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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안산 클린하이킹] 코로나19로 등산 중 '마스크' 무단투기 늘어나

글 김강은 벽화가 사진 클린하이킹
  • 입력 2020.05.2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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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으로 마스크 쓰레기 늘어나

꽃길에 버려진 마스크.
꽃길에 버려진 마스크.

코로나19가 기승이다. 신기한 점은 산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유명한 근교산은 주말이면 줄을 서서 올라갈 정도다.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야외활동을 하기에 산만 한 곳이 없고, 등산이 면역력에 좋다는 이야기가 퍼진 까닭일까? 

클린하이커스도 약소하게 활동을 재개하기로 했다. 멀지 않은 곳, 서울 서대문구 ‘안산’을 찾았다. 도심 속 보물 같은 산, 안산을 근래 자주 올랐는데 아름다운 만큼 생각보다 쓰레기도 많았던 탓이다.

안산에서 무악재 하늘다리를 지나 인왕산으로 향한다.
안산에서 무악재 하늘다리를 지나 인왕산으로 향한다.

최연소 4세 클린하이커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모든 여행자들을 지지하는 산티아고순례길 테마 카페, ‘카페 알베르게’의 두 사장님 부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산을 올라 누구보다 각별히 아끼는 사람들. 환경 스터디를 진행하고, 환경에 대해 심도 깊은 공부를 하고 있는 사람. 더불어 최연소 클린하이커인 4세 전수호군까지 안산 클린하이킹에 합류했다. 우리는 수호의 치명적인 귀여움에 압도되어, ‘수호 대장님’이라 부르며 함께 안산을 올랐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따스해진 공기를 실감하며, 클린하이킹을 시작했다. 산책로를 따라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땅 밑에 묻힌 쓰레기를 파기도 하면서. ‘유물 발굴단’이라 해도 좋을 만큼 땅 밑에서 유물 같은 쓰레기들을 발굴해 냈다.

추억을 회상케 하는 세월감이 느껴지는 쓰레기들이었다. 별난 쓰레기를 줍고 모으다 보니 어느덧 정상에 다다랐다. 수호군도 안산 정상까지 오르는 건 처음이라고 하니, 클린하이킹이 가져다주는 몰입감과 에너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동시에 어린 친구도 실천할 수 있는 일임을 알려주었다. 거창하거나 어려워서 못할 일이 아니라, 네 살배기도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산 속에 묻혀 있는 쓰레기를 파내고 있는 클린하이커스.
산 속에 묻혀 있는 쓰레기를 파내고 있는 클린하이커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력은 산에도 미쳤다. 산 곳곳에서 버려진 마스크를 발견할 수 있다. 청초한 잎이 돋아난 나뭇가지 사이에 마스크가 걸려 있고, 연분홍빛 꽃잎이 떨어진 길 위에 마스크가 버려져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 위에 쓰다 버린 마스크 한 장이 부조화를 이루었다. 벤치나 쉼터 주변 곳곳에서 버려진 마스크를 마주하는 건 도시와 산에서 쉬운 일이 되었다.

어떤 날은 한 등산객이 내 두 눈앞에서 자신이 쓰던 마스크를 나뭇가지에 걸고 새 마스크를 꺼내 쓰고 가는 장면을 목격하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버려진 마스크를 볼 때마다, 자신이 건강하고 싶은 마음에 자연을 해치는 이기심이 읽혀 불편했다. 

코로나19를 앓고 있는 우리만큼이나 자연도 우리 인간 때문에 앓고 있는 것 같다. 때로는 이런 이상 상황이 지구가 우리 인간에게 주는 레드카드, 무언의 경고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마스크.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마스크.
묻힌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 오래된 쓰레기들. 그만큼 쓰레기가 쉽게 썩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묻힌 시대를 짐작할 수 있는 오래된 쓰레기들. 그만큼 쓰레기가 쉽게 썩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의 선호가 아닌 공동연대

불편한 마음이 든 것도 잠시, “클린하이킹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다음에도 언제든 참여하고 싶다”고. 그렇게 “다음”을 논하는 사람들의 반짝이는 마음에 내 마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었다. 잔잔하지만 조금씩 퍼져나가는 클린하이킹의 영향력을 느끼는 요즘, 다시금 의욕이 샘솟는다.

이제는 산을 사랑하고 지키는 일은 우리의 개인 가치관이거나 취미가 아니라, 모두가 동의하고 동참할 수 있는 일로 만들어야 한다. 수호군이 순수하게 산을 느껴보고 사랑해 보려는 그 순수한 마음처럼 말이다. 

모든 사람들도 순수한 마음으로 이 자연을 사랑하길. 내가 즐기는 것만큼, 거꾸로 내가 해줄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길. 이 마음에 기꺼이 공감하게 만든다면, 개인의 선호를 넘은 공동 연대가 퍼져나간다면 바이러스도, 우리의 삶도, 자연도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 믿는다. 

버려진 벽시계.
버려진 벽시계.
13기 클린하이커스가 한 자리에 섰다.
13기 클린하이커스가 한 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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