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칼럼] 산골짝에 다 남지~

  •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입력 2020.06.24 17:57

    ‘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걷기 <28>

    1991년, 산에서의 취사야영이 금지되었다. 계곡물에 쌀 씻어 쉭쉭대는 스베아123 버너에 코펠 올려놓고 넓적한 돌로 누른 후 꽁치 통조림, 감자 넣고 고추장 풀어 보글보글 끓인 찌개를 시에라컵에 덜어 군용 스포크Spork로 앗, 뜨거 비벼먹던 재미가 오졌는데. 아무튼 그 조치에 불만도 많았지만 바른 정책임에 모두 따랐다.
    그 후 30년 세월에 환경인식이 뿌리내릴 만도 하건만 요즘도 뻔뻔하게 취사하고, 바리바리 싸가서 먹다 버리는 무지렁이가 많으니 이는 자연과의 공존을 저버리는 횡포로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술까지 무시로 마셔대 들이닥치는 생리현상으로 배설물과 들금파리 득시글한 산은 환경보호가 당찮은 난장판이다.
    오래 전에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의 가이디드 트레킹Guided Trekking에 나섰다가 그들의 환경보호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4박5일 동안 마주치는 사람 없는 원웨이one-way 시스템과 1일 40명 정도의 적정인원 수용 등이다. 그중 특이한 것은 롯지Lodge나 헛Hut 외에는 화장실이 없어 트레킹 중 내 의지대로 조절이 될까 했는데, 집중하고 주의하니 별 탈 없이 진행되었던 경험이다. 밀포드는 생태와 환경에 대한 이해와 자연에 대한 예의가 돋보였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랙,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할 여행지” 라고 뽐낼 만했다. 트레킹 내내 부러움과 부끄러움 속에서 나의 환경의식을 돌아다보았다.
    학자들은 자연환경 파괴가 코로나19의 원인이라고 하며, 침팬지 연구가인 인류학자 제인 구달Jane Goodal 역시 산림축소와 서식지 파괴 등의 ‘자연에 대한 무례’를 이유로 들었다. 우리가 환경을 지키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당일산행 점심은 빵과 음료수, 과일 등 간편식으로 최소화하며 1회용 페트병 대신 물통을 사용하고 화장실은 산행 전 미리 들른다. 산길을 조금만 벗어나면 버려진 휴지가 많이 보이는데 늘 산행을 함께하는 아내에 의하면, ‘주로 여성들의 부주의라면서 팬티 라이너를 사용해야 한다’고 귀띔한다.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좋은 환경을 만드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될 것이다.
    환경에 대한 각성은 위기감과 연민에도 있다. 1968년 아폴로8호는 달의 뒷면을 탐사하면서 지구돋이Earthrise를 본다. 마침 크리스마스이브에 이를 TV로 전했는데, 인류人類는 지구가 무한하지 않고 휑한 우주에 나약하게 떠있는 외로운 행성임을 알게 되면서 지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아뿔싸, 지켜주지 못한 자연은 팬데믹pandemic이 되어 우리들의 아름다운 시간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배낭을 ‘자연과의 교감’이 아닌 먹거리와 취할 거리로 가득 채운다면 남은 음식물 쓰레기와 산격山格을 저버린 마음의 쓰레기는 다 어디로 갈까?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가는 산골짝의 다람쥐가 답을 준다.
    ‘산골짝에 다 남지~’.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교장/건누리병원고문/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 사)대한산악연맹 찾아가는 트레킹스쿨 교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 교장/월간 산 대한민국 등산학교 명강사 1호 선정
    윤치술 교장은 ‘강연으로 만나는 산’이라는 주제로 산을 풀어낸다. 독특하고 유익한 명강의로 정평이 나 있으며 등산, 트레킹, 걷기의 독보적인 강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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