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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경상도의 숨은 명산] 육산·골산 자태 함께 갖춘 기우제 지내는 산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20.10.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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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산 742m
의령과 합천 경계의 산성산…9부 능선 암괴 비경

산성산은 동이듬, 선듬, 부처듬, 병풍바위, 상투바위 등으로 이뤄진 암괴가 9부 능선에 노출돼 있어 또 다른 비경을 연출한다
산성산은 동이듬, 선듬, 부처듬, 병풍바위, 상투바위 등으로 이뤄진 암괴가 9부 능선에 노출돼 있어 또 다른 비경을 연출한다

날씨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어디 산꾼뿐이겠는가? 예로부터 농촌에서는 새해가 밝으면 하늘을 쳐다보며 일 년 농사를 점치곤 했다. 농업의 특성상 비가 많이 내려도 걱정이지만 가뭄은 농경사회에서 가장 큰 재앙이었다.

경남 합천의 산성산山城山(742m)은 산 아래 쌍백면 일대에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들면 마을 사람들이 기우제祈雨祭를 지내던 곳이다. 20여 년 전 합천에 큰 가뭄이 들었을 때도 이 산에 올라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기우제를 지내던 곳이 산성산 ‘동이듬’이다. ‘듬’은 바위 벼랑을 일컫는 경상도의 방언이다. 산성산은 동이듬뿐만 아니라 선듬, 부처듬, 병풍바위, 상투바위 등으로 이뤄진 암괴가 9부 능선에 노출돼 있어 또 다른 비경을 연출한다. 특히 이런 바위 벼랑을 이용해 성城을 쌓아 적의 침입을 막았으니 산 이름도 이 산성에서 유래했다.

산성산은 남덕유산에서 분기해 진양호에 맥을 다하는 진양기맥의 산이다. 기맥은 남쪽으로 한우산(일명 찰비산)과 의령의 진산인 자굴산(897m)으로 뻗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산성산과 한우산을 의령의 산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한우산은 의령의 산인 반면 산성산은 합천과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어 합천의 산이기도 하다. 두 산자락의 의령 궁류면 평촌, 벽계, 운계리 마을은 1914년 행정구역 개편 이전 합천군에 속했음을 볼 때 꼭 어느 지역의 산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대다수 산꾼은 주로 산성산과 한우산을 묶어 의령군 궁유면 벽계리 벽계유원지를 기점으로 산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행 초입의 내초마을 주차장 가장자리에 ‘합천 산성산 등산안내도’가 있다.
산행 초입의 내초마을 주차장 가장자리에 ‘합천 산성산 등산안내도’가 있다.

이번 산행은 합천군 쌍백면 외초리 내초마을이 들·날머리이다. 내초마을 버스정류장에서 송림~외초마을~중촌 갈림길~외초재(큰재먼당)~산불감시초소~굴샘~동이듬 갈림길~산성산 정상~상투바위 전망대~찰비재~삼면봉(756m·하산 갈림길)을 지나 한우산에 오른 후 다시 삼면봉으로 되돌아와서 의령 대의면 곡소마을 갈림길~603.5m봉 갈림길에서 내초1, 2소류지로 내려서서 내초마을 버스정류장으로 되돌아온다. 약 8.5㎞에 달하는 원점회귀 코스다. 산성산까지 지난 2007년 쌍백면민들의 노력으로 정비된 등산로를 이용한다.

내초마을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승용차를 세울 수 있는 넓은 주차장이 있고, 가장자리에 ‘합천 산성산 등산안내도’가 있다. 그 왼쪽의 농산물 판매장 뒤 소나무숲을 지나 농로를 따라 외초마을로 향한다. 곳곳에 이정표가 있어 길 찾기는 수월하다. 외초리에서 바라보는 산성산의 모습은 새롭다. 의령 쪽에서 보는 육산의 형태와는 달리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골산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이다. 외초마을 골목길을 빠져나가 대나무숲을 만나면서 그 사이로 산길에 든다.

