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의 숨은 명산] 나 홀로 즐기는 명품 참나무 군락 산행

  • 글 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입력 2020.07.17 09:55

    [주말산행│경상도의 숨은 명산 갈라산 547m]
    신라 명필 김생이 글공부한 산…인근 고운사·최치원 문학관도 가볼 만

    이미지 크게보기
    문필봉은 전망이 트여 지나온 산릉이 보이고, 산골짜기에는 구계리마을이 숨은 듯이 앉았다. 왼쪽은 가야 할 등운산이다.
    성큼 다가선 여름에 폭염주의보까지 내린 날, 경북 의성의 갈라산葛羅山을 찾았다. 갈라지맥의 주산인 갈라산은 안동의 산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사실 의성과 경계를 이루고 있어 의성의 산이기도 하다. 안동시에서 산림욕장을 조성해 둘 정도로 등산로 관리에 공을 들인 반면 의성 쪽은 다소 접근성이 떨어져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더구나 의성 쪽 산행 들머리인 단촌면 구계리의 대중교통편도 오히려 안동시 쪽이 더 많다.
    갈라산은 예부터 산 능선에 칡이 많이 자생해 붙은 이름이다. 옛 문헌에는 문필산文筆山 또는 갈나산葛那山으로도 기록돼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영가지永嘉誌>에 ‘문필산은 안동부 남쪽 23리에 있는데, 일명 갈라산이라 한다. 기우제를 지낼 때 사용하는 제단이 있으며, 세상에 전하기를 신라 때 명필 김생이 여기에서 글씨를 배웠다. 그리하여 문필봉이라 한다’고 적혀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었던 소산小山 이광정李光靖이 10세 때 백형伯兄과 함께 갈라산에 올라 지은 시가 그의 문집 <소산집小山集>에 전한다.
    산행은 구계2리 외천마을에서 시작해 고무재~두리봉(462.2m)~갈라산~문필봉~외천 갈림길 이정표(주차장 2.8km)~사부곡산(460m)~471.5m봉~519.8m봉(갈라지맥 분기점)~임도~416.1m봉~장기매기(442.9m)~송이막터(임도 끝)~등운산(532.3m)~통정대부 신씨 묘~살갈이골~구계2리(외천) 버스정류장으로 돌아온다. 원점회귀로 거리는 약 13.5km에 이른다. 이 코스는 안동 쪽에 비해 찾는 사람이 적어 번잡하지 않아 좋다.
    이미지 크게보기
    외천마을 입구의 버스 회차지점에 ‘갈라산 등산로 입구’라는 푯말이 있어 쉽게 들머리를 찾을 수 있다.
    외천마을 입구의 버스 회차지점은 고목의 회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마을 쉼터다. 등산안내도와 ‘갈라산 등산로 입구’라는 푯말이 있어 쉽게 산행 초입을 찾을 수 있다. 개천을 따라 진입하면 등산로 안내판을 지나 아치형 나무다리를 건넌다. 산길은 소나무가 우거진 숲길로 경사는 완만하다. 이 길은 옛날 구계리 사람들이 안동 장을 보러 넘나들던 지름길이었다. 고무재에서 갈림길로 곧바로 넘어가면 안동 남선면의 무수무에 이른다.
    산행은 안동시와 의성군의 경계인 주능선을 따라 갈라산으로 향한다. 능선길 곳곳에 의자와 이정표가 있어 산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수목이 울창한 숲길이라 어지간한 더위는 피할 수 있어 좋다. 다만 주변 조망이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
    묘지를 지나고 경사가 가파른 통나무 계단을 오르면 462.2m봉에 닿는다. 인근에서 두리봉이라 부르는 산마루에 묘지가 있을 뿐 그 어떤 표시도 없다. 완만한 능선길은 식생이 바뀌어 아름드리 참나무가 숲을 이룬다. 신갈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는 골기骨氣를 많이 품고 있어 숲속을 거닐기만 해도 뼈를 튼튼히 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갈라산산림욕장은 아름드리 참나무가 숲을 이룬다.
