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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Art Hiking] 드라마틱한 부산 이미지 만들어준, 금정산 고당봉!

글·사진 김강은 벽화가
  • 입력 2020.07.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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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HIKING <11> 부산 금정산]
고당봉의 대단한 풍경에 가슴 뭉클해져, 화폭에 담아

금정산 고당봉에서 본 낙동강.
금정산 고당봉에서 본 낙동강.

쉽지 않은 날이었다. 가지산 클린하이킹을 마친 뒤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의 5대 트레킹 챌린지 중 하나라는 금정산에 도전해 볼 셈이었다. 점심도 건너뛰고 다시 금정산을 오르려는 계획, 빈속에 1일 2산이라니! 그것이야말로 내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힘겹기보다는 신났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이기도 했고, 풍경 예쁜 산만 잘 찾아다니는 부산 친구가 강력 추천하는 금정산이 대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정갈하고 고즈넉한 범어사 담장부터 시작되는 넓고 잘 정돈된 길은, 산보를 하듯 천천히 몸을 풀어 주었다. 꽤 많은 가족단위 산객들이 산보를 즐길 정도로 편안한 길이다. 겹겹의 초록이 쌓여 만들어낸 서늘한 그늘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가 부쩍 후끈해진 날씨를 잊게 했다.

국내 산성 중 가장 큰 규모의 금성산성 북문.
국내 산성 중 가장 큰 규모의 금성산성 북문.

빈속의 오름질은 그동안 묵직해졌던 몸을 가볍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가쁘게 숨을 토해 낸 공간에 신선한 숲 공기와 풀내음으로 가득 채운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근황을 나누며 허심탄회하게 사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길. 그 길 위에서 가벼워지는 몸처럼, 마음도 깨끗해진다.

우리나라 산성 중 가장 큰 규모가 큰 금정산성 북문에 도달하니 뻥 뚫린 공간이 나타났다. 푸른 산세를 따라 정상까지 줄줄이 이어진 성곽을 바라보니 새삼 그 규모와 역사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북문부터 정상인 고당봉까지는 단 1km. 시원한 약수 한 잔을 힘껏 들이켜고, 마지막 힘을 쥐어짜 본다.

고당봉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
고당봉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

그렇게 오른 정상 고당봉에는 대단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너른 암반 위에 올라서니 사방이 뻥 뚫린 풍경이다. 부산 시내와 앞바다, 낙동강이 펼쳐진 전경! 뭉게뭉게 피어오른 구름 사이로 빛내림이라는 금빛 커튼이 쏟아져 내린다. 아무리 바쁜 사람이라도 이곳에 오른 순간, 쉬어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갑갑한 가슴이 덩달아 뻥 뚫리는 듯한 장쾌함! ‘부산’이란 영화 한 편을 본 듯 뭉클함이 몰려왔다.

10분 동안 기록한 영감의 조각.
10분 동안 기록한 영감의 조각.

얼마간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까. 문득 이 영감을 놓쳐버릴까 황급히 가방을 뒤졌다. 그리고 종이와 붓과 팔레트를 꺼냈다. 유연한 자태의 강 허리를 그리고, 빛을 받아 반짝이는 낙동강의 표면을 남기고, 깊고 짙은 산의 색감들을 채웠다. 10분의 짧은 시간 동안 부지런히 손을 놀렸다. 사진가는 사진으로 담고, 작가는 글로 기록하듯, 나는 그림으로 기록했다. 미완성의 그림이지만 나의 느낌이 잘 담긴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범어사 코스 초입엔 맑은 계곡이 흐른다.
범어사 코스 초입엔 맑은 계곡이 흐른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핫한 해운대 해변, 광안대교가 빛나는 낭만의 광안리, 맛의 거리 남포동 정도였다. 그런데 오늘부로 내게 부산은 ‘금정산 고당봉’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토록 아름다운 장면이었고, 빈속으로 시작해 정상까지 오르며 만든 우리의 드라마는 뜨겁고 강렬했다. 그날은 정말 쉽지 않은 날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고당봉 정상에서 5대 트레킹코스 공식 인증 자세인 하이파이브 자세를 취했다.
고당봉 정상에서 5대 트레킹코스 공식 인증 자세인 하이파이브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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