어파마을 갈림길을 지나면 숲길이 널찍하게 이어진다. 산길은 잡초 없이 말끔하게 정비돼 있다. 숲길이 완만한 오솔길로 바뀌면서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소나무가 울창하다. 중촌 갈림길에서 차츰 경사가 가파른 능선길로 치오르면 외초재에 이른다. 벤치 몇 개가 놓인 이 고개를 산 아래 마을 사람들은 큰재먼당이라 한다. 고개를 넘으면 의령 벽계마을에 닿는다. 벽계마을은 의령군에서 찰비골 일대를 묶어 관광지로 조성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능선에 오르면 외초리 일대와 지나온 등산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능선에 오르면 외초리 일대와 지나온 등산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제 남덕유산에서 달려온 진양기맥의 마루금을 따라 산성산으로 향한다. 능선 길은 아직도 녹색의 싱그러움이 가득하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능선에 오르면 거침없는 전망이 펼쳐진다. 외초리 일대와 지나온 등산로를 한눈에 담아 본다. 원래라면 멀리 지리산도 보이련만 날씨가 흐리다.

능선 길 따라 오름길을 재촉하다 보면 굴샘 이정표다. 등산로를 벗어나 산허리를 돌아 약 50m 떨어져 있는 굴샘약수터는 굴처럼 생긴 큰 바위틈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흘러나온다. 옛날 마을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낼 때 이 샘의 물로 음식준비를 했다. 지금은 목마른 산객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한다.

굴샘에서 되돌아 나온다. 이내 만나는 동이듬 갈림길에서 그대로 능선 길로 오르면 잘 정비된 통나무 계단길이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지만 곧 헬기장이다. 하얀 꽃대를 세운 억새가 가을을 재촉한다. 뒤이어 닿은 산성산 산정은 널따란 초지에 삼각점(삼가 307, 1988 재설)과 쌍백면에서 세운 정상석, 벤치가 놓여 있다. 전망도 시원해 날씨만 맑다면 서쪽으로 지리산과 황매산을, 북쪽으로는 오도산과 우두산, 남산, 가야산까지 볼 수 있다. 산성산에서 즐기는 주변 풍광이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際라 하겠다.

산성산을 산성 터 또는 성터라고도 부른다. 무너진 석성의 흔적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산성산을 산성 터 또는 성터라고도 부른다. 무너진 석성의 흔적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산성산에 들어서 있던 산성의 이름은 벽계산성이라고 한다. 성의 축조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고 정상부에 넓은 초지가 형성돼 있다. 합천군 문화유적 소개에도 ‘주위 약 2km의 석축石築성지로 성내에는 다시 200m의 토축성土築城 두 군데가 남아 있으나 붕괴되었으며, 왜병의 침입 때는 봉수대烽燧臺로 이용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제 한우산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완만하고 부드러운 산길 주변은 억새가 바람에 하느작거린다. 무너진 석성의 흔적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내리막길에 ‘상투바위 전망대 20m’ 이정표가 서 있다. 눈앞이 시원한 전망대 앞에 커다란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옛날 장가든 남자의 머리에 틀어 올렸던 상투를 닮았다고 해서 상투바위, 또는 촛대바위라 부르는 입석이다.

뒤편에 내려다보이는 쌍책면 일대의 들녘과 삶터가 넉넉하고 평화롭다. 좌우로는 능선 길에서 볼 수 없었던 기암들이 산 사면에 거대한 바위 벼랑을 이룬다. 깎아지른 산성산 서쪽 사면에 선듬, 동이듬, 병풍바위가, 남쪽에는 장수듬, 부처듬이 있어 제각각의 모습을 뽐내는 듯하다. 되돌아 나와 3분쯤이면 상투바위 전망대에서 보았던 남쪽 전망바위로 오르는 길이 있다. 낭떠러지 절벽 위에서 바라보는 산성산의 모습이 새롭다.

