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스쿨] 혼자라서 더 자유로운, 솔로 백패킹 비법!

입력 2020.07.17 09:56 | 수정 2020.07.17 16:42

신준범 기자의 백패킹스쿨ㅣ솔로 백패킹
혼자이기에 더 철저한 준비 필요, 기본 체력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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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백패킹은 자연 속에서 나 자신을 위한 온전한 휴식 시간이다.
혼산(솔로 산행)은 초보자도 할 수 있지만, 솔로 백패킹은 거친 자연에서 자기 몸을 건사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 솔로 백패킹을 장비나 노하우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백패킹 특성상 배낭의 무게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불필요한 장비와 음식을 줄이고 고가의 경량 장비로 꾸려도 10㎏은 넘는 것이 일반적이다.
평소 등산은 물론 근력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10㎏ 이상 배낭을 메고 30분 넘게 걸으면 관절과 연골은 손상을 입을 확률이 높다. 관절염을 유발하고 연골을 닳게 만들어 며칠 뒤, 혹은 몇 달 뒤 통증의 원인이 된다. 더불어 배낭 허리끈을 제대로 조이지 않아 어깨로만 무게를 감당하면, 디스크와 척추협착증을 유발할 가능성도 높다.
초보자는 워킹산행이 익숙해진 뒤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일산행부터 시작해 기초를 닦고 시작해야 무리가 없다. 그래야 악천후나 조난 같은 긴급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다. 때문에 솔로 백패킹을 하려는 사람은 ‘어떤 백패킹 장비를 살까’보다는 등산화와 등산복 같은 기본 장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기본 장비를 구입해 당일산행 경험을 쌓아 근육을 단련하고,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다.
혼자 갈수록 등산의 기본에 충실해야 안전하다. 등산지도를 준비해 목적지의 코스와 지형을 미리 살피고, 스마트폰의 다양한 GPS앱을 활용해 길 찾기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보조 배터리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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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릉에서 홀로 해넘이를 즐기는 백패커.
솔로 백패킹에선 욕심을 절제해야 한다. 몸이 자유로워야 마음도 자유롭다.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혼자 움직이는 시간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되어선 안 된다. 배낭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주저앉게 되면 대신 짐 들어줄 사람도, 손잡아 일으켜줄 사람도 없다. 가벼울수록 더 많이 걷고,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솔로 백패킹 장비는 혼자 사용하는 것이니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나 혼자 쓰기에 불편하지 않으면 된다. 남들이 다 가지고 있다고 나도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 장비만으로 얼마든지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가령 의자가 없어도 매트리스로 좌식 생활을 하면 된다. 반면 기본 장비를 빠뜨리게 되면 고생할 수 있으므로, 빠뜨린 장비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너무 늦은 시간에 출발하면 산행 중 해가 져 당황해 조난당할 수 있다. 일행들과 여러 번 와본 곳이라 해도, 혼자 오면 처음 온 것처럼 산이 낯설게 보인다. 게다가 어두워지면 혼자라는 불안감과 어둠의 공포로 인해 산길이 아닌 곳으로 잘못 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혼자일수록 여유 있게 시간을 잡고 움직여야 안전하다.
솔로 백패킹에서 중요한 건 장소 선택이다. 주변에 여럿이 무리지어 온 백패커들이 큼직한 쉘터를 세우면, 시끄러워서 솔로 백패킹의 즐거움을 누리기 어렵다. 토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에 가거나, 야영 터에서 살짝 동떨어진 귀퉁이 등 최소한의 호젓함을 즐길 수 있는 장소를 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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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배낭을 가볍게 싸더라도 가벼운 무게는 아니므로, 기본 체력과 산행 경험이 필수다.
적당한 음주는 백패킹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그러나 산에서의 과음은 절벽에서의 추락 등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특히 혼자 와서 혼술로 인사불성이 되면 답이 없다. 배낭을 꾸릴 때 술은 부족한 듯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음식은 비화식 발열식품이나 도시락을 준비하면 짐 무게와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새로 구입한 장비는 야영장이나 집에서 사용법을 미리 익힌 다음, 산에서 사용해야 한다. 새로 구입한 텐트를 아무도 없는 산에서 치는 법을 몰라 헤매거나, 버너 사용법을 모른다면, 백패킹은 낭만이 아닌 고행이 된다.