    갈라지맥의 주봉인 갈라산(547m) 정상에는 표석과 1등 삼각점(의성 11, 2004 복구)이 있다. 지형도상의 갈라산 정상이지만 최고봉은 뒤에 만나는 문필봉(566m)이다. 무수무로 내려가는 길 옆에는 전망을 볼 수 있는 데크가 설치돼 있어 모처럼 주변 조망이 열린다. 남선면 일대를 비롯해 멀리 임하댐과 그 뒤로 약산이 아슴푸레하다.
    문필봉 방향으로 향하다 보면 돌탑봉을 지나 거대한 돌무덤과 문필봉 안내판이 보인다. ‘산 정상에 기우단이 있고, 기우단 주위에는 무쇠로 만든 말馬을 묻어 두었다고 한다. 한발旱魃이 들어 가뭄이 극심할 때는 안동부사安東府使가 많은 명산 중에 유일하게 이곳을 찾아 기우제를 지내는 관례가 있다’는 내용이다.
    다시 한 굽이 올라서면 문필봉 표석이 반기는 갈라산 최고봉이다. 흔히 문필봉 하면 붓끝처럼 생긴 뾰족한 산세를 떠올린다. 갈라산 문필봉은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일제강점기 소설가 나도향은 그의 작품 <청춘>에서 ‘동대의 줄기 갈라산이 펴다 남은 병풍을 드리운 듯하다’고 묘사했다. 전망이 트여 지나온 산릉과 인근의 나지막한 산들이 펼쳐진다. 산골짜기에는 구계리 마을이 숨은 듯이 앉았고 그 왼쪽에 가야 할 등운산이 솟았다. 전망데크와 의자가 있어 쉼터로도 좋다.
    이미지 크게보기
    갈라지맥의 주봉인 갈라산 정상에는 표석과 1등 삼각점, 전망데크가 있다.
    문필봉을 뒤로하고 급경사의 통나무 계단길을 내려서면 벤치, 평상쉼터, 체육시설 등이 있는 산림욕장이다. 갈림길에는 이정표가 서 있는데 진행 방향은 외천 주차장 쪽이다. 1, 2 삼림욕장을 벗어나면 ‘외천주차장 2.8km’ 이정표가 있다. 마지막 이정표가 서 있는 여기서 등운산 방향은 능선길로 직진이다. 한동안 갈라지맥의 마루금을 따라가는 능선길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듯하다.
    등운산까지의 산길은 간혹 선답자의 리본이 보이지만 길은 희미하고 숲이 우거져 독도에 유의해야 한다. 나무에 ‘갈라지맥 460.6m 준·희’ 팻말이 걸린 사부곡산을 지난다. 묘지가 많은 산릉은 주변 전망이 좋지 않으나 청정하고 호젓하다. 계속되는 오르내림에 471.5m봉을 넘어 지나온 길을 뒤돌아본다. 산세 전체를 볼 수는 없지만 잠시 갈라산이 얼굴을 내민다. 우거진 숲 사이로 왼쪽에 기룡산이, 오른쪽은 등운산의 모습도 살짝 볼 수 있다. 경주 김씨 묘역에서 희미한 숲길로 가파르게 올려치면 519.8m봉이다. 백고개로 떨어지는 갈라지맥과 헤어지고 묘지 앞 남쪽 능선으로 내려선다.
    이미지 크게보기
    갈라산 최고봉인 문필봉은 신라 명필 김생이 글씨를 갈고 닦은 데서 얻은 이름이다
    이미지 크게보기
    등운산으로 가다가 만난 임도의 숲 그늘에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에 지난 2017년에 발생했던 산불의 흔적이 보인다. 진달래, 싸리나무 등이 귀찮게 걸리적거린다. 완만한 산릉은 서쪽으로 틀어 곧 임도를 만난다. 여기서 건너편 산으로 오르지 않고 산릉과 나란히 가는 임도를 따라간다. 인적이 드문 임도의 숲 그늘에는 엉겅퀴, 백선, 싸리꽃, 개망초 등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오르막 임도의 고개에서 산길로 들어선다. 곧 416.1m봉을 만나고 능선 따라 내려서면 삼거리 임도에 닿는다. 건너편 산으로 진입해 희미한 산길을 더듬어 오르면 지형이 장구처럼 생겼다는 장기매기(442.9m)를 넘는다. 안동 김씨 묘를 지나면 막다른 임도 공간에 행사용 천막 한 동이 들어서 있다.