상투바위 또는 촛대바위로 일컫는 입석. 뒤편으로 쌍책면 일대의 들녘과 삶터가 넉넉하고 평화롭다.
상투바위 또는 촛대바위로 일컫는 입석. 뒤편으로 쌍책면 일대의 들녘과 삶터가 넉넉하고 평화롭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루는 한갓진 산길로 곧장 내려서면 찰비재다. 내초마을로 연결되는 갈림길로 이정표와 벤치도 있다. 이 고개 동쪽은 한우동寒雨洞이다. 오뉴월 한더위에도 이 산골에서 맞는 비가 겨울비처럼 차갑다는 찰비계곡이 있다. 그대로 직진해 한 굽이 올라서면 갈림길이 있는 756m 삼면봉. 합천군 쌍백면, 의령군 궁류·대의면이 갈라지는 꼭짓점으로 ‘한우산’이라 표기된 이정표가 보인다. 나중에 서쪽 능선으로 하산할 갈림길이라 눈여겨 봐둬야 한다.

지척에 있는 한우산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내쳐 오른다. ‘산성산사거리’ 이정표를 지나면 데크가 깔려 편안하다. 패러글라이더 활공장이었던 헬기장을 가로질러 오르면 한우산寒雨山(835.7m) 정상으로 커다란 표석이 자리한다.

한우산을 오르며 뒤돌아보면 진양기맥을 따라 북으로 산성산, 성현산이 이어지고, 찰비골 동쪽 산등성이에는 대형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한우산을 오르며 뒤돌아보면 진양기맥을 따라 북으로 산성산, 성현산이 이어지고, 찰비골 동쪽 산등성이에는 대형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다.

한우산은 봄이면 진달래, 철쭉이 화려하고,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또 주변 전망이 좋아 가까이는 남쪽 자굴산을 비롯해 합천·의령 일대의 산과 멀리 지리산, 덕유산, 구미 금오산, 창녕 화왕산, 현풍 비슬산까지 볼 수 있다. 되돌아 내려서면 진양기맥을 따라 북쪽으로 산성산, 성현산이 이어지고, 찰비골 동쪽 산등성이에는 대형풍력발전기가 한가롭게 돌고 있다.

하산은 되돌아온 ‘한우산’ 이정표 뒤 서쪽 능선 길이다. 내초마을 하산 길은 경사가 급해 주의가 필요하다. 바위 사이의 거친 내리막길이 끝나면 낙엽이 쌓여 미끄러운 숲길이다. 곡소마을을 가리키는 이정표를 지나 행정저수지 쪽으로 직진하면 백학산 갈림길인 603.5m봉. 여기서 주차장 2.2㎞ 방향이 외초마을 하산길이다. 가파른 경사에 로프가 설치된 바윗길도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송전탑을 지나 계곡을 건너 내려서면 내초1소류지. 콘크리트 포장길 따라 내초2소류지를 지나 내초마을 버스정류장에 이르면 산행은 종료된다.

산행길잡이

내초마을 버스정류장~송림~외초마을~중촌 갈림길~외초재(큰재먼당)~ 산불감시초소~굴샘~동이듬 갈림길~산성산 정상~상투바위 전망대~찰비재~삼면봉(756m·하산 갈림길)~한우산~삼면봉~곡소마을 갈림길~603.5m봉 갈림길~내초 1, 2소류지~내초마을 버스정류장 <4시간 30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5)

산성산 산행의 대중교통편은 조금 까다롭다. 합천버스정류장(931-4456)에서 삼가행 버스(07:00~18:00 20~30분 간격 운행)를 이용해 삼가면 소재지에서 내린다. 삼가버스정류소(932-5327)에서 하루 5회 안팎 운행하는 외초리 내초마을행(07:20, 09:20, 11:20 등) 마을버스로 갈아타고 종점인 내초마을 버스정류소에 내린다. 버스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삼가에서 택시(932-4656, 933-5637)를 이용해도 된다. 요금은 1만 원 안팎.

숙식(지역번호 055)

삼가는 한우고기로 유명하지만 숙박 시설이 없는 것이 흠이다. 숙식은 결국 합천읍에서 해결해야 한다. 읍내에 에이치모텔(931-1122), J모텔(933-1000), 써니모텔(931-7300) 등 숙박업소가 있다. 맛집은 TV에도 소개된 약천 메기탕(933-8253)을 비롯해 원조할매 추어탕(932-0667), 순할머니 손칼국수(933-7004)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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