 많은 특수진화대 공무직 전환 주효

산림청은 몇 가지 대책을 주도면밀하게 세웠다. 먼저, 불길이 번지기 전 초동대처부터 확실히 하기로 전면 수정했다. 산불만 나면 늦장출동에 지리멸렬하던 진화요원들을 경험 많은 전문직으로 확 바꾸면서 전기로 삼았다. 진화인력의 정규직화로 고용에 안정을 꾀하면서 전문성 강화에 중점을 둔 것이다. 특수진화대 435명 중 160명을 공무직으로 전환했다. 이 계획은 주효했다. 산불진화의 신속한 대처로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올해의 산불은 지난해보다 진화출동시간이 1시간가량 빨라져 초기대응을 신속히 할 수 있었다. 또한 소방호스가 닿지 않는 산 속 깊은 곳까지 미리 출동해서 방화선을 구축할 수 있었다. 방화선은 갈퀴로 땅을 파서 불이 넘어가지 못하도록 사전 조치를 취했다. 산림청은 이러한 조치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5개 지방청 및 강원과 경북에 총 660명까지 전문화할 계획이다. 

두 번째, 산불의 대형화 추세에 맞춰 진화 장비도 이에 맞게 확충하고 과학화했다. 2019년 초대형 헬기 2대를 도입해서 동해안에 배치했다. 이어 한 대를 추가 발주해서 2022년에 들여올 예정이다. 이번 대형 산불에 초대형 헬기의 위력을 톡톡히 봤다. 초대형 헬기의 방화수 저장능력은 8,000리터로 일반 헬기의 20배가량 된다. 도토리 구르듯 소형 헬기가 수십 번 왔다 갔다 해야 할 상황을 수박 한 번 구르듯 대형 헬기로 한 번 만에 해결할 수 있었다. 소형 헬기는 수십 번 왔다 갔다 하면서 사고위험도 상존하고 있는데 이번에 헬기사고를 줄이는 효과까지 봤다. 뿐만 아니라 대형 헬기는 초기 산불 때 불머리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산불진화에 결정적 요소다. 대형 헬기로 미리 산불의 방향을 잡아 몰면 쉽게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진화인력이 갈 수 없는 곳은 헬기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전문 인력 못지않게 대형 헬기의 산불진화 위력을 절감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산불 상황도 및 산불예측시스템(그림1 참고)을 고도화해 정확한 산불진화 대책을 수립했다. 나아가 신속한 주민 대피 및 재산피해 방지대책을 세웠다. 이 계획도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따른 산불의 방향을 시간 단위로 모니터를 보면서 정확한 예측정보를 리얼타임으로 제공하는 동시에 방어벽을 구축함으로써 확산을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산불현장 지휘시스템을 개발해서 산림청 및 지자체에 보급하고 체계적인 현장 대응기반을 구축했다. 산불지휘차량을 2019년 32대에서 올해는 209대를 증차해 총 241대로 늘려 적극 대응케 했다. 

산불진화를 위해 도입한 대형 헬기가 이번 대형산불 진화에 위력을 발휘했다.
산불진화를 위해 도입한 대형 헬기가 이번 대형산불 진화에 위력을 발휘했다.

네 번째, 산불 관련 조직 보강 및 소방청, 지자체와의 협업을 강화했다. 산림청 내 스마트산림재해대응단을 신설해서 드론을 통한 산불 진행방향을 파악하고, 소화탄을 통해 산불을 진화하는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진화기술을 선보였다. 나아가 산림청 중앙산불상황실 및 소방청 119상황실과의 교환근무로 산불정보를 신속히 주고받음으로써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게 했다. 신속한 정보는 장비의 대형화나 과학화, 진화요원의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한 작용을 한다. 정보가 없으면 전문 인력이나 과학적 장비도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산불 예방 및 진화 인프라를 올해 들어 새롭게 구축했다. 산불 임도는 일종의 방화벽과 같다. 임도가 넓으면 산불이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강원도 인제의 대형 산불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산불 임도는 65㎞ 확충하고, 임도 노폭을 100㎞나 확대했다. 또한 산불취약지역에 대한 DB화 및 등급화해서 예방활동에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이러한 대책은 올해 발생한 대형 산불에 크게 위력을 발휘했다. 먼저 3월 18일 울주에서 강한 바람을 타고 발생한 산불은 산림 200㏊를 순식간에 태웠지만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 

산불확산 방지를 위해 확대한 임도도 이번 산불의 조기 진화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불확산 방지를 위해 확대한 임도도 이번 산불의 조기 진화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24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사흘간 이어졌지만 800㏊에 이르는 산림피해만 봤을 뿐 이전에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적었다. 주민 200여 명이 대피하고 주택 3채와 창고 3동, 축사 3동, 비닐하우스 4동의 피해만 입었다. 사흘간 계속된 강풍과 함께 번진 산불이었지만 미리 세워진 산불대책으로 피해규모를 깜짝 놀랄 수준으로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매년 반복되는 강원도 고성의 산불은 올해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 5월 1일 발생한 산불은 ‘또 지난해 상황으로 재연되나’라는 우려를 낳았지만 불과 12시간 만에 진화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과학적 장비에 기초한 정확한 예측과 전문 인력의 초기 진화와 방화벽 구축, 대형 헬기의 비교 안 되는 방화수로 12시간 만에 주불을 잡은 것이다. 

