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세계일주] 독특한 문화와 자연 간직한 남미의 낙원

  • 글·사진 김영미 여행작가
    입력 2020.07.23 09:45

    [나홀로 세계일주ㅣ칠로에섬]
    칠레에서 두 번째로 큰 섬에서 즐기는 힐링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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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사르 습지, 리란의 해변
    쇠못 하나 없이 나무로만 만든 교회를 상상할 수 있을까? 게다가 섬에는 150여 개의 목조 교회가 있고 그중에 16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수상가옥, 새들의 천국 람사르습지, 다른 지역과 격리되어 남미와는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남아 있다. 서해안의 국립공원에는 원시림과 습지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걷는 이들을 위한 보드워크가 놓여 있어서 산책의 즐거움을 주는 곳, 바로 칠로에섬Chiloe Island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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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색으로 칠해진 앙쿠드해변의 필라피토스.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가 가득
    칠로에섬은 제주도 면적의 5배 정도 크기이고, 칠레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이다. 푸에르토 몬트Puerto Montt에서 칠로에 앙쿠드Ancud행 버스를 탑승하면 버스에 탄 채 페리에 승선한다. 소요기간은 1시간 남짓. 페리에서 바라보는 칠로에섬은 바다도 하늘도 온통 파랑이다. 바다와 하늘 가운데 칠로에섬이 선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과 격리되어 있어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적막함이 흐를 만큼 고요한 섬은 대도시에서는 상상도 못 할 다양한 색으로 채워져 있다.
    칠로에섬의 모든 건축물은 나무로 지어진다. 특히 이동이 쉬운 건축방식을 택하고 있다. 덕분에 이사는 집과 함께 이동한다. 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건물을 통째로 옮기는 것이다. 집을 옮기는 것도 사람이나 기계가 아니라 소를 이용한다. 집뿐 아니라 교회 등도 이런 방식으로 이사한다. 이것은 칠로에 사람들의 전통 품앗이 ‘밍가Minga’이다.
    아름다운 해안선의 갯벌에는 다양한 색으로 칠한 ‘필라피토스pilafitos’라 부르는 건축물이 있다. 나무 기둥 위에 세워진 목조주택이다. 완전히 물 위에 떠 있는 것은 아니다.
    바닷물이 밀려들어올 때 물에 잠기지 않도록 높게 지어진 집이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화려한 색의 수상가옥들이 물에 비쳐서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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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라코의 해변 산책길.
    섬에 만들어진 교회들도 모두 목조 건축물이다. 스페인의 침략 시절에 선교를 위한 목적으로 예수회 선교사들이 짓기 시작한 것이다. 19세기 말에는 100여 개의 교회가 건설되기에 이르렀다. 어찌 보면 침략의 유물이지만 칠로에 사람들은 그것들을 부수거나 숨기지 않는다. 이곳의 교회들은 웅장하거나 화려한 모습이 아니다. 우리의 한옥처럼 나무로 만들고 못이 아니라 나무에 홈을 파서 연결한다.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닌 소박한 교회들은 우리의 시골 교회처럼 사람 냄새가 느껴진다. 150여 개의 교회 중에 16개의 교회가 유네스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교회들을 보물찾기 하듯 돌아보며 섬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것은 칠로에섬의 필수 여행코스다.
    ‘뜨거운 돌’이란 뜻의 ‘쿠란토Curanto’는 칠로에섬의 전통음식으로 ‘모듬찜’의 일종이다. 땅에 깊이 1m 이상 구덩이를 파고  돌을 넣은 다음 모닥불로 돌을 벌겋게 달군다. 달궈진 돌 위에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 소시지, 조개, 생선, 감자 등을 올리고 열기가 날아가지 않도록 잎의 크기가 1m에 달하는 날카Nalca라는 식물의 잎을 덮는다. 1시간가량 지나면 쿠란토가 완성된다. 이 음식의 유래는 선사시대까지 올라간다. 각 재료의 육즙이 살아 있어서 고유 맛을 느낄 수 있다. 칠레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손꼽히며 영양도 풍부하다.
    달카우에Dalcahue라는 항구를 구경하다가 식당 앞에서 ‘쿠란토’라는 외침에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몸이 향한다. 칠로에섬에서 꼭 먹어보려고 생각했는데 마땅한 식당을 찾지 못하고 있던 차였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니 마침 쿠란토를 막 완성해서 날카잎을 벗겨내는 중이다.
    사진을 찍어도 좋은지 양해도 구할 사이 없이 무척이나 많은 사진을 찍고 난 후에야 식당 아저씨들이 눈에 들어온다. 엄청난 실례를 저질렀으니 미안한 마음뿐이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니 “노 프로블레마No Problema”라고 하시며 웃으신다. 역시 유쾌한 남미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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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로에섬의 전통음식 쿠란토.
