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야영] 운악의 “악” 소리 나는 운해에 빠지다!

  • 글·사진 민미정 백패커
    입력 2020.09.18 09:44

    가평 운악산 주차장 원점회귀 산행 10km, 병풍바위 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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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악산에서 본 해돋이. 잠들었던 운악산이 만물을 호령하 듯 깨우는 일출이 장엄하기 그지없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김 모 선배에게 연락이 왔다. 백패킹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했다. 암벽등반을 하던 사람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백패킹을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백패킹 친구인 최진선씨와 파키스탄 트레킹을 함께한 조여정 언니와 함께 산으로 향했다.
    요즘은 합법적으로 백패킹 가능한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백패킹은 자연공원법·산림보호법·하천법·자연환경보전법 등에 줄줄이 막혀 있는데, 우리나라 명산의 상당수가 국립·도립·군립공원에 속하기 때문이다.
    예전엔 거리낌 없이 다니던 곳이 어느새 백패킹 금지구역으로 바뀐 곳도 많다. 장소를 선정하려면 신중해야 한다. 예전에 즐겨 찾았던 포천 운악산이 지금도 백패킹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포천시청에 연락을 했다. 화기를 사용한 취사를 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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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험난한 바윗길을 손발을 다 써가며 올라서면 멋진 경치로 보상해준다.
    화악산, 관악산, 감악산, 송악산과 함께 경기 5악岳에 속하는 운악산雲岳山(937.5m)은 암봉들이 구름을 뚫을 듯 높이 치솟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경기도 가평군 하면과 포천시 화현면의 경계를 이루며 남북으로 솟은 운악산은 경기의 금강金剛으로 불릴 만큼 산세와 기암괴석, 계곡이 잘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가평 쪽으로 오르면 눈썹바위, 병풍바위, 미륵바위 등 곳곳의 기이한 바위를 볼 수 있다. 포천 쪽으로는 무지개폭포와 무지치폭포 등 궁예에 얽힌 전설이 담긴 폭포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비교적 쉬운 가평 쪽 코스로 오르기로 했다.
    연일 최고 기온을 갱신하는 와중에 시작된 산행이라 시작부터 땀이 쏟아졌다. 우거진 숲을 오르다 보니 우리를 지긋이 바라보는 눈썹바위가 나타났다.
    옛날 한 총각이 계곡에서 목욕하는 선녀의 치마를 훔쳤다. 치마가 없어 하늘에 오르지 못한 선녀를 집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선녀는 치마를 입지 않아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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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늘을 내어주는 기암 아래에서의 휴식. 운악산은 기암괴석이 많아 모든 것이 볼거리다.
    총각은 치마를 내주었고, 선녀는 곧 돌아오겠다며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선녀의 말을 믿고 하염없이 기다리던 총각은 그대로 바위가 되었고, 눈썹모양을 닮았다 하여 눈썹바위라 불린다. 긴 세월 동안 인기척이 날 때마다 선녀가 아닐까 지긋이 바라보며 기대와 실망을 거듭했을 눈썹바위가 측은해졌다.
    선녀가 아니라 실망했을 총각을 뒤로하고 “악” 소리 나는 가파른 바윗길을 기어올랐다. 온몸의 수분을 몽땅 쥐어짜고 나서야 너른 바위 위에 오를 수 있었다. 탁 트인 전망이 쏟아져 들어왔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쉬었다. 시원한 바람이 뜨거워진 땀을 날려 주었다.
    백패킹 경험이 많은 진선씨는 전혀 힘든 기색이 없다. 김 선배는 클라이밍으로 다져진 몸이지만 폭염 속 무거운 배낭은 익숙하지 않은 듯 혀를 내두른다. 매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는 조여정 언니도 가파른 암릉을 공략하기가 쉽지는 않아 보였다. 멋진 경치를 눈에 담고, 다시 가파른 바위에 발을 올렸다.
    바위에 고정된 구조물을 따라 오르다 보니, 다시 내리막이 나왔다. 곧 운악산의 절경 중 하나인 병풍바위가 눈에 들었다. 옛날 고행을 하던 인도 승려 마라하미를 내친 도도한 병풍바위는 서봉을 등에 지고 위풍당당하게 펼쳐져 있었다. 병풍바위 풍경을 액자 삼아 전망 좋은 사이트를 구축했다.
