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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DIN] ‘채식’도 산을 지키는 방법이다!

글 서현우 기자 사진 임화승 기자
  • 입력 2020.09.1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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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 부지 마련 위한 세계 산림 파괴 심각…
축산업 온실가스 배출량 교통수단보다 많아

채식으로 꾸며본 클린하이커스의 산행 도시락. 감자전, 유부초밥, 샐러드, 견과류, 면두부, 과카몰리, 병아리콩과 검정콩 등이다.
채식으로 꾸며본 클린하이커스의 산행 도시락. 감자전, 유부초밥, 샐러드, 견과류, 면두부, 과카몰리, 병아리콩과 검정콩 등이다.

일상 속 소소한 실천도 지구를 지키는 방법이 된다. 이번 달 두잇나우Do It Now 클린하이킹 멤버들과 함께 고민한 방법은 바로 ‘채식’이다. 초목만 먹는 것이 산천초목을 지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채식의 역설은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기인한다. 20세기 들어 육식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공급을 맞추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축산업이 발달했다. 목축지를 마련하기 위해 산림, 특히 열대우림의 파괴가 지속적으로 자행됐다. 브라질의 경우 1997~2016년 사이 쇠고기 수출이 약 10배 증가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호주 산불, 아마존 산불, 아프리카 산불 등 지난해 전 세계를 뒤덮은 산불의 일부는 목축지 마련을 위한 인위적인 산불이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는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06년 아마존 산림의 70%가 축산업으로 인해 파괴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육식으로 인한 환경 파괴의 심각성과 채식의 장점을 알아보기 위해 두잇나우 캠페인을 함께한 클린하이커스와 머리를 맞대 봤다. 클린하이커스 중 김연실, 김윤경, 김강은, 곽신혁씨는 나름의 방식으로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서로 가져온 채식 도시락을 맛보았다. 심재학씨는 “채식도시락이라 해서 맛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굉장히 맛있었다”고 말했다.
서로 가져온 채식 도시락을 맛보았다. 심재학씨는 “채식도시락이라 해서 맛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굉장히 맛있었다”고 말했다.

김연실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70년 5.2kg에 불과했는데 OECD에 따르면 40년이 지난 2016년에는 51.3kg에 달해 10배가량 늘었다고 한다. 돼지고기 24.4kg, 닭고기 15.4kg, 소고기 11.6kg 등이다. 이토록 많은 육류를 제공하기 위해 소비되는 물과 곡식의 양이 엄청나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3분의 1이 가축 사료로 사용되고, 미국에서만 매년 1,280억m3의 물이 소요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저수량이 높은 소양강댐의 총저수량이 29억m3이다. 미국 축산업이 소양강댐에 가득 담긴 물을 44번이나 고갈시키고 있는 것이다.

김윤경 사육 환경도 심각하다. 요리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호주에서 2년간 유학한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호주는 땅이 넓다 보니 소나 닭을 방목해서 키우는 경우가 많다. 매장에 가도 대부분의 제품이 유기농, 프리레인지Freerange(방목)다. 반면 우리나라는 땅이 좁아 공장식 사육이 만연하다. 그러다보니 항생제를 많이 쓴다. 이런 고기를 먹으면 인간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

김연실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산림 파괴뿐만이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도 큰 문제다. 조지프 푸어 옥스퍼드대 교수와 토머스 네메섹 박사가 사이언스지 2018년 1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1kg의 식품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소고기는 60kg이지만 완두콩은 고작 0.9kg이라고 한다. 소고기 1kg 생산에 쓰는 면적은 326.21m2이지만 콩은 3.526m2면 된다. 또한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축산업이 18%, 교통수단이 13%를 차지해 축산업이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제는 메탄이다. 지난 7월 발간된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지구 대기에는 6억 톤의 메탄이 흡수돼 있으며, 이는 2000~2006년 평균치보다 9%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86배에 달하는 온난화 능력을 갖고 있는데, 이 메탄 발생의 주 원인이 전 세계 곳곳에서 각각 10억 마리씩 사육되고 있는 소와 양의 트림이라고 한다. 채식이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는 셈이다.

양계장 역시 공장식 축산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셔터스톡
양계장 역시 공장식 축산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셔터스톡

이은민 채식을 하면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개인적으로는 산행 후에 근력 회복이 더 빨리 되는 느낌이고, 장운동도 활발하고 개운해졌다.

곽신혁  채식주의에 대한 의식이 있던 건 아니지만 평소 식단을 홍삼원액, 사과즙 등 채식 위주로 하는 편이다. 10년간 감기에 걸린 적이 없다.

김강은  2주 정도 비건vegan(엄격한 채식주의자)으로 생활해 본 경험이 있다. 몸이 가벼워지고 날렵해진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비건으로 산다는 것이 생각보다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단순히 삼겹살, 치킨처럼 눈에 보이는 고기 외에도 고기가루가 들어간 과자, 쇠고기 다시다가 등 조미료가 들어간 찌개 등도 전부 먹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공장식 축산을 위해 과다하게 투여되는 항생제도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사진 셔터스톡
공장식 축산을 위해 과다하게 투여되는 항생제도 인체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사진 셔터스톡

김윤경  호주의 경우에는 비건 식당도 많고, 일반 식당에서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메뉴가 따로 있다.

김강은  아예 육식을 하지 말자고 강경하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제로플라스틱운동과 마찬가지로 아예 먹지 말자가 아니라 ‘조금씩 줄여 보자’, ‘채식문화를 조금씩 확산시켜 보자’ 정도가 좋을 것 같다. 우리 클린하이커스들의 경우에는 한 달에 한 번이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를 비건데이로 정해 추진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심재학  3끼 모두 육식을 하는 ‘육식주의자’로서 오늘 주제인 채식이 생소했지만 무척 유익한 시간이 된 것 같다. 2인분 먹던 고기를 1인분만 먹어도 환경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자연과 환경에서 노는 걸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식단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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