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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이일웅의 세계 여행ㅣ스위스] 이곳이 바로 풍경의 끝판왕!

글·사진 이일웅 여행가
  • 입력 2020.09.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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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투스(2,120m) 야영 산행과 마터호른 5개 호수 트레킹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로 손꼽히는 스위스 마터호른. 마터호른 인근 5개의 호수를 걷는 트레킹을 했다.
가장 아름다운 봉우리로 손꼽히는 스위스 마터호른. 마터호른 인근 5개의 호수를 걷는 트레킹을 했다.

이탈리아 다음 여행지는 스위스였다. 세계 여행을 할 때 모든 다국적 여행자들은 풍경의 끝판왕으로 스위스를 손꼽았다. 1년 전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스위스 친구가 마침 루체른에 살고 있었다. 그 친구와 3주 동안 같이 여행하며 친해졌기에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스위스에서 2~3주간 얹혀살기로 했다.

스위스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여러 날 시간 내기는 어려웠다. 결국 루체른 주변 근교산을 같이 가기로 했다. 첫 산행지는 루체른Luzern 필라투스Pilatus였다. 군대 이후 배낭을 메고 걷는 게 처음이었던 친구는 가는 내내 가쁜 호흡을 내뱉으며 힘겨워했다. 하산하면 다시는 산을 쳐다보지도 않겠다는 말을 반복하며 정상에 함께 올랐다.

거울처럼 맑은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거울처럼 맑은 호수에 비친 마터호른.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해발 2,120m인 정상에는 케이블카 정거장과 값비싼 레스토랑이 있었지만 우리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야영할 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지만 구석진 절벽 옆에 텐트를 쳤다. 텐트 치고 와인을 꺼내 마시자, 축포처럼 불꽃놀이가 벌어졌다. 마침 스위스 국경일을 기념해 불꽃놀이가 열렸다.

불꽃놀이가 끝나고 조금씩 드러나는 별을 바라보며 원하는 삶, 이루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잠 들었다. 다음날 일출은 구름 때문에 아주 잠깐 볼 수 있었다. 찰나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강렬했다.

필라투스를 오르는 길, 멋진 경치에 한껏 고무되었다.
필라투스를 오르는 길, 멋진 경치에 한껏 고무되었다.

스위스 공식계정에 올라간 내 사진

스위스에서의 두 번째 야영산행은 홀로 다녀왔다. 2박 3일간 체르마트에 있는 마터호른 5개 호수를 둘러보는 트레킹이었다. 5개 호수 모두 마터호른을 볼 수 있는 비경의 호수로 알려져 있었다. 운 좋으면 수면 위에 마터호른이 비친 멋진 반영 사진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정해진 코스로 트레킹만 하기엔 내가 가진 시간이 너무 많았다. 중간 중간 기차가 정차하는 모든 역을 걸어보기로 했다. 사실 기차와 케이블카를 타면 편히 오를 수 있기에 꼭 걸을 필요는 없었지만, 걷고 또 걷고 무한정 걷고 싶었다.

고생해서 오른 산에서 보는 풍경은, 꼭 내가 공들여 수확한 열매 같았다. 마터호른을 보면서 걷는 코스지만, 선명한 봉우리를 보려면 많은 운이 필요하다고 했다. 운이 좋았는지 내가 걷는 2박3일 내내 마터호른은 부끄럼 없이 속살을 모두 보여 주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마터호른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마터호른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았다.

하루는 마터호른이 너무 아름답게 보이는 언덕에 텐트를 쳤고, 나머지 하루는 리펠제riffelsee 호수 옆에 텐트를 쳤다. 두 야영지 모두 재미있었던 것이, 해질녘이면 얼굴만 까만 양 수십 마리가 떼로 몰려와 풀을 뜯어 먹으며 이동을 하는데, 항상 내 텐트를 둘러쌌다.

첫째 날은 사람을 거의 만나지 못했고, 야영지에서도 혼자였다. 침묵이 무거워 홀로 텐트에서 소리를 질러대기도 했다.

두 번째 야영지에는 사진 찍기 좋아하는 영국 친구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았다. 2박3일간 마터호른 주변에서 찍은 내 사진은, 시간이 흘러 스위스 정부의 공식계정에서도 사용할 만큼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사진이 되어 있었다.

기막힌 알프스 경치를 배경으로 텐트를 쳤다. 2박3일간의 야영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기막힌 알프스 경치를 배경으로 텐트를 쳤다. 2박3일간의 야영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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