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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폭포하강] ‘아파트 30층 높이’ 공중 하강…폭포수 물보라로 스릴 두 배!

글 서현우 기자 사진 양수열, 임화승 기자
  • 입력 2020.08.12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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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레포츠 ‘폭포하강’…국내선 인제 매바위 인공폭포에서만 운영

95m에 달하는 높이의 허공을 자일 한 동에 매달려 내려온다. 그것도 거센 폭포물살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 이색 레포츠 폭포하강이다. 폭포하강은 캐녀닝과 개념상 비슷한 레포츠다. 상대적으로 완만한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캐녀닝보다 더욱 가파른 각도를 가진 폭포에서 하강한다는 점이 상이할 뿐이다. 폭포하강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손쉽게 체험할 수 있지만, 국내에서는 강원도 인제 용대리 매바위 인공폭포에서만 운영하고 있다. 매바위 남쪽에 위치한 등산로를 따르면 10분 만에 매바위 정상에 올라 폭포하강을 즐길 수 있다.

지난 7월 4일 폭포하강 동호회인 ‘폭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매바위를 찾았다. 아웃도어 동호인 박선배, 윤용만, 김우현씨가 일일 체험을 위해 동행했다.

모두 암벽등반 하강 경험은 있지만 한 번도 폭포에서 하강을 해본 적이 없다며 들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무섭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폭포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4문 4답으로 폭포하강의 세계를 살펴봤다.

1. 폭포하강, 어떻게 하나?

폭포하강은 통상의 등반 하강시스템과 동일하게 진행된다. 상단 확보물에 자일(로프)을 고정시킨 뒤, 오버행 하강을 하는 것이다. 폭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폭포하강의 특수성을 감안해 더욱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편이라고 한다.

동호인 이문수씨는 “통상 오토블럭매듭이나 션트, 프루지크매듭 중 하나로 백업하고, ATC 하강기를 사용해 하강한다”며 “개인적으로는 주로 속도조절이 용이한 오토블럭매듭을 사용하는 편이다. 션트는 오버행에서 한 번 잠기면 다시 풀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2. 폭포하강 시 주의할 점은?

동호인 이계영씨는 “폭포하강을 할 땐 무엇보다도 안전을 위해 자일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자일 손상을 방지하려면 먼저 자일이 지면이나 바위에 닿는 부분이 날카로운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 부분이 있다면 장판이나 피복재를 깔아서 자일을 보호해 줘야 한다. 자일 손상을 확인했다면 바로 회수하고 해당 부분을 잘라버려야 된다. 이번 하강 중에도 파란색 자일의 손상이 의심돼 즉각 빼버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일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하강 속도도 조절해야 한다. 이씨는 “경찰특공대처럼 줄을 타고 내려오거나, 펄쩍펄쩍 뛰어 내려가면 마찰열로 인해 자일 손상이 심해진다. 또한 반동이 생길 정도로 급정거, 급출발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자일에 반동을 주면 자일과 지면이 접촉하는 부분이 마찰돼 손상될 우려가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너무 빠르지 않은 속도로 일정하게 하강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3. 폭포하강의 재미와 장점은?

아찔한 허공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시원한 폭포수를 맞는 스릴은 오직 해본 자만이 알 것이다. 일일 체험자 박선배씨는 “정상에 올라가는 성취감과는 또 다른 ‘하강의 성취감’이 있다”며 “처음에는 조금 무서워서 바닥이 5m 정도 남았을 때 ‘살았구나’라는 안도감을 느낄 정도로 정신없이 하강했지만, 한 번 더 하강할 땐 비로소 주변 풍광도 보이고 고도감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윤용만씨는 “전문가들이 2중, 3중으로 안전장치를 해주고 하강을 도와주니 안전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어 더욱 좋았고 짜릿하고 재밌었다”고 말했다.

한편 ‘폭포를 사랑하는 사람들’ 회원인 이민호씨는 “폭포하강을 통해 암을 이겨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작년 8월에 위암 선고를 받았다. 불행 중 다행으로 검진 당시 위암 초기여서 간단한 시술만 받으면 됐지만 담당 의사는 최소 5년간은 계속 지켜봐야 된다고 했다. 암에 걸렸다고 위축돼 있지 않고 선후배들과 함께 멋진 운동을 해보고자 위암 확진 이후 폭포하강에 입문하게 됐다. 폭포에는 음이온이 많이 발생해 몸이 상쾌해지고 세포운동이 활성화되며 산성화된 몸을 중성화시켜 주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어두워진 마음을 밝고 긍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성취감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내 경험이 몸이 아픈 분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 동호인은 “폭포하강을 시작하고 비염과 알레르기가 사라졌다. 옛날 도인들이 맑은 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폭포 아래에서 수련한 까닭을 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4. 폭포하강의 법적 한계와 미래는?

인공폭포가 아닌 자연폭포에서도 폭포하강을 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알 수 없다. 관련 법규나 시행령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폭포를 사랑하는 사람들’ 대표 최수찬씨는 “현재 환경부에 몇 차례에 걸쳐 규제 완화 등에 관한 부분을 제안한 상태”라며 “설악산의 경우 폭포에서 겨울에 전개되는 빙벽등반은 허가제로 개방하고 있지만, 여름철 폭포하강의 경우에는 관련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자연공원법 상 국립·도립·군립공원은 대부분 폭포를 포함한 계곡이 출입금지구역이다.

“암벽·빙벽 등반은 자연물에 볼트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지만, 폭포하강은 폭포 상단에 위치한 바위나 아름드리나무 등 자연지형지물을 확보물로 사용하므로 자연훼손의 우려가 현저히 적습니다. 또한 폭포하강은 기본 백업은 필수고, 주 하강 자일이 끊겨도 대처할 수 있도록 자일 한 동을 추가로 매달아 상단에서 확보를 해주므로 매우 안전합니다.

또한 하강 시스템만 배우면 되므로 총체적인 등반 시스템을 숙달해야 하는 암벽등반에 비해 진입장벽도 낮은 편입니다. 곧 폭포하강 국제대회를 매바위나 설악산 지역에 유치해 관광자원으로 육성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신종 레포츠 폭포하강을 더욱 많은 분들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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