산림청은 소형 헬기와 더불어 뒷불 감시를 통해 지난 5월 3일 오전 7시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이 완전 진화를 선언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지난해 발생한 고성 산불과 비교하면 그 신속성이나 인명피해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사실을 알 수 있다. (표 1 참고) 

빅종호 산림청장이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산불상황판을 가리키면서 진화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빅종호 산림청장이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산불상황판을 가리키면서 진화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산불예측시스템 고도화로 초기 진화

인근 주민은 “인명 피해 없이 그나마 빨리 진화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잦은 산불에 대한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산불피해는 5월 15일 현재 438건에 1288㏊에 달한다. 최근 10년 평균 291건·689㏊ 대비 각각 1.5배, 1.9배 늘었다. 올해 산불 중 3월 울주와 4월 안동, 5월 고성 등 대형 산불 3건이 전체 피해의 85%를 차지한다. 

올해 산불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요인은 산림청의 미리 세워둔 산불 진화대책이 주효했지만 날씨와 발화지점 및 주변의 저수지 등으로 인한 운도 따라주었다. 먼저 기상 상황으로 볼 때, 지난해는 순간 최대 풍속이 35.6m/s이었지만 올해는 16.935.6m/s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도 안 됐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는 소나무가 대부분이었지만 올해는 활엽수림이 70%를 차지, 기름이 많은 소나무보다 산불이 덜 번지는 요인이 됐다. 실제 활엽수림은 소나무 등 침엽수림보다 화염유지 시간이 40% 저감된다. 이러한 자연적 환경과 산림청에서 미리 세워둔 인위적 대책으로 올해의 산불은 한 명의 인명 피해 없이 최소화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박종호 산림청장이 산불진화를 위해 현장 지휘를 하는 가운데 드론을 포함한 스마트기기가 산불 조기 진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종호 산림청장이 산불진화를 위해 현장 지휘를 하는 가운데 드론을 포함한 스마트기기가 산불 조기 진화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인근 주민도 지적했듯이 산불 발화원인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난해의 발화원인은 전봇대의 개폐기 내 전선 스파크이고, 올해는 개인 집에 있는 화목보일러였다. 전부 사람의 부주의로 인한 발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산불 원인의 95%가 인재다. 인재는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면 해소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농촌에서는 관례적인 화목보일러 사용이나 논밭 태우기 등으로 인한 산불발화가 원인으로 지목된 상황에서 관련기관에서는 지속적으로 계몽과 홍보를 해서 이로 인한 산불발화를 없애는 게 급선무다. 

산림청에서도 산불 감시를 위해 산불 취약지 중심으로 경찰관서와 합동 잠복 근무조를 운영하고, 원인규명을 위한 부처 간 합동 산불전문 조사반을 운영할 방침이다. 지난 10년간 산불 가해자 검거율은 41.6%로 절반도 채 안 된다. 산불 가해자는 기필코 찾아내서 일벌백계 책임을 지게 하는 것도 산불을 줄이는 효과가 될 것이다. 나아가 귀산촌 증가 및 펜션 확대에 따른 건축물 화재로 인한 산불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축물 화재로 인한 산불은 최근 10년 평균 16건에서 2019년은 44건, 올해는 5월까지만 46건에 달할 정도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조속하고 신속한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산림청을 포함한 관련 기관은 발화원인이 될 만한 요소를 찾아 비용과 인력이 들더라도 사전에 제거해야 매년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산불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산림청이 목표로 세웠던 ‘산불 제로’가 진정 달성되는 해가 오지 않을까 싶다. 

박종호 산림청장은 “봄에는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불어 항상 대형 산불위험이 상존한다. 다행히 올해는 사전 예방대책을 면밀히 세워 조기진화와 더불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계절별 산불진화 전략 수립과 더불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로봇, 소화탄, 소화약제 개발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을 활용한 R&D를 대폭 확대해서 스마트산불진화를 해야 장기적으로 산불 제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불예측시스템 <그림1></div>
산불예측시스템 <그림1>
고성 산불 2019년 및 2020년 비교 <표1></div>
고성 산불 2019년 및 2020년 비교 <표1>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