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장거리 종주ㅣ낙동정맥] 집콕이냐 단풍이냐, 갈림길에 선다면…

입력 2020.10.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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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산 능선에서 바라본 낙동정맥 줄기.
사람보다 멧돼지 만날 확률이 더 높은 인적 드문 산이 차라리 안전할까?
코로나 시대에 던져보는 어리석은 질문이다. 머지않아 산들은 앞 다투어 총천연색 화장을 시작할 것이고 유명세 타는 전국구 산들은 마스크 행렬로 길고 긴 흰색 점선을 이룰 것이다. 집콕과 단풍산행의 갈림길에 서야 한다면 좀 덜 붐비는 쪽으로 눈길을 주는 것은 어떨까. 백두대간에서 살짝 비켜선 낙동정맥은 사람들의 발길이 상대적으로 드물어 ‘언택트 종주’에 특화된 산줄기다.
오지, 조망 없음, GPS 필수… 낙동정맥의 키워드들이다. 수도권에서 멀고 교통편도 녹록치 않아 마음 편하게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사람의 발길이 닿기 쉽지 않다는 바로 그 이유가 낙동정맥 종주의 매력 포인트다.
설악산권과 오대산권을 지나며 남쪽으로 뻗어나가던 백두대간 줄기는 태백산권 매봉산(천의봉)에서 한줄기 산맥을 흘리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낙동정맥은 시작된다. 천의봉 동쪽 능선 1145봉에서부터 시작하는 낙동정맥은 피재(삼수령)에서 동쪽으로 오십천, 서쪽으로 한강, 남쪽으로 낙동강의 젓줄을 이룬다. 작은 피재에 이르러 오십천과 낙동강으로 가른 후 낙동정맥 최고봉인 백병산(1,260m)을 이루고 남쪽으로 진군을 계속한다.
울진의 백암온천으로 유명한 백암산 어깻죽지와 청송의 주왕산국립공원을 지난 후 정맥은 내륙으로 방향을 튼다. 화랑들의 수련장이었던 경주 단석산 어깨를 넘어 영남 알프스로 건너가 가지산을 밀어 올린 후 신불산, 영축산(취서산), 천성산을 거쳐 부산의 명산 금정산을 일군다. 이후 정맥은 다대포 몰운대에서 파도와 만나며 끝을 맺는다.
낙동정맥은 동해바다와 평행선을 이루며 강원도에서 영남지방으로 일직선으로 내리닫으며 경북과 경남의 동해안과 낙동강 유역의 내륙을 동서로 가르는 분수령이다. 도상 거리만 400여 km이며 GPS로 확인한 실주행거리는 450여 km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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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가메봉 북릉에서 낙동정맥 조망.
산은 강을, 강은 삶의 터전을 만들었다
종주 산꾼의 입장에서 보면 낙동정맥은 산줄기가 훼손된 곳이 별로 없는 뚜렷한 능선이 시종일관 짙은 숲을 이루면서 이어진다. 때문에 산줄기 종주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가슴 이 확 열리는 조망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또한 경주 아화리와 영남알프스 지경고개(남락고개)에서 해발고도가 떨어지며 멈칫거리지만 다시 천성산과 금정산을 일구어 도심을 지나간다.
부산은 대도시지만 평야가 없는 산지라 시내를 통과할 때도 살아 있는 뚜렷한 마루금이 몰운대까지 이어진다.
산이 강줄기를 만든다는 산경표적 시각에서 보면 낙동정맥은 낙동강의 동쪽 수계다. 낙동정맥을 중심으로 산줄기 동쪽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은 모두 동해 바닷가로 흐르고, 서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낙동강으로 흘러간다. 산줄기의 역사가 강의 역사이고, 강의 역사가 그곳을 터전 삼은 사람의 역사인 셈이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주왕산의 낙동정맥 코스는 대덕산에서 피나무재까지 20㎞ 구간이 국립공원이라 비법정 탐방로에 속한다. 왕거암에서 대궐령까지 2.5㎞만 산행이 가능해 절세미인 주왕산을 스치듯 지나야 하는 아쉬움이 너무 크다. 정맥 종주에서 국립공원은 늘 그렇듯 초대받지 않은 손님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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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차게 달려온 낙동정맥은 부산 몰운대에서 일몰 같은 마지막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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