    비화식 요리는 과일과 야채, 간단한 빵으로 차려졌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라 수분 보충 위주의 식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뱃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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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악산 운해는 이곳 야영을 고집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운해가 깔린 아침의 감동
    다음날 아침 해가 뜨자 병풍바위는 서서히 황금빛 갑옷을 두르고 위용을 드러냈다. 우리가 걸어온 반대쪽으로 넘어가 보니, 운해가 펼쳐져 있었다. 밤사이 구름 위로 솟아오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운악산은 암릉 구간이 많아 재미있기도 하지만, 올 때마다 어김없이 만나는 운해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정말 신비로웠다.
    당일 등산객이 오르기 전에 사이트를 접고,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길은 암릉을 따라 이어졌다. 위험 구간에는 철제 구조물이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미륵바위를 지나 만경대에 올라섰다. 멀리 명지산과 연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미륵바위를 호위하고 있었다. 아직 오전 9시도 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바람이 열기를 머금고 있었다.
    다시 한 번 하강한 후, 계단을 오르자 마침내 정상에 닿았다. 가평군에서 세운 ‘운악산 비로봉’이라는 커다란 동봉 정상석이 있었다. 뒤쪽으로는 포천시에서 세운 또 하나의 작은 정상석이 토라진 듯 등지고 서있었다. 굳이 정상석을 두 개로 나누어 세워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가평시와 포천시의 지기 싫은 애향심에서 비롯된 경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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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패킹의 묘미는 이른 아침 멋진 운해를 마주하는 풍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포천 코스는 왕건의 쿠데타에 쫓긴 궁예가 운악산으로 피신하면서 얽힌 전설이 많다. 궁예가 피를 닦아냈다는 무지개폭포와 왕건 군에 대항하기 위해 축성했다는 궁예 성터 등 전설을 따라 오르는 흥미로운 길이다.
    정상석 옆에는 아이스크림을 파는 어르신이 계셨다. 아이스박스에서 나온 꽝꽝 얼어붙은 아이스크림은 숨 막히는 열기를 식혀 주기에 충분했다. 혀에 붙어버리는 아이스크림을 조심스레 녹여 먹으며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었다.
    포천 쪽 정상석 옆에 바위 하나가 있는데, 그 바위 끝이 실질적인 정상의 높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포천 쪽 정상석 측면에는 ‘표고점 934.8m, 바위 937.5m’라고 적혀 있었다. 몇 번을 올랐지만 처음 안 사실이었다.
    녹음이 짙은 숲길을 내려가다 보니 전망데크가 나왔다. 전에는 이곳에서 야영을 하곤 했었다. 왼편으로 멀리 남근석 바위가 보였다. 오른쪽 하판리마을을 빼곡하게 덮었던 운해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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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야영터에 짐을 풀었다. 화기와 코펠을 빼면 짐이 간소해지고 무게도 가벼워져 걷기가 수월하다.
    점점 뜨거워지는 더위를 피해 우리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단숨에 현등사에 도착했다. 현등사는 신라 법흥왕 때 인도 승려 마라하미를 위해 창건했다. 고려 희종 때 보조국사 지눌이 등불이 보이는 꿈을 자주 꾸었는데 어느 날 운악산에 와 한 건물 앞에 옥으로 만든 등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매달 현懸자를 써서 ‘현등사懸燈寺’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경기도 지정문화재 12점을 보유한 유서 깊은 천년고찰이다.
    현등사를 나와 새소리를 들으며 임도길에 들어서면 무우폭포가 나온다. 무우폭포는 물이 낙하할 때 물보라가 이는 모습이 안개처럼 뿌옇게 내리는 비 같다고 하여 무우폭포라 불린다고 한다. 아쉽게도 낙수가 적어 무우는 볼 수 없었다.
    조금 더 내려가다 보면 조용히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폭포는 백년을 두고 변함없이 흐르고 있다는 백년폭포였다. 백년폭포를 마지막으로 일주문을 통과해 원점으로 하산을 완료했다. 입구에 서있는 운악산을 노래하는 시비가 새삼스레 눈에 들어왔다.
    ‘운악산 만경대는 금강산을 노래하고 현등사 범종소리 솔바람에 날리는데 백년소 무우폭포에 푸른 안개 오르네.’ 운악산에서 보낸 1박2일의 절경을 완벽하게 표현 해 준 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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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악산은 암릉구간이 많아 초보자는 주의해야 한다.
    산행 정보
    가평 코스 운악산주차장·눈썹바위·병풍바위·미륵바위·만경대·정상-남근바위·절고개삼거리·코끼리바위·현등사·백년폭포-운악산 주차장 <10km 약 4시간 30분 소요>
    대중교통 청량리에서 좌석버스 1330-4, 44번 탑승 후 종점 하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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