    식당 안에는 단체 손님들이 쿠란토를 기다리고 계셨다. 어제  쿠란토를 예약하셨다고 한다. 나는 마침 그 시간에 그 식당을 지나게 되어서 쿠란토를 먹을 수 있는 행운을 잡은 것이다. 쿠란토는 다양한 재료가 들어 있어서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모든 재료가 신선하고 육즙을 가득 담고 있어서 너무 부드럽고 맛있다. 조개는 우리나라의 조개 찜과 같은 맛인데 신선해서인지 더 쫄깃쫄깃하고 식감이 좋다.
    식당을 나와서 길을 걷는데 ‘아차오Achao’라고 행선지를 붙여놓은 버스가 있다. 어제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서 아차오를 들었던 생각이 나서 일단 버스에 오른다. 잠시 후에 아주머니 한 분이 내 옆에 앉으신다. 그런데 영어 발음이 예사롭지 않다. 그녀의 이름은 루스. 쿠라코Curaco에 살고 남편은 미국인, 이곳에서 선교사로 교회를 꾸려가고 있다고 한다. 쿠라코에서 그녀를 따라 버스에서 내린다.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그녀의 남편과도 인사를 나눈 후에 그녀의 안내에 따라 마을 구경에 나선다. 루스의 딸이 다니는 학교에 가서 마치 외부 초청 인사처럼 수업참관도 하고 박물관 구경까지 한 후에 타데오교회Iglesia Santo Judas Tadeo로 향한다. 밝은 초록의 교회는 마치 유치원처럼 예쁜 건물이다. 가는 곳마다 모두 나를 소개해 주면서 자랑스러워하는 그녀 덕에 여행의 추억이 풍요로워진다. 스쳐가는 인연인데 애정을 가지고 함께 시간을 보내 주어서 너무 고맙다.
    아차오마을 입구의 전망대El Mirador Alto La Paloma Achao는 아차오마을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멋진 곳이다. 참 아름다운 마을이다. 전체 조망을 하고 바닷가로 걷는다. 거리는 꽤 멀지만 마을을 바라보며 바람을 느끼며 걷기로 한다. 조금 걷고 있는데 버스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먼지로 걷기가 괴롭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나가는 버스를 보고 손을 들어본다. 마치 택시 부르듯이. 버스가 선다. 이젠 나도 현지인이 된 느낌이다.
    항구에 도착해서 해변으로 내려간다. 정말 깨끗하고 한적한 어촌이다. 아이들이 아무 옷이나 입고 물장구 치고 모래집을 지으면서 놀고 있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니 시원한 느낌이 몸을 타고 올라온다. 맑고 맑은 바다에서 사람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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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로에 고유방식으로 건축한 쿠라코의 목조교회.
    천국으로 가는 선착장, 무에예 데 라스 알마스
    무에예 데 라스 알마스muelle de las almas로 걸어가는 길은 누군가 잘 가꾸어 놓은 정원처럼 예쁘다. 버스 정류장으로부터는 약 9km. 입장권을 받는 매표소에서 약 5km. 이정표가 전혀 없지만 길을 잃을 가능성은 없다. 마치 알프스의 어느 산자락처럼 들에는 소, 말, 염소 등이 방목되고 있다.
    작은 동산들을 지나니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침내 지구의 끝처럼 보이는 지점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바다로 향하는 나무로 만든 다리가 있다. 마치 그 다리의 끝에 서면 어디론가 떠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치명적인 유혹이 느껴진다. 앞쪽엔 태평양이 펼쳐진다. 이곳은 푼타 피룰린Punta Pirulin. 천국으로 가는 선착장, 무에예 데 라스 알마스가 있는 곳이다. 죽은 자들의 영혼은 이곳에서 휴식장소로 데려다주는 마푸체Mapuche 신화에 나오는 어부, 트렘풀카우에trempulcahue를 만난다는 전설이 있다. 무에예 데 라스 알마스는 죽어서 하늘나라로 가지 못한 마푸체 인디언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환경예술가인 추모노Chumono가 만든 작품이다.
