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칼럼] 산적 혹은, 산벗

  •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입력 2020.08.31 10:13

    산적山賊은 뫼山에 도둑賊으로 ‘산속에 근거지를 두고 드나드는 도둑’이다. 기억한다. 야광 해골스티커 폼 나는 통기타 어깨에 걸치고 경춘선에 청춘을 실었던 그 시절, 내게 쳐들어 온 김지하 시인의 ‘오적五賊’이란 담시譚詩는 눈 나리는 강촌역 북한강변 모래톱에서 그녀가 느닷없이 던진 이별의 비애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그 오적 흉내쟁이들이 요즘 산동네에도 있으니 이 또한 참 거시기한 충격이다. 이를 지나칠 수 없어 산적에 빗대어 어긋남을 나무라고자 하니 이 글에 쪽팔리면 산적이고, 입 꼬리 귀에 걸리면 산벗이 되겠다.
    산적 하나, 짝퉁 알피니스트
    ‘정상 꼭 가야 하나요?’ 강연 후 자주 듣는 기막힌 단골 질문이다. 이런 생각을 강제 주입시킨 산악인들 있다. 제트기류와 크레바스, 눈사태가 있는 5,000m 이상의 위험지대를 일반인은 갈 일 없는데, 즐거운 트레킹의 히말라야를 도전과 극복, 공포를 버무려 승자독식의 산으로 만들고 뭐든 챙겼다.
    스틱 등 등산장비 사용법에 관해 정확한 답을 주지 못하는 무지를 드러내고 대중을 기만하는 황당한 전문성에 사람들은 병든다. 수준 낮은 동영상들은 SNS에 웃음거리 되어 널려 있으니 스스로 보면서 반성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순수 알피니즘을 추구하는 빛나는 산악인들을 물귀신 작전으로 끌어들이지 말아야 함이다.
    산적 둘, 국민세금이 안타까운 조직
    산악단체들이 모여 백두대간 길을 터달라고 목울대를 세운다. 어느 누가 세상을 수렁에 빠트린 코로나19의 원인인 환경파괴에 박수칠까? 포털에 비난 댓글이 많으니 시간 내서 산 쓰레기라도 주우면 만회할 수 있으리라. 산림청의 국립등산학교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국립공원등산학교는 존재와 위상에 대하여 숙고하라.
    2009~2011 문체부가 지원한 한국트레킹학교처럼 교육생이 구름처럼 모이고, K대학 L교수 부부는 1회 한정 교육을 무려 다섯 번이나 도강盜講하면서 ‘국격을 높이는 교육’이라고 했던 사례를 연구 활용하라. 국립이란 무게와 성적표가 이리도 가볍고 초라할 수 있는가? 마부작침으로 2천만 산객의 깃발이 되어야 한다.
    산적 셋, 개나 소나 산악회 대장
    큰일이나 한 것처럼 정상주 마셔대기, 취사하기, 계단옆길 만들기, 출입금지 구역 넘나들기, 산나물 뜯어먹기 등 자연공원법 제 28조를 앞장서서 어기고 회원들을 선동해 범법자로 만든다. 더불어 고속도로 휴게소나 산자락의 관광버스 바퀴 옆에 쭈그려 앉아 유리걸식하듯 먹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그러니 등산은 B급 문화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목소리 크고 배낭 크면 대장인가? 산악인 흉내에 똥 폼 잡는 어쭙잖은 대장隊長 말고, 법을 지키고 안전한 산행을 위해 열공하며 신뢰와 실력으로 똘똘 뭉친 별이 다섯 개, 대장大將님을 보고 싶다.
    자, 그러면 귀하는 도대체 산적입니까? 산벗입니까?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 교장/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건누리병원 고문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국립강원대학교 평생교육원 초청강사/사)대한산악연맹 트레킹스쿨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장/월간山 대한민국 등산학교명강사1호 선정
    윤치술 교장은 ‘강연으로 만나는 산’이라는 주제로 산을 풀어낸다. 독특하고 유익한 명강의로 정평이 나있으며 등산, 트레킹, 걷기의 독보적인 강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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