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숲길 유력후보] 백제와 내포문화 엿볼 수 있는 트레일

입력 2020.07.31 09:40

[국가숲길 유력후보 ⑤ 내포문화숲길]
불교·천주교·동학 등 종교 유적과 백제부흥운동, 선각자 자취 엿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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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 마애삼존불이 있는 암벽길을 오르고 있다.
고대 삼국시대 백제는 매우 찬란했던 문화를 누렸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기록이나 문헌이 거의 전하지 않는다. 패자의 아픔이다. 지난 1971년 백제 무령왕릉을 우연히 발견했을 때 마침내 그 화려했던 문화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당시 발굴에 참여했던 학자들이나 왕궁이 공개된 뒤 국민들 반응은 감탄 그 자체였다. 수습도 못 한 채 수천 년 망각의 세월이 흘러 국민들 궁금증 속에만 남아 있는 패망국 백제의 찬란한 문화는 아직 명쾌하게 보여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산림청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8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내포 가야산 주변 서산·당진·홍성·예산 4개 시군에 남아 있는 많은 불교유적과 동학혁명 유적지, 천주교 성지, 역사인물 및 백제부흥운동의 현장을 따라 옛길과 마을길, 숲길과 임도 등을 연결시켜 충청지역 최초이자 최대의 도보 트레일을 완성했다. 내포 가야산을 중심으로 역사·문화·생태적 가치가 있는 자연 친화적인 숲길을 4개 테마 26개 코스로 총 315.3km를 조성, 걸으면서 문화와 역사, 생태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 2014년 천주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이 도보길을 잠시 걸으면서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내포문화숲길 트레일 조성의 입지적 요건은 ‘내포內浦’란 개념에서 일부 엿볼 수 있다. 내포는 바다나 호수가 육지 안으로 쑥 들어간 내륙에 형성된 포구를 말한다. 고대에는 육로보다 해상 교통로를 더 많이 이용했다. 신안 앞바다에서 가끔 발견되는 고대 유물들도 해로를 이용하다 태풍을 만나 난파한 선박들의 유적인 것이다. 해로는 만灣과 강 또는 하천으로 반드시 연결된다. 내포는 아산만과 삽교천으로 연결돼 당진·예산·홍성·서산 지방의 곡창지대에서 생산된 쌀을 해산물과 교역하던 포구가 매우 활성화됐다. 조선시대에 내포에만 43개의 장시場市가 번성했던 것으로 전한다. 삽교천은 내포지방의 젖줄로 배후의 넓은 농경지를 곡창지대로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풍부한 물량은 한양으로 공급되는 해로의 포구를 낳게 했을 뿐만 아니라 해상교역의 전진기지로서의 기능까지 하게 했다. 당연히 당시 선진문물인 중국의 문화와 물량을 받아들이는 기지역할도 했다. 중국과 인도의 불교문화와 한양으로 공급하던 식량이 내포를 통해 드나들었던 것이다. 그 찬란했던 불교문화는 가야산 주변에서 지금도 일부 엿볼 수 있으며, 풍부한 물산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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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의 범종루. 전혀 다듬어지지 않은 네 기둥이 백제문화를 일부 엿볼 수 있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내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좋다. 서쪽은 큰 바다이고 북쪽은 경기의 바닷가 고을과 큰 못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니, 곧 서해가 쑥 들어온 곳이다. 동쪽은 큰 들판이고, 들 가운데에는 또 개 하나가 있으니, 이름이 유궁진由宮津으로, 밀물이 들어오지 않으면 배를 이용할 수 없다. 남쪽으로 오서산에 막혀 있는데 가야산으로부터 온 맥으로, 단지 동남쪽으로 공주와 통한다.
가야산의 앞뒤에 있는 10고을을 함께 내포라 한다. 지세가 한 모퉁이에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과 병자의 두 차례 난리에도 여기에는 미치지 않았다. 땅이 기름지고 평평하다. 또 생선과 소금이 흔하므로 부자가 많고 여러 대를 이어 사는 사대부 집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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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미소’로 알려진 서산 마애삼존불을 바라보고 있다.
내포는 물산 풍부한 내륙의 포구
풍부한 물산과 교통은 특유의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는 역사와 유적지를 낳는다. 이러한 유적지와 현대적 의미의 문화와 생태자원 등을 트레일로 엮어 내포문화숲길로 조성한 것이다. 각 시군마다 대표하는 역사유적을 4개의 테마로 엮었다.
제1 테마는 내포 가야산을 중심으로 산재한 불교 유적들과 원효대사의 전설에 얽힌 이야기를 소재로 한 91.1km의 ‘원효 깨달음길’, 2테마는 삽교천 주변에 분포한 내포 천주교 성지를 중심으로 전교傳敎와 순교殉敎의 근대 천주교 역사를 돌아보는 44.1km의 ‘내포 천주교 순례길’, 3테마는 백제의 성城들을 돌아보며 무너진 백제 민초들의 살아 숨 쉬는 항쟁 역사를 느끼고, 선조의 저항정신을 체험하는 109.9km의 ‘백제부흥군길’, 4테마는 내포 동학혁명의 전적지와 고향을 빛낸 애국지사 등 선각자들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애향과 애국을 배우는 70.2km의 ‘내포역사인물길’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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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개심사 내려오는 길도 숲길로 햇빛을 가려 준다.
서산 38km, 당진 92.3km, 홍성 84km, 예산 101km로서 4개 시군의 거리와 각각의 테마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한 가지 테마가 2개 시군에 걸쳐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백제의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유적, 내포를 통해 들어온 중국문물과 불교문화, 근대 천주교 역사, 선조들의 항쟁의 발자취, 가야산과 그 일대의 생태 등을 총 망라해서 볼 수 있는 트레일이다.
내포문화숲길도 법률에 따른 국가숲길 지정의 세부 기준을 한 번 살펴보자. 먼저 ‘산림문화휴양에 관한 법률’ 제11조6 제1항에 나오는 국가숲길 네 가지 기준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숲길로서 산림·생태적 가치가 높은 것 ▲숲길과 연계된 그 주변의 산림·생태적 가치가 높아 국가차원에서 관리할 필요성이 있을 것 ▲지역을 대표하는 숲길로서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높을 것 ▲지역의 역사·문화자원과의 연계성이 높을 것 등에 해당하는 기준을 하나라도 갖춘 경우에 지정한다고 적시돼 있다. 하나의 기준이 아니라 네 가지 기준 모두를 갖추고 있다.
같은 법률 2항에는 숲길이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규모를 갖춰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 기준은 첫째, 둘 이상의 시·도에 걸쳐 있는 숲길일 것, 둘째, 셋 이상의 시·군·구에 걸쳐 있는 숲길일 것, 셋째, 숲길의 거리가 50km 이상 될 것, 넷째, 3년간 평균 숲길 탐방객이 30만 명 이상으로서 국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을 것 등이다. 2항도 마찬가지로 내포문화숲길을 국가숲길로 지정하는 데 전혀 결격사유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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