    무에예 데 라스 알마스에 오르기 위해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마치 트렘풀카우에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인다. 천천히 무에예 데 라스 알마스의 우드데크 끝으로 걷는다. 계속 걸으면 바다 위를 걸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끝에 서니 파도의 외침 사이로 저 세상으로 가지 못한 마푸체 인디언 영혼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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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로에섬의 북쪽 중심도시, 앙쿠드 항구
    람사르습지, 국립공원
    칠로에섬의 서해안에 위치한 국립공원 산책로는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푸에르토 몬트의 국립공원처럼 원시림과 습지가 자연 상태로 보존이 잘되어 있고,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보드워크boardwalk가 조성이 되어 있어서 습지나 숲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산책과 삼림욕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이따금씩 전망대에 올라 끝없이 펼쳐지는 숲과 쿠카오Cucao호수를 바라본다.
    오르내림도 거의 없어서 누구든지 걷기 좋은 길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자연 속에서 여행의 피로를 모두 날린다. 쉬다가 걷다가 트레킹이 거의 끝날 무렵에 반대 방향으로 걸어서 길을 잃는 해프닝을 겪는다. 길이 있을 것 같아서 올랐던 산에는 길이 없었다. 결국은 돌아서 내려오니 들어갔던 곳과 완전 반대방향이다. 다행히 지나가는 차의 도움으로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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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앙쿠드에 있는 안토니오 요새.
    갈매기 군락지, 리란
    레무이Lemuy와 리란Rilan을 다녀온 후에 시간이 되면 달카우에Dalcahue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버스 터미널로 간다. 레무이는 10시 15분,  리란은 10시에 버스가 출발한다. 두 곳을 함께 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서 일단 리란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기사님에게 달카우에 가는 버스를 물어보니 돌아오는 버스 시간과 함께 달카우에 가는 버스는 10분마다 있다고 알려 주신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내게 참 열심히 설명을 하신다.
    리란은 아주 작은 동네. 교회와 바다 외엔 갈 곳도 없지만 조용하고 푸근한 마을이 편안하게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마치 어릴 적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이다. 교회는 리모델링 작업을 거쳤지만 건축방식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외부 벽은 물고기 비늘 모양의 작은 나무 조각이다. 내부 구경을 위한 입장료는 500페소. 내부는 다른 교회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지만 종탑까지 오르고 교회 천장 구조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나무끼리 빗대어서 서로 힘을 지탱할 수 있는 구조이다. 단 하나의 못도 없이 지어진 교회를 가까이서 내부까지 살펴보니 더욱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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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어촌마을 쿠욘 해변.
    교회 구경을 하고 나오니 아직 버스는 그대로 서있다. 12시 출발이니 아직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잠시 산책을 다녀오려고 바다로 가는 길을 물으니 기사님이 설명하다가 “버스를 타라”고 한다. 길 가는 도중에 원하는 곳에 내려 주고, 손 들면 세워서 태워 주고, 누군가 타려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기다려 주고. 오는 사람, 가는 사람, 지나가는 사람까지 모두 인사하고 짐을 들고 타는 사람에겐 짐 놓을 곳까지 신경을 쓴다. 한국의 마을버스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장면을 칠로에섬에 있는 동안 늘상 본다.
    아주 오래전 우리네 시골에서도 그런 때가 있었겠지. 버스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다. 몸에 배어 있는 여유와 느긋함이 게으름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게 그들의 삶이다. 그들의 느긋함에는 질서와 시스템이 있다.
    언덕만 하나 넘으면 될 것 같았던 바다는 생각보다 멀다. 게다가 먼지까지 가득하니 걸었으면 중간에 돌아왔을지도 모를 길이다. 몇 개의 언덕을 넘어서니 드디어 바닷가이다. 물속이 훤히 보일 만큼 맑고 투명한 바다를 갈매기가 뒤덮고 있다. 갈매기가 많은 곳이란 ‘칠로에’의 뜻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갈매기 외에도 다양한 새들이 많이 보인다. 사람이 아무도 없는 바다. 마치 나의 프라이비트 비치처럼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갈매기와 함께 자유롭게 뛰며 즐긴다. 버스 기사인 빅터는 마치 투어 가이드처럼 모래에서 조개들을 꺼내서 하나하나 이름을 알려 준다. 의도하지 않았던 이러한 행운들이 있어서 여행은 언제나 즐거운 추억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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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으로 가는 선착장, 무에예 데 라스 알마스.
    투박한 남미에서 힐링하며 쉬어가는 섬
    칠로에섬은 멀고도 먼 남미로 떠나는 길에 꼭! 들러야 할 여행지이다. 자연과 전통이 어우러지고 신화와 전설이 가득하고 지루할 틈조차 없이 새로운 곳들이 너무나 많다. 대부분의 항구에는 주변 작은 섬으로 가는 배들이 있다. 그 배를 타고 작은 또 다른 섬으로 여행하며 보물찾기 하듯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작은 어촌 마을을 방문하며 남미 여행의 긴장감을 풀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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