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Wall] 폭우에 흠뻑 젖은 매에 올라타다!

입력 2020.09.07 10:18

연재 | Man & Wall 군포 수리산 매바위 암장
2001년 경기클라이밍센터와 봉우리산악회가 처음 개척한 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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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2007(5.11b)’ 등반 중인 민은주씨. 비가 와도 젖지 않는 루트다.
오늘도 날씨가 잔뜩 흐리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일찍 등반을 시작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방금 비가 내릴 것만 같이 이른 아침부터 수리산은 온통 사방이 어둡다.
제발 잠시만이라도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군포시립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한 민은주(코오롱스포츠 앰버서더)씨가 정문에서 반갑게 인사를 한다. 필자와는 오랜 시간 직장 동료로 지낸 사이라 감회가 남다르다.
전직 아웃도어 전문기자 출신답게 전날 날씨예보 메시지를 보내며, 오늘 일찍 시작할 것을 제안한 민은주씨는 새벽 일찍 우이동에서 두 시간여에 걸쳐 약속 장소로 왔다. 우리는 급한 마음에 장비를 빨리 정리하고 매바위로 향했다. 오늘 등반 취재에 동행하는 최소열(벽오동 암벽회)씨는 매바위 암장에서 미리 취재진을 기다리고 있다고 연락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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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톱로핑 금지(5.10b)’를 등반 중인 등반가. 미끄러워 결코 쉽지 않은 등반이다.
군포 수리산 매바위 암장은 군포시립중앙도서관에서 어프로치가 시작된다. 도서관 바로 오른쪽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성불사 쪽 슬기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를 따라 10여 분 올라서면 매바위에 도착한다. 중앙도서관에서 암장까지는 20여 분 소요된다.
경기도 광명, 안양, 군포, 안산의 경계에 솟은 수리산 중턱에 있다. 폭 50m, 높이 20m로 총 4개의 바위로 구성돼 있다, 암질은 편마암으로 차돌같이 단단하다. 지난 2001년 11월, 경기클라이밍센터와 봉우리산악회에 의해 처음 개척됐으며, 16개의 루트가 탄생해 대중적인 암장으로 거듭나게 됐다. 봉우리산악회에서 처음 다섯 개의 길을 개척할 당시 바위틈에 매둥지가 있어 ‘매바위’로 이름 붙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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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와 한 몸이 된 등반가의 손.
20여 분 등산로를 따라 매바위에 도착하자 바위 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던 최소열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형님! 반갑습니다. 요즘 건강은 어떠하십니까?” 
“올해는 병원에 안 가는 해로 정했어.”
그렇다. 그는 타고난 강골은 아니다. 그렇다보니 잔병으로 병원에 들락날락하기를 밥 먹듯이 했다. 하지만 깡마른 체구는 중력을 거스르는 클라이밍에서는 유리한 탓인지 바위를 알고 10년 가까이 등반생활을 하면서 건강도 많이 회복되었다. 지금은 고난도 등반은 물론  드라이툴링 대회에서도 다수 입상하며 경기도 대표 선수로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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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2007(5.11b) 등반 중인 최소열씨.
재빨리 벨트를 차는 민은주씨, 전직 아웃도어 전문기자답게 비가 내리기 전에 촬영을 마쳐야 하는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듯하다. 곧바로 로프를 최소열씨에게 건넨다. 지금 바위 상태는 한 달 넘게 비를 맞은 상황이라 등반 난이도에 상관없이 몹시 미끄럽다. 초크 가루를 듬뿍 묻혀도 곧 바위의 습기에 묻혀 버린다.
두 등반가는 곧바로 ‘자유2007(5.11b)’를 번갈아 가며 몸을 푼다. 곧바로 습기가 머문 바위지만 ‘노크랙 노테라스(5.13a)’로 몸을 옮긴다. 루트파인딩을 한 후 최소열씨가 먼저 벽에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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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오로지 바위만 보인다.
초반부터 크럭스 연속이다. 아주 미세한 홀드와 밸런스를 요하는 고난도 구간이다. 발에 중심을 잡지 못하면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중단부 진입 전 크럭스 구간을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날씨 또한 쉽지 않았지만 몇 번의 추락을 거듭한 후 중단부를 통과한다. 오늘은 촬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지만 등반하는 순간은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벽에만 집중하는 눈빛을 읽을 수 있다.
다음 민은주씨가 ‘노크랙 노테라스(5.13a)’ 루트에 등반을 이어 간다. 현재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국내외 등반 경력이 풍부하지만 물을 듬뿍 먹은 홀드는 만만찮은 듯하다. 미끄러운 구간의 동작을 해결하려는 모습에 열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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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은 동적이고 정적인 동작을 요한다.
오늘 매바위는 붉은색이 더 짙어 보인다. 줄을 매고 등반을 시작한 뒤 비 예보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두 등반가는 열정을 불 태웠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번뇌와 걱정거리는 잠시 잊고 있었다.
등반을 마무리하고 로프를 사려 배낭에 넣는 순간 ‘우두두두’ 폭우가 퍼부었다. 방금 확보를 봤던 자리는 물길로 변하고 바위는 물로 범벅이 되었다. 다급히 배낭을 꾸리고 물길로 변한 등산로로 발길을 옮긴다. 왠지 몸이 가볍다. 온 몸은 다 젖었지만.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친다. “오늘 운 좋은 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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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바위는 도심에서 가까운 인기 있는 대중적인 암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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