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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최연소 100대 명산 완등?] 생후 ‘1,000일’ 아이가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글 서현우 기자 사진 김용민씨 제공
  • 입력 2020.07.3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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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씨, 아들 김단우군과 함께 블랙야크 100대 명산 완등…“호연지기 함양 목적”

칠보산 정상석을 껴안고 있는 김단우군.
칠보산 정상석을 껴안고 있는 김단우군.

김용민·나희주 부부의 아들 김단우(4)군이 지난 7월 1일 관악산을 등정하며 블랙야크 100대 명산을 완등하는 데 성공했다. 7월 1일은 김단우 군이 태어난 지 정확히 1,0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김군은 역대 알려진 100대 명산 완등자 중 가장 어릴 것으로 추정된다. 만 14세 이상이어야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에 등록 가능하기 때문에 비공인 기록이다.

물론 김군이 직접 두 발로 걸어 올라간 것은 아니다. 아버지 김용민씨의 등에 업혀 전국의 100대 명산 정상에 올랐다. 김씨는 “단우가 어렸을 때부터 대자연을 벗 삼아 호연지기를 길렀으면 하는 마음, 아빠와 함께 특별한 도전과 성취를 통해 의미 있는 추억을 선사하고자 하는 마음, 도심 속 미세먼지를 피해 주말만큼은 피톤치드 가득한 숲 내음을 맡게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같이 산에 올랐다”고 말했다.

100대 명산 중 처음으로 오른 연인산.
100대 명산 중 처음으로 오른 연인산.

100대 명산 중 처음으로 오른 산은 경기도 가평 연인산이다. 생후 251일 9개월 때의 일이다. 이후 매주말, 기회가 닿으면 평일에도 100대 명산 완등레이스를 이어갔다. 오봉산과 용화산, 오대산과 노인봉, 조령산과 주흘산처럼 인근에 위치한 명산은 하루에 두 산을 모두 오르는 ‘1일 2산’을 했다. 100개의 산 중 57개는 아버지와 단 둘이, 38개는 어머니까지 셋이, 5개는 할머니, 가까운 지인 등과 같이 올랐다.

“산행 중 가장 큰 장애물은 날씨였습니다. 산행 중 비가 오거나, 차가운 산바람에 혹 감기가 들지 않을까 늘 걱정이 컸습니다. 주중에도 항상 주말 일기예보를 주시하며 살았어요. 3월에 도전했던 화악산은 갑자기 내린 기습 눈으로 도중에 후퇴하기도 했고, 오서산, 삼악산, 방태산에서도 비를 만나 도중에 내려왔어요. 미세먼지 예보는 좋음이었는데 막상 당일 나쁨이 돼 치악산 발치에서 차를 돌리기도 했습니다.”

김군은 장난감이나 만화를 더 좋아할 만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산에 가자는 얘기에 싫은 내색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김씨는 “산에 가고자 이른 새벽에 깨워도 오히려 ‘산 간다!’며 벌떡 일어나고, 장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카시트에 오래 앉아 있을 때도 군소리 한 번 안 했다”고 말했다.

김단우군이 계방산에 올라 우유를 먹고 있다.
김단우군이 계방산에 올라 우유를 먹고 있다.

“산행 전에는 단우 먹을거리를 챙기는 데 가장 신경을 썼습니다. 기저귀 및 분유, 도시락, 간식, 음료, 물, 손풍기, 우비, 선크림 등 아이를 위해 이것저것 많이 챙겨야 했습니다. 한 번은 설악산 백담사 입구에서 저울로 무게를 재보니 23kg이 나오더라고요. 산행 중에는 나뭇가지에 단우의 얼굴이 긁히지 않도록 걷는 데 온 신경을 쏟아야 했어요. 그래서 우거진 숲길보다 오히려 암릉구간이 더 걷기 편했습니다.”

덕룡산 정상에 오른 김용민씨, 김단우군과 아내 희주씨.
덕룡산 정상에 오른 김용민씨, 김단우군과 아내 희주씨.

아이와 함께 산행하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다. 태화산에서는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는데 기저귀를 깜빡하고 안 가져와 일(?)이 생기기 전에 허겁지겁 정상을 다녀와야 했다. 금정산은 반대로 기저귀는 있는데 도시락을 안 가져와 배가 고프기 전에 산행을 마쳐야 했다. 불갑산에선 정상에 도착해서야 핸드폰을 차 위에 둔 것을 깨달아 다시 내려갔다가 한 번 더 정상을 등정했다. 겨울에 오른 태백산은 아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썰매를 갖고 와 유일사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썰매를 태워 주기도 했다.

“100대 명산의 마지막 등정지를 관악산으로 정한 것은 어렸을 적 아버지와의 기억 때문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 관악산자락에서 자주 놀곤 했는데 정상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와 둘이 딱 한 번 올랐었죠. 아버지와 함께 정상에 오른 유일한 산이었습니다. 어렸을 때지만 그때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버지가 일평생 강조하신 ‘다부지게 살라’는 가르침이 단우에게도 잘 전달돼 밝고 건강한 아들로 자라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7월 1일 관악산 정상에 오르며 100대 명산 완등에 성공했다.
지난 7월 1일 관악산 정상에 오르며 100대 명산 완등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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