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바른걸음을 위해 다시 네 발로 돌아가자!

글·사진 박호연 한의사
  • 입력 2020.06.05 09:4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재ㅣ‘등산 주치 한의사’ 박호연의 산행 처방]
스틱 사용해 네 발 보행하는 ‘마더스틱 워킹’

출처: 직립보행
출처: 직립보행

“아침에는 다리가 4개, 점심에는 2개, 저녁에는 3개인 것은?” 

너무 유명한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입니다. 정답은 ‘사람’이지요. 이 질문에는 인간의 성장 발달과 보행 과정이 잘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두 발로 걷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오늘날 지구상에 있는 200종 이상의 영장류 중 오직 인간만이 두 발로  걸어 다닙니다. 또한, 4,000종 이상의 포유류 중 인간만이 걸을 때 두 발을 완벽하게 사용합니다. 

인간은 두 발로 보행하면서 손이 자유로워져 도구를 사용하게 되었고, 네 발 동물보다 호흡이 편해져 말하는 능력이 발달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걷는 방식은 조상들의 신체에 진화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네 발 보행에서 두 발 보행으로 전환되며 ‘척추, 골반, 발, 손, 신경계와 순환계 구조’도 생겼습니다. 

그런데 바르지 못한 자세로 걷는 건 벽을 향해 걷는 것보다 나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무슨 뜻일까요? 만약 벽 쪽으로 걷다가 벽에 부딪히면 몸에 충격이 오니, 바로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하지만 나쁜 자세로 걸으면 곧바로 충격을 느끼지 못해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신체 손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림 2> 참조.

①좋은자세: 무게중심점이 앞으로 있는 자세
②나쁜자세: 무게중심점이 뒤로 빠지는 자세
③ 좋은자세 
④나쁜자세: 어깨가 굽은
자세 
⑤나쁜자세: 어깨를 과도하게 뒤로 당기는 자세. 출처 : 워킹건강법
①좋은자세: 무게중심점이 앞으로 있는 자세 ②나쁜자세: 무게중심점이 뒤로 빠지는 자세 ③ 좋은자세 ④나쁜자세: 어깨가 굽은 자세 ⑤나쁜자세: 어깨를 과도하게 뒤로 당기는 자세. 출처 : 워킹건강법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그중 2개의 스틱을 사용하는 ‘마더스틱 워킹’이 나쁜 보행 패턴을 즉각적으로 개선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먼저 스틱을 동시에 앞쪽으로 던져 약간 지지하며 무게중심점을 앞으로 옮깁니다. 이어 허리를 곧추세우고 어깨를 낮춘 뒤, 팔꿈치가 벌어지지 않도록 팔꿈치를 추처럼 떨어뜨립니다.

스틱을 앞으로 던지고 어깨를 움직이는 과정에서는 태극권의 ‘침견추주沉肩墜肘’를, 양어깨의 힘을 빼 가라앉히고 팔꿈치를 아래로 떨어뜨리는 모습에서 ‘요결要訣’을 볼 수 있지요. 스틱을 사용해 앞쪽으로 체중을 분산하면, 무릎은 자연스럽게 ‘과신전’, 즉 관절의 범위가 180도를 넘는 상태가 안 됩니다.

발이 안쪽으로 들어가는 걸 막는 것은 체형교정과 자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발목이 안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임상에서는 깔창을 깔기도 하지요. 그러나 깔창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발목의 회내가 있습니다. 이때, 마더스틱을 사용하면 발이 안쪽으로 무너지는 자세가 즉시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움직임은 유전되는 게 아니라 배우는 겁니다. 움직임의 패턴이 나빠지면, 통증이 생기기 쉽습니다. 통증을 느끼는 많은 환자가 단순 치료만 받거나 약을 먹어 몸이 낫기를 원하지만, 스스로 걸음걸이를 훈련하고 움직임을 교정하라고 말씀드리면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대부분 본인은 잘 걷고 있다고 생각하며, 운동이 필요하다고 하면, 서 있는 상태에서 빨리 걷거나 뛰는 것을 떠올립니다.

출처: Dynamic Neuromuscular Stabilization
출처: Dynamic Neuromuscular Stabilization

움직임 재학습과 처방에서는 ‘신경 발달학적 관점’이 제일 중요합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누운 자세로 있었습니다. 그러다 팔꿈치로 지면을 지지해 엎드린 자세로, 엎드린 자세에서 네 발로 기는 자세로, 네 발로 기는 자세에서 무릎 꿇은 자세, 무릎 꿇은 자세에서 반 무릎 자세, 반 무릎 자세에서 선 자세로 성장했습니다. <그림 3> 참조.

두 발로 선 자세에서의 움직임은 일생에 걸쳐 발달하고, 보행자는 이를 숙련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람의 움직임은 ‘신체 손상, 반복적인 활동, 노화’ 등으로 제한되거나 변형될 수 있습니다. 재활과 훈련으로 정상적인 움직임을 회복해야 하지요. 

움직임을 재학습할 때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신경 발달학적 관점을 중시해야 하며, 아기가 일어서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듯 낮은 단계에서부터 훈련해야 합니다. 즉 두 발로 걷다가 활동하는 데 불편함이나 어색함을 느끼면 지팡이를 짚고 세 발로 걷는 게 아니라, 낮은 단계인 네 발로 기는 자세에서부터 시작해 두 발로 서기 위한 훈련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

발달 단계에 따른 학습은 재활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선행학습을 선호하고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겠지만, 잘 안 될 때는 오히려 단계를 낮춰서 잘하게 된 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두 발로 서서 걷고 활동하는 게 힘들다면 세 발 걷기처럼 지팡이를 쓰거나 퍼포먼스를 위한 노르딕 스틱 워킹을 하는 게 아니라, 네 발 기기 훈련이나 무릎 꿇은 상태에서의 훈련을 하시길 바랍니다. 또는 마더스틱 워킹같이 네 발 기기와 유사하면서도, 상·하체의 자세를 훈련할 수 있는 운동이 도움됩니다.

건강을 위해 산을 오르내렸다가, 오히려 몸이 더 아프고 망가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두 발로 움직이는 게 불편할 때는 네 발로 내려가 훈련해야 합니다. 마더스틱 보행은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인 보행 자세 교정 운동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박호연 한의사

학력

·경희대학교 한방재활의학 박사과정 수료

·건양대학교 운동처방학 석사

·동국대학교 한의학과 한의사

·National University Medical Sciences(Spain) 오스테오파시 박사

·National Academy of Osteopathy(Canada) 오스테오파시 디플로마

경력

·피트니스 한의원 대표원장

·National Academy of Osteopathy 한국대표

·가압운동(KAATSU) 스페셜 리스트

·건강운동관리사(구 생활체육지도자 1급)

·대한 스포츠 한의학회 팀닥터

·움직임 진단 (SFMA, FMS) LEVEL 2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