    서서히 가팔라지는 숲길로 올라서면 고운사 방향으로 갈라지는 산등성이에 이른다. 고운사로 내려서는 산길도 희미하다. 다시 한 굽이 오르면 ‘구름을 타고 오른다’는 등운산騰雲山(532.3m)에 이른다. 콘크리트 헬기장에 용도를 알 수 없는 높다란 안테나가 섰다. 헬기장 가장자리에는 삼각점(길안 402, 2004 재설)이 있고 숲이 짙어 전망은 좋지 않다. 북쪽에 갈라산이 머리만 보이고 안테나 공사로 트인 남쪽은 고만고만한 산들이 어깨를 맞대고 넘실거린다.
    하산은 삼각점 옆으로 트인 서릉으로 내려선다. 희미한 능선 길에 의성 김씨 묘를 만나고 뒤이어 문인석까지 갖춘 통정대부 신씨 묘도 지난다. 422m봉은 살짝 비켜가고 고도가 낮아지며 산비탈의 고추밭에 닿는다. 영양 못지않게 고추 농사를 많이 하는 곳이 구계리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밭은 넓다. 건너편 갈라산 능선이 뚜렷하다. 살갈이골의 개천을 따라 이어진 콘크리트 도로로 외천마을에 이른다. 짙은 수목이 발산한 피톤치드를 맛있게 들이킨 산행이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갈라산 전망 데크에 서면 남선면 일대를 비롯해 멀리 임하댐과 그 뒤로 약산이 아슴푸레하다.
    산행길잡이
    구계2리(외천) 버스 회차지점~고무재~두리봉~갈라산~문필봉~마지막 이정표(주차장 2.8km)~사부곡산~471.5m봉~519.8m봉(갈라지맥 분기점)~임도~416.1m봉~ 장기매기~행사용 천막(임도 끝)~등운산~통정대부 신씨 묘~살갈이골~구계2리(외천) 버스 회차지점 <6시간 30분 소요>
    교통
    갈라산 산행의 들머리인 구계2리 외천마을까지는, 안동역 맞은편 안동초등학교 앞에서 안동버스(054-859-4571) 438번이 1일 6회(06:00, 08:15, 10:40, 13:20, 16:00, 18:30) 운행한다. 한편 의성 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구계2리 외천마을까지 농어촌버스가 1일 2회(09:00, 14:20) 운행한다. 이 버스들은 모두 고운사를 경유한다.
    숙식(지역번호 054)
    산행 들머리까지 대중교통편을 고려해 숙식은 안동시내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안동역 맞은편은 숙박 거리, 안동 갈비골목, 음식의 거리까지 한 번에 연결된다. 이곳에서 숙식 해결이 가능하다. 특히 음식의 거리는 40여 곳의 각종 맛집이 있어 안동 간고등어와 안동 찜닭 외에도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시골장터국밥(859-9898)의 쇠고기 국밥과 옛날석쇠불고기는 별미고, 옥야식당(853-6953)의 선지국밥, 경상도 추어탕(857-9341)도 널리 알려져 있다.
    볼거리  
    고운사孤雲寺는 신라 신문왕 원년(681) 의상조사가 창건해 원래 고운사高雲寺라 명명했던 절이다. 고려시대에는 14개 군의 사찰을 관장하며 암사庵舍와 전각殿閣이 366칸에 달했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가 승군의 전방기지로 사용했으며, 한때 500명의 대중스님이 수행한 도량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로서 5개 군에 걸쳐 60여 말사를 관장하는 큰 절이다. 도선국사가 조성한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제246호)과 가운루駕雲樓·삼층석탑· 연수전延壽殿이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었으며 경내에는 28동의 고건물이 있다. 고운사 가는 길목에 최근 문을 연 최치원 문학관이 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