솔로 백패킹 온 사람은 자기만의 휴식 시간을 갖기 위해 온 이들이 대부분이다. 다른 솔로 백패커에게 다가가 음주를 권하거나, 타인의 장비를 폄하하거나,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백패킹을 가르치려 들거나, 음악을 크게 틀거나, 술에 취해 고성방가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보는 시선이 있을 때만 친환경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백패커라면 혼자 가더라도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어야 한다. 보는 눈이 없다고 땅을 파지 않고 대변을 누거나, 음식물을 함부로 버리거나, 장작불을 피우는 등 자연에 피해를 줘선 안 된다.
<월간山>에서 다루는 백패킹은 주차장에서 5~10분 거리에 있는 데크에서의 야영을 말하는 건 아니다. 최소한 1시간 이상 걸어서 자연 속에 들어가 즐기는 걸 말한다. 오토캠핑이나 미니멀캠핑을 하는 사람들도 백패킹 한다고 자처하는 이들이 많다. 장비만 갖췄다고 다 백패킹이 아니다. 산이라는 거친 환경에서 자기 몸을 스스로 건사할 체력이 있어야 한다. 준비된 사람은  솔로가 외롭지 않다. 들판이 내 집이고, 별이 쏟아지는 하늘이 내 천장이며, 상큼한 산바람이 내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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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백패킹 기본장비. 1 60리터 경량배낭 2 1인용 텐트 3 250g다운침낭 4 에어매트 5 플라스틱 솔로테이블 6 방석(신선식품 포장지 재활용)
솔로 백패커의 필수 장비
강사 이재승 분리 침낭 특허 출원. 슬로우아웃도어팩토리 대표. 느림라이프백패커 카페 운영자.
백패킹은 짐의 무게가 가벼워야 만족도가 높다. 너무 많은 준비로 무게가 가중되면 쉽게 지치거나 힘에 부쳐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다. 솔로 백패킹에 최적화된 장비를 알아보자.
하계용 배낭은 50~60리터 미만의 경량배낭을 추천한다. 동계용 배낭은 침낭 부피와 우모복 등 짐이 늘어나게 되므로 60~80리터 정도의 배낭을 추천하며, 어깨와 허리 벨트의  쿠션감이 좋은 것을 추천한다.
여름 침낭은 다운 충전량 350~400g 정도의 가볍고 압축 사이즈가 작은 것이 필요하다. 겨울에는 1,000g 이상의 구스다운 침낭이 필요하다. 여름 텐트는 더블월 구조로 이너(텐트 안쪽)는 메시 소재로 되어 통풍이 잘 되는 것을 추천한다. 겨울에는 설치와 철수가 빠른 싱글월 구조이면서도 결로에 강한 원단을 사용한 텐트를 추천한다.
매트리스는 R밸류(단열 성능, 숫자가 높을수록 우수하다)와 상관없이 가벼운 것을 택해야 한다. 겨울에는 R밸류 4 이상, 어느 정도 냉기 차단이 가능한 에어매트를 택해야 한다. 풋프리트(텐트 바닥에 까는 돗자리)를 겹쳐서 사용하거나 침낭 라이너(침낭 내피)나 침낭커버를 사용해 R밸류와 보온성을 높일 수 있다. 가볍고 작은 좌식용 테이블과 편하게 막 써도 되는 스펀지 방석을 사용하길 추천한다.
윈드스토퍼 재킷과 중간에 물을 보충할 수 있는 물통, 발목을 보호하고 쿠션감 좋은 중등산화, 등산 스틱은 계절에 상관없이 항상 준비해야 한다.
배낭 무게 최소화해야
강사 홍희동 코오롱등산학교 졸업, 응급처치 전문과정 이수, 아일랜드피크(6,189m) 등정, 2012년 대통령기 등산대회 2위, 인도 스톡캉그리(6,153m) 등정.
