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명언] "등산은 명상하기 위한 산책. 천천히 서둘러라"

입력 2020.06.24 17:57

“Climbing is a walk to meditate. Slow down and hurry up.”

흔히 등산을 ‘동적명상Dynamic Meditation’이라 한다. 선禪을 ‘정적명상Static Meditation’이라 한 것에 대비시켜 한 말이다. 실제로 법정 스님은 프랭크 스마이드Frank S. Smythe(1900~1949)가 쓴 <산의 영혼The Spirit of the Hills>을 읽고 그를 “산을 걷는 명상가”라고 극찬했다. 프랭크 스마이드도 “등산은 운동이나 도전이 아닌 명상하기 위한 산책Climbing a mountain is not an exercise or challenge, but a walk to meditate”이라고 말했다.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과연 법정 스님은 스마이드의 어떤 모습과 내용을 보고 그를 산을 걷는 명상가로 평가했을까.
스마이드는 영국의 저명한 등산가이자 저술가, 사진가, 식물학자이다. 어린 시절 돌담 아래쪽 길을 따라 유모차에 실려 다니며, 그 너머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산악인들이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호기심으로 등반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스마이드는 높은 산이 아니라 돌담 너머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그를 단순히 산악인이 아니라 식물학자, 사진작가로까지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으리라 느껴진다. 그가 남긴 책만 하더라도 27권에 달해, 그가 가진 호기심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 수 있다.
그는 산악인으로서도 개척기에 선구자적인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30년 칸첸중가 국제원정대의 영국 대표로 참가해 존송피크(7,420m)를 초등했고, 1931년에는 카메트(7,756m)를 올랐을 뿐만 아니라 1933년과 1936년,  1938년 세 차례에 걸쳐 에베레스트 원정대에 참가하는 등 히말라야 등반에 많은 기여를 했다.
그는 등산이란 행위와 산이라는 자연을 통해 인간들이 살아나가는 문제를 깊이 있고 담백하게 조명한다. 법정 스님이 극찬했던 <산의 영혼>에서 그 내용을 일부 엿볼 수 있다.
‘산에서는 인간이 자신의 힘과 나약함을 발견한다. 산은 인간의 본성이 지닌 진실성을 발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산을 오를 수 있는 건 오직 그의 힘과 기술, 그리고 이끌어 주는 이성의 힘 덕택이다.
“천천히 서두르라”라는 말은 등산가의 격언이다.“Slow down and hurry up.” It’s a mountain climber’s proverb.
빨리 가면서 자주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계속해서 천천히 전진하는 쪽이 더 좋다. It’s better to keep moving forward slowly than to go fast and take frequent breaks.
기술이 훌륭한 등산가는 느긋하게 산을 오르며, 풍경을 즐기면서 올라갈 수 있는 속도를 항상 유지한다. A good-skilled climber always keeps pace to climb up the mountain relaxedly, enjoying the scenery.
너무 빨리 가면 등산과 경치 어느 쪽도 즐기지 못한다. 걸어갈 때두 다리가 모든 일을 다 한다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산을 걸어 올라갈 때는 두 다리가 몸에 의해 작동되는 지렛대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다리에 모든 일을 다 하도록 시킨다면 다리는 곧 지쳐버리고 만다. 알프스의 가이드는 다리뿐 아니라 몸으로도 걷기 때문에 평지에서는 걸음걸이가 어슬렁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산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육체적인 힘과 이성적인 의식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 이상의 그 무엇을 산에서 발견한다. 그 까닭은 산이 한 인간 속에 있는 가장 훌륭한 자질을 끌어낼 뿐만 아니라, 이성적인 차원을 벗어난 힘에 가장 깊은 내면의 생각을 해석하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설명하기조차 힘든 자연이 주는 메시지를 등산가이자 명상가인 스마이드가 말했다. 인간은 등산을 통해 그 깊은 내면을 느껴야 하는데 갈수록 상업화, 세속화, 저급화되는 느낌이다. 빨리 초기의 인간 내면을 고민하는 산악문화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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