혼자 모든 걸 해야 하기에 안전이 중요하다. 산행지 선정부터 산행 거리와 시간, 난이도, 탈출로, 식수를 구할 수 있는 곳 등을 미리 계획해 짜놓으면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수월하다. 혼자 온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사람이 없을 때 야영지를 구축하고, 오전에 등산객이 올라오기 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떠나기 전에 가족이나 친구에게 계획을 알려 주고, 휴대폰에 119 신고앱을 설치해 두는 것도 좋다.
솔로 백패킹이 처음이라면 산보다는 해수욕장이나 자연휴양림처럼 접근성 좋고 관리자가 있는 안전한 곳을 택해야 한다. 미리 연습해 짐 꾸리기와 장비 사용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혼자 짐을 들고 가야 하기에 짐 무게를 최소화해 몸의 부담을 줄여야 하며, 정말 필요한 장비만 챙겨야 한다. 매트와 의자 중 매트만 가져가는 등 대체할 수 있다면 하나만 가져가야 한다.
평소 다른 백패커들의 장비를 참고해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장비나 방식은 벤치마킹하는 게 좋다. 음식물은 필요한 만큼만 준비하고, 밤에 먹고 남은 음식은 이중 포장해 둬야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솔로 백패킹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주말보다는 조용한 평일에 가는 게 좋다. 혼자는 위험할 거라 생각하지만, 경험에 따르면 대자연에서 혼자 지내는 것이 더 즐겁다. 지금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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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챠크라라후(6,112m)산 호숫가에서 솔로 백패킹을 즐기는 민미정씨.
여성 솔로 백패킹 시 주의할 점
강사 민미정 네팔 EBC 서킷, 유럽 알프스, 남미 안데스, 북미 로키 등 백패킹 종주. 
여성이 솔로 백패킹을 떠날 때 가장 주의할 것은 SNS이다. 솔로 백패킹을 즐기는 여성은 인터넷상에서 많은 이들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으며 우쭐해지기 마련이다. 나 또한 처음 백패킹을 시작했을 때,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게 좋아 홀로 떠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럴 때마다 주위의 찬사에 고무되어 자랑하듯 SNS에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등산과 백패킹 인구가 많이 늘어났다. 지금은 솔로 백패킹을 중계하듯 실시간으로 올리면,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하산 후 SNS에 올리거나, 혼자라는 것을 어필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가끔 솔로 백패킹을 하면 산을 오를 때 만나는 등산객 중 말을 걸어주는 분이 많다. 무거운 짐을 메고 오르는 걸 대단하게 생각하거나 부러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혼자 왔는지 묻는 이들이 있다. 그럴 땐 “일행이 올라오고 있다”고 하거나 “위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둘러댄다.
어떤 등산객은 “혼자 왔나 보네, 밤에 무서우니까 같이 있어 줘야겠네”라는 식으로 쓰레기 같은 말을 투척하기도 했다. 요즘처럼 흉흉한 세상에 그런 성희롱적인 농담이 얼마나 공포감을 주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세계의 여러 산을 솔로 백패킹으로 다녔지만 한 번도 그런 농담을 들어본 적은 없다. 만나면 서로 격려하고 인사만 나눌 뿐이다.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어이없는 언어폭력을 당한다. 언어폭력이라 하면 과도한 표현이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공포스럽고 불쾌하다.
결국 최근에는 솔로 백패킹을 자제하고 있지만 몹시 가고 싶을 땐, 등산객이 없는 틈을 타거나 아예 백패커가 대거 몰리는 야영 장소를 선택한다. 요즘은 에티켓을 지키는 이들이 많아져 늦게까지 고성을 내거나 과한 음주로 진상을 부리는 사람이 줄었다. 백패커로 붐비는 장소에서 홀로 야영하더라도 아쉬울 건 없다. 솔로 백패킹이 많은 이들의 로망인 만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백패커는 물론, 등산객들도 백